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18. 토요일. 08:30
강남의 주인들은 주말이었다.
주인없는 빈 방 창너머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도시의 새들은 울기 위해 나무를 찾았다.
울지 않으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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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으면 죽는다
신기섭
1
세상에 나올때 나는 울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가 나를 때렸다고 한다
오늘은 보답하듯 나도 그녀의 가슴을 때렸지만
2
당신이 기르던 새를 내가 맡았네 당신 박수소리에 울음을 울던 새
내 박수소리에는 울지 않는 새 가만히 보니 방전이 된 새 그 가
슴을 열고 힘세고 오래간다는 심장을 넣어주네 딸깍, 피 한 방울 같
은 붉은 빛으로 새의 귀가 밝네 내 박수소리를 듣는 순간 눈꺼풀처
럼 핏빛이 깜박이네 귀속에서부터 몸 속까지 울음의 시간을 전하러
스며드네 뱃속에 품은 알, 전구가 부화할 듯 환해진, 새는 그러나 울
지 않았네 울음 터트리지 않는 갓 태어난 아기 때리듯, 새를 때렸네
그러자 다행히 파란 하늘을 건드리고 온 듯 점점 푸르게 밝아지는
새의 프라스틱 날개 그 두 눈 속에는 분홍빛 동공이 한 점씩 새겨지
네 울음을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 울음임을 알았을까 울음으로 꽉
잠긴 듯 환해진 새 다시, 박수를 치네 새를 울리네 또 울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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