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선유도 공원이 생각났다.
11월 첫날, 그 곳에서 나를 위한 이벤트를 한다.
선유도 공원을 가는 날은 한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 날이다.
가는 길에는 선유도에서 샌 빛을 보면서 걷는다.
좀 추웠으면 했다.
매점을 돌아 선유도 공원으로 가는 다리계단을 올라서면 당일 선유도에 들어간 사람의 수를 확인한다.
난 사람이다.
485번째 사람.
난 이 숫자가 항상 좋다.
모든 사람과 함께, 같은 무게? 같은 계산법을 적용하는 숫자가 참 좋다.
나를 당당히 그들과 같은 한 사람으로 카운트를 하고 나면,
흔들리는 선유교를 걷는다.
멀리 멀리 최대한 멀리 서쪽을 보게 된다. 어디로 어디로.....가나... 가고 있나....
마른 수양버드나뭇잎들이 흔들리는 곳이다.
잔잎들이 아래로만 향한다.
날 때부터 돌아가겠다고 틈만 보고 있는 수양버들잎, 얼마남지 않았다. 원하는 곳으로 갈 것이다.
한 번도 안아준 적 없다고 말하지만, 땅은 버들잎의 엄마다.
남들이 뭐라든 그럴만 해서 안아주지 못한 버들잎의 엄마다.
조명 받는 담쟁이들, 조명이 아니었으면 가을인 줄 깜빡 할 뻔 했다.
담쟁이가 알록알록하다.
조명이 아래에서 위로 비친다.
내 손을 조명 위에 올려두었더니, 나뭇잎의 잎맥처럼 내 뼈들이 조금 어린다.
다리가 끝나고 계단을 내려가면
다시 살아가는 것들이 옴폭 패인 채 모여 있다.
나무들, 풀들, 시멘트들, 그것들의 재결성.... 외인구단처럼.
아무도 없고,
어둔 길이라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둠 사이 사이에 카운트 된 사람들이 끼어있다.
사랑하거나, 사랑을 시작하거나, 사랑이 끝나가고 있거나,
그들은 같이들 있다.
흐느적 흐느적 돌아나온다.
매점이 저기 있다.
중간 목표지점으로 삼고 눈도장을 찍었다.
저 곳까지 가면 다시 한강변을 걷는다.
카운트박스를 지나 한강으로 내려서자, 사람들은 모두 뛴다. 탄다.
난 걷는다.
가을이라고 나에게 선물해줬다.
보채지 마! 알았지?
한동안 조용할 것이다.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관령 제왕산 (0) | 2006.12.25 |
---|---|
히말라야를 넘으며, 넘는다는 것 (0) | 2006.12.03 |
마라도 앞바다 (0) | 2006.10.31 |
발이 들려주는 110일 (0) | 2006.10.26 |
사라 드퀘디트 Sarah Dequiedt. (0) | 2006.10.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