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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히말라야를 넘으며, 넘는다는 것

by 발비(發飛) 2006. 12. 3.

 

여행 중에 찍은 사진 중 안 이쁘다고 생각한 사진 넘버 원이다.

 

 짚을 타고 무박 2일로 히말라야 5300미터를 넘고 있던 중이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짚 안에는 휘발유통이 실려 그 냄새가 차 안에 가득했다.

타는 순간부터 시작된 멀미와 구토.

휘발유냄새에 중독이 될 즈음부터 고산증이 나타났다.

오한, 두통과 함께 온 구토때문에 몇 번이나 차를 세웠다.

30시간이 넘는 동안의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함께 했던 친구는 너무 멋지다며 좀 보라고 나를 흔들었지만 난 히말라야의 장관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안의 고통은 나의 주위에 있던 모든 것을 가렸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숄을 두르고 잠시 차에서 내렸을 때 찍은 사진이다.

사실, 어느 지점에서 찍은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저 순간, 생각했을 것이다.

나를 제자리에 갖다 줘.

이 고통만 사라진다면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어.

 

지금 난 그 때 간절히 원하던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방금 거울을 보았지.

낯선 얼굴이 거울 속의 나를 보고 있었다.

 

12월의 내가 거울 속에 있었다.

한 해를 넘어간다.

올해는 나에게 특별한 해였다.

온전히 나의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의 섬모들의 반응에 일일이 답하고 싶지 않았다.

떠났다.

예상대로 나의 감정선은 단순해졌고, 훌쩍 올해가 다 갔다.

 

히말라야를 넘으며 느꼈던 두통과 구토.

견뎌야 하는 것이면, 오도 가도 못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면,

몇 번 차를 세우더라도 다시 출발하자고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히말라야 5000미터 고지에 그냥 구토를 하면서 눌러 있을 수는 없다.

 

넘어서 내려오는 길.

두통은 서서히 사라진다. 내게 있던 두통은 어디로 갔지? 의아할 정도로. 그랬다.

 

며칠 두통이 심했다.

 

그 때만큼 아프냐?

그 때만큼 힘드냐?

노란 위액이 솟구치냐?

 

거울 속의 나는 대답않고 내게 피식하고 웃어버린다.

그리고 잘 견디었던 참 장한 사진을 올려본다.

 

막바지다.

올라서면 산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볼 수 있다. 그것 또한 희망이다.

 

내 산 아래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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