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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양배추김치

by 발비(發飛) 2006. 11. 8.

원통형 13평 아파트 안.

전등 불빛.

mp3 파일 음악소리.

lcd모니터. 

20일 정도를 갇혀 산다. 

 

파키스탄 훈자의 게스트하우스에서였다.

며칠 째 비는 계속 내렸다.

마주한 '바람의 계곡'을 보는 것도 지겨워질 무렵이다.

군대에서 먹던 양배추김치와 양파김치가 생각난다면서 양배추김치를 만들어보겠다는 녀석이 있었다.

녀석과 의기투합한 나는.

현지인 시장에서 양배추 한 덩이, 양파 2개, 고추가루 한 봉지, 소금 한 봉지, 마늘 생강 조금 사고

감자 한 알은 덤으로 얻었다.

절일 그릇이 없었다.

양배추를 사온 비닐 봉지에다 맥가이버칼로 자른 양배추를 잘라 담았다.

소금을 뿌리고 봉지채 흔들었다.

한 시간쯤 기다리는 동안,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던 부부 한 쌍과 모두 넷이서 마늘 생강 까고,

또 맥가이버칼로 다지고......

절여진 양배추는, 비닐 봉지에 구멍을 뚫어, 물에 헹구면서 물을 빼고....

(그 곳의 물은 히말라야석회질이 녹아내린 물이라 회색빛을 띠면서 반짝반짝 거렸었다.)

반짝이는 양배추를 다른 비닐에 옮겨 담아

고추가루, 마늘, 생강, 그리고 감자를 삶아 으깬 것을 모두 부어 흔들어 섞었다.

김치를 완성하는데 모두 한 시간 조금 더 걸렸다.

봉지를 그대로 봉했다.

그리고 구석진 곳에 모셔 두었다.

하루 반이 지나고 .....

삭은 김치를 열었을 때의 감동이란, 맛있었다.

패트병을 2/3쯤 잘라 윗부분은 뚜껑으로 삼았다.

밥을 먹으러 식당을 갈 때.

야크꼬치에 짜파티 말아 먹으러 갈 때.

파수로 이동을 할 때.
내내 양배추 김치통을 들고 다녔었다.

 

다시

원통형 13평 아파트 안.

전등 불빛.

mp3 파일 음악소리.

lcd모니터.

 

히말라야가 그리웠다. 시원하게 뚫린 그 곳이.

히말라야와 나를 이어 줄 양배추 김치를 담기로 했다.

그 때보다 상황이 더 낫기는 하다.

까나리 액젓이 있으니까 좀 더 나은 작품이 나오려나...... 버무릴 그릇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락앤락 김치통에다 절이고 버무리고 보관하고 모두 다 했다.

보람차게 양배추김치를 버무리던 그 녀석은 지금 터키에 있을텐데,

그의 벌건 손이 지금도 생각나는구만, 벌건 손 뒤로는 나오시카의 '바람의 계곡'이 있었지.

 

내일 개봉이다.

양배추김치!

야크꼬치와 짜파티도 같이 생각나네. 이를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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