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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14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 08/ 04

안나푸로나 베이스 캠프 트래킹을 할 때부터 생긴 불면증이다.
신경을 쓰지 말아야지.
무지하게 피곤해서 죽을 지경인데 잠을 잘 수가 없다.
하루 길게 잠을 자고 나면  부은 얼굴과 몸이 가라앉을 것 같은데, 오늘은 적극적으로 약국에 가서 수면제 한 알이라도 사와야겠다.

하루는 그렇게 가 버렸다.
단 하루 사이에 공간이동이 이루어진 것이다.
어제 아침에 퉁퉁 부은 얼굴로 설산을 보았었다.
설산을 마주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여 이 곳으로 온 것인지를 생각했었던 순간이 아득하다.

지금은 페와호수를 마주하고 앉아 다시 생각한다.
무엇을 원하여 이 곳에 왔고, 그 곳을 올라갔고, 몸덩이가 감각이 없는 듯이 느껴지는 이 순간에도 왜?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한다.
아득한 시간의 고리안에 있는 4천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혹은 끝도 보이지 않는 호수에 앉아서
항상 같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설산이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설산에 놓아진 나를 보는 것이 더 먼저였다.
그래서
이 곳 저 곳에다 나를 옮겨놓아도 해결되지 않는 똑같은 문제에 도달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다시 잠들지 못했다.

어젯밤은 괜히 아까운 화이투벤을 먹어버렸다.
그걸 먹으면 잠이 들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저 약만 날린거야.

Chhomrong (35 min) - Jhino (1760m, 50 min) - New Bridge (1h) - Kyumi (1330m, 1h) - Syaul Bazar (1h 40 min) - Birethati (40 min) - Nayapul - Pok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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