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과 일요일이라는 시간은 선물이다.
선물은 항상 감동적이길 바란다.
감동적이기 위해 난 스피커를 장만했다.
내게 주어진 운명을 다른 누구와 비교하지 않는다면 살아진다.
친구가 나의 집에 올 때마다 투덜된다. 소리가 이게 뭐냐고. 짜증난다면서 음악을 꺼버린다.
그때부터 음악을 틀 때마다 오디오에 연결되어있던 라인을 빼보기도 하고,
노트북의 작은 스피커로만 들어보기도 하고.
친구의 집에 갔었다. 친구는 자신의 컴에서 나오는 음악을 틀어주면서 들어보란다.
좀 더 좋은 소리에 대한 갈증이 느껴진다.
그리고 불편했다.
스피커를 샀다. 9800원.
컴 오디오 연결잭을 전에 꽂았던 오디오에 연결시켜보기도 하고, 새로 산 스피커에 연결시켜보기도 하고, 노트북 스피커만으로 들어보았더니 차이가 느껴지기는 한다.
소리의 발이 땅에 닿아있다.
사실 난 그저 나의 소리를 묻을 수 있는 소리가 필요했을 뿐인데 소리의 질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젠 이보다 못한 소리를 견딜 수 없게 되겠지.
익숙해진다는 것이, 좀 더 나은데 익숙해진다는 것이 머뭇거려진다.
그리고 스피커가 내게 준 덤 하나.
스피커! 4인3색을 보여준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진동판(?)의 은색판이 오목거울처럼 나를 비춘다.
한 자리에 앉아있는데, 거기에 비치는 나는 모두 다른 곳인 듯이 보인다.
스피커 앞에 붙어앉아 4개의 나로 비치는 모습을 구경한다.
오늘은 이거! 다른 것은 모두 들어가!
아니, 이번 삶은 이거! 다른 것은 모두 들어가! 다음 삶에 만나!
짐 하나가 짐들을 달고 들어온 셈이다. 어제 스피커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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