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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선유도공원

by 발비(發飛) 2006. 11. 3.

 

가을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선유도 공원이 생각났다.

11월 첫날, 그 곳에서 나를 위한 이벤트를 한다.

 

선유도 공원을 가는 날은 한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날이다.

가는 길에는 선유도에서 샌 빛을 보면서 걷는다.

좀 추웠으면 했다.

 

 

매점을 돌아 선유도 공원으로 가는 다리계단을 올라서면 당일 선유도에 들어간 사람의 수를 확인한다.

난 사람이다.

485번째 사람.

난 이 숫자가 항상 좋다.

모든 사람과 함께, 같은 무게?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는 숫자가 참 좋다.

 

 

나를 당당히 그들과 같은 한 사람으로 카운트를 하고 나면,

흔들리는 선유교를 걷는다.

멀리 멀리 최대한 멀리 서쪽을 보게 된다. 어디로 어디로.....가나... 가고 있나....

 

 

 마른 수양버드나뭇잎들이 흔들리는 곳이다.

잔잎들이 아래로만 향한다.

날 때부터 돌아가겠다고 틈만 보고 있는 수양버들잎, 얼마남지 않았다. 원하는 곳으로 갈 것이다.

한 번도 안아준 적 없다고 말하지만, 땅은 버들잎의 엄마다.

남들이 뭐라든 그럴만 해서 안아주지 못한 버들잎의 엄마다.

 

 

조명 받는 담쟁이들, 조명이 아니었으면 가을인 줄 깜빡 할 뻔 했다.

담쟁이가 알록알록하다.

조명이 아래에서 위로 비친다.

내 손을 조명 위에 올려두었더니, 나뭇잎의 잎맥처럼 내 뼈들이 조금 어린다.

 

 

다리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가면

다시 살아가는 것들이 옴폭 패인 채 모여 있다.

나무들, 풀들, 시멘트들, 그것들의 재결성.... 외인구단처럼.

아무도 없고,

어둔 길이라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둠 사이 사이에 카운트 된 사람들이 끼어있다.

사랑하거나,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이 끝나가고 있거나, 

그들은 같이들 있다.

 

 

흐느적 흐느적 돌아나온다.

매점이 저기 있다.

중간 목표지점으로 삼고 눈도장을 찍었다.

저 곳까지 가면 다시 한강변을 걷는다.

카운트박스를 지나 한강으로 내려서자, 사람들은 모두 뛴다. 탄다. 

 

난 걷는다.

 

 가을이라고 나에게 선물해줬다.

보채지 마! 알았지?

한동안 조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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