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 사람풍경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이 책을 읽은 것은 참 다행이다.
김형경의 여행에세이 ‘사람풍경’ 이라는 한 권의 책이 여행 중의 나를, 나의 행동들을 리플레이 시켜주었다.
게스트하우스 숙소를 '집'이라고 부르며, “집에 가자.”라고 말하던.
몇 곳에서 꼼짝할 수 없어서 오랜 기간을 할 일 없이 보내던.
일주일 뒤에나 떨어질 샴푸를 미리 사서 더욱 무거운 배낭을 지고 다녀야 했던.
어느 곳에서는 도착하자 말자 누구에겐가 떠밀리듯이 바로 떠났던.
경찰에게 사기당한 돈을 찾아달라고 막무가내로 악다구니를 쓰던.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으며 체중을 불리던.
급할 것도 없는데 며칠 씩 쉬지도 않고 버스이동을 하며 숙식을 해결 했던······.
.......
그랬던 나.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이해할 수 없는 나를 오직 나의 feel이라고 우기며 다녔던 시간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마치 길가에 놓인 너구리게임기의 너구리처럼
눌려있었던 내가 하나씩, 여기저기서 점점 빠르게 튀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너구리는 망치로 때려 누르고.
어느 너구리는 그냥 놓쳐 버려두고.
너구리 게임은 끝났고 빨간 숫자들이 상하로 돌면서 나의 점수를 매긴다.
‘100점’에서 빨간 숫자로 매겨진 점수를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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