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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비(發飛) 전체보기2197

집중 폭우가 멈춘 텃밭에 해가 뜨고 비가 멈췄다.비는 내내 많이도 왔고,  그 사이 두 번 정도 텃밭을 다녀왔다. 고추 몇 개를 따왔을 뿐, 다들 무사한지 안부만 보고 왔었다. 오늘 아침 해가 뜰 기미가 보였고,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텃밭에 다녀왔다.  하늘에서는 비가 멈췄는데, 텃밭에는 비가 계속 오고 있는 듯 했다. 텃밭 바로 옆이 산인데,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빗물이 밭고랑 사이로 제법 흐르고 있었다. 마치 시냇물처럼. 산 경계에 심어둔 옥수수는 기우뚱하게 몸을 눕힌 것이 몇 개나 되었다. 옥수수대를 똑바로 세워보려하였으나,  산에서 내려온 물이 고여서인지 땅이 물컹하여 다시 기우뚱한다. 옥수수대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도록 살짝 얹어두었는데 결과는 모르겠다. 옥수수대 뒤로 한달전쯤 옮겨심은 블루베리도 걱정이긴 마찬가지다.통기.. 2024. 7. 11.
거슬리는 것들에 대한 태도 거슬리다: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언짢은 느낌이 들며 기분이 상하다.(네이버사전) 오늘 아침 눈을 뜨기도 전에 떠오른 단어는 '거슬리다' 였다. 첫번째는 새벽에 많이 내린 비때문인지, 사이렌 같은 소리가 핸펀에서 울렸다. 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무슨 일인가하고 깜짝 놀라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몇 분간은 쫄았다. 잠에서 깨지도 못하고, 안 깨지도 못하고 놀란 가슴을 주저 앉히고 다시 잠 들었다.  두번째는 빗소리는 들리는데, 너무 더웠다. 엄마는 이번 여름을 위해 에어컨을 샀지만 딱 한 번 틀고는 틀지 않는다. 한 번 틀었을 때, 긴 옷을 꺼내입고, 안방 창문과 방문을 닫고 나오지도 않고, 춥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했다. 진짜 추운 건지 에어컨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강박인건지, 그 모습.. 2024. 7. 8.
보리수나무 빨간 꽃 텃밭 주인 김군은 빨갛게 익은 보리수 열매를 따 먹으라고 문자를 보냈었다. 나한테만 보낸 것이 아니라 텃밭의 1번, 2번, 3번 그리고 나 4번에게 모두 보낸 것 같았다.그 문자를 받고도 아무도 안 따갔는지, 보리수 나무가 휘도록 빨간 열매가 늘어갔고,보리수 나무 아래는 동백꽃이 떨어진 것처럼 빨갛다.  뒷산에 올라가 부엽토를 한 포대 긁어와 어제 심은 여름 상추에 옆에 살포시 덮어주고,투과율이 50%인 차광막을 사방 말뚝을 박아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텃밭주인 김군과 긴 나무 틀밥을 함께 만들면서,만난지 겨우 몇 달이지만 제법 합이 잘 맞음에 감탄했고,그 틀밥에 흙을 채우고, 균형을 맞추고 ...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가 오다가 해가 쨍하다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이 날씨에게다가 세상 모두가 쉰다는 일요일.. 2024. 6. 23.
1년 메모 -업데이트 중 *1년 밭 정리, 밑거름, 웃거름, 김매기1. 초*하지 감자 심기 (6월 수확용)*봄당근 심기*아스파라거스 심기  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열무, 당근, 옥수수, 완두콩*부추, 고수, 허브(바질) 파종1. 초 *상추모종심기*양배추, 브로콜리 심기+ 래디쉬(20일만에 수확)2. 중*옥수수 파종 혹은 모종 심기*당근 파종*완두콩 모종*봄양파 모종3. 말*고추모종+ 참외모종 섞어심기https://www.youtube.com/watch?v=te_ycs2bEs8  가지, 땅콩, 옥수수, 오이, 호박, 토마토1. 초 *가지 모종(40~50센티 간격)+땅콩 모종 섞어 심기*오이, 호박, 토마토 + 생강 혹은 한련화2. 중상추밭에 섞어 심을 작물 준비(콩, 가지, 옥수수)*바질 모종(4월 파종)3. 말  상추, 당근.. 2024. 6. 23.
[고잉그레이2] 갈등이 시작되었다 2달째이다.흰머리라고 하지말고, 있어보이게 '그레이'라고 하자. 그레이가 3센티정도가 되자, 이제 얼굴에 비치기 시작했다. 갈색머리가 얼굴과 나린히 할 때와 그레이가 얼굴에 나란히 할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아침 저녁으로 앞머리를 쓸어올려 욕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너무 낯설고 두렵기 시작했다.  -잠시 딴 소리-다들 이런 시기를 잘 버텨야 한다고들 한다. 서너번의 고비가 오는데 첫번째 고비인듯 하다.-잠시 딴 소리 끝- 낯선 것 중에 가장 먼저는 얼굴의 모든 것이 너무 잘 보인다. 짙은 머리카락 덕분에  드러나지 않았던 얼굴의 잡티, 주름 같은 것들이 너무 잘 보인다는 거다. 한마디로 늙었다는 것, 그래서 늙어보인다는 것.말하고보니, '늙어보인다 것'  참 이상한 말이긴 하네. 보이는 것에 .... 2024. 4. 28.
'쾌활' -쇼펜하우어 우연히 듣게 된 '쾌활'이라는 단어, 마치 대바늘에 찔린 듯이 멈칫했다. 쾌활이라는 말이 내 입으로 말한 적이 없는 듯 하고, 들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책에 나오는 단어도 아니다. 대체 쾌활이라는 단어는 어디에 존재했던 것인지, 나는 언제 어떻게 그 단어를 알았는지. 쾌활이라는 단어는 쇼펜하우어가 행복이라는 것을 규정하면서 사용한 단어라고 한다.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쾌활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였겠지만, 쾌활이라는 단어를 다른 어떤 단어로 교체할 수 있었겠나 싶었다. 쇼펜하우어는 "그가 쾌활하다면 그는 젊든 늙었든, 몸이 곧았든 꼽추이든, 가난하든 부자든, 상관없이 행복하다." "최상의 보물은 명랑한 표정과 쾌활한 마음이다." 명랑함이나 쾌활함이 현관 앞으로 오고 있다면 얼른 나가서 맞으라고도 .. 2024. 4. 16.
[고잉그레이] 노염색, 탈염색! 진행 중 서울에서 안동으로 귀향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앗,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안 하고 싶은 것이 염색이다. 지금 안 하고 싶은 것을 안 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흰머리가 보이는 앞머리를 까고 감자 산책을 나갔다. 괜찮았다. 솔직히 이런 경험이 있는 분들은 공감하실텐데, 쫄리는 일이다 늘 염색을 하던 사람이 얼룩덜룩한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난 용기를 낸거지. 별일 아니었다. 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었고,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뭐...., 익숙해지겠지. 모두들 알겠지만 염색을 그만두는 것 중 가장 어려운 것은 흰머리와 검은 머리의 웃기는 경계선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계선을 지우기 위해 지난 달에는 염색약을 반만 섞어.. 2024. 4. 10.
조용한 오전이 좋긴 하다 '우리를 자기 껍데기 속에 틀어박히게 하는 정념은 최악의 감옥 중 하나다. 행복의 비결은 이것이다. 네 흥미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그리고 내 흥미를 끄는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적의가 아니라 되도록 호의적으로 반응해라.' - 사이토 다키시, [55부터 시간을 다시 쓰는 중입니다] 중에서 오늘 오전은 나 혼자 서울에서 살 때처럼 조용하다. 조용, 평화, 내 숨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먼데서 들리는 자동차소리, 전기제품들의 소리만 조금 들릴 뿐, 티비나 라디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내게는 천국이다. 엄마와 사는 중 가장 힘든 것이 뭐냐고 물으면, 난 소리라고 할 것 같다. 성격, 라이프스타일, 음식 등도 그렇지만 그 중 가장 큰 스트레스는 소리이다. 여느 노인들도 다 그렇겠지만 늘 티비를 켜놓고, 티비가 .. 2024. 4. 9.
[주말농장] 드디어 텃밭을 구했다 귀향은 하였으나 귀촌은 하지 못한, 지방으로 내려왔으나 흙을 밟지 못함이 아쉬웠다. 당근에서 주말농장을 검색하니 작년에 올린 게시글이 하나있었다. 작년이라 잠시 주저하였지만 아니면 말지 뭐 하는 마음으로 채팅을 시작했다. 올해도 모두 분양되었다길래, 잠시 숨 멈추었다가 "아주 작아도 되어요. 그냥 땅이면 되는데요." 했다. 분양주께서 귀퉁이에 남은 땅이 쬐끔 있긴 하다고, 일단 함 와서 보시라고 한다.안동 서후면 학봉종택 가기 전인데 집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니 적당하다 생각되었다.분양주님은 농부가 아니라 대구에 사시는 회사원으로 귀촌할 요량으로 10년전 장만해둔 땅을 주말농장으로 운영하고 계신 부지런한 분이셨다. 저렇게 잘 준비를 하고 살다니, 난 뭐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옆으로 세 분이.. 2024.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