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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16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 08/ 09

뭔 가 참 많이 바쁜 곳입니다.
포카라가 워낙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라 제가 지내기에 딱 좋았는데.....
제가 뭐 요양을 하러 온 것은 아니고 여행 중에 들른 곳이라 그 곳에 머물 수는 없지요.
인도에서의 소란스러움이 담겨져 있습니다.
인도에야 비교할 순 없지만, 그 만큼은 정신이 없습니다.
사람은 간사한 것이라 포카라에서 며칠있었다고 이 분주함이 어색하다.
좀 있으면 상가들이 문을 열 것이다.
많은 물건들이 진열이 될 것이고, 난 그 물건들을 보면서 수도를 해야한다.
가지고 싶은 것이 많다.
가지고 싶은 것들은 배낭여행자에겐 지고 가야할 물건들이다.
지고 가야할 물건들을 가지고 싶어하는 맘, 눌러야지.
아마 이즈음은 아는 것이 아닐까?
가지고 싶다는 것은 져야할 무엇이라는 것을.
이제 가지고 싶은 맘은 지고 지고 가야 하는 맘을 이기지 못한다.
지고 간다는 것의 처절하리만큼 무거움을 힘겨움을 알게 된 것이다.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것들, 그것들이 나에게 가지고 싶은 것들이다.
지고 싶지는 않으나 가지고 싶은 것들이다.
물건만일까? 아니다 싶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난다.
때로는 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한국사람인 것을 밝히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건 그 여행지에서 걸리적거리고 싶지 않는 맘이기도 하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을때에 내가 아는 것의 하나가 되어 지고 가야할 무게를 보태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조차 간혹 무게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어젯밤에도 몇 명이 모여 술을 한 잔씩 한 모양이다. 의식적으로 피했다.
그들과 섞여 삶을 나누기 싫었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들의 삶을 공유하는 것도 내 삶을 그들에게 공유하자고 하는 것도 싫어다.
그럴 때도 있는 것이지. 나를 나누고 싶지 않다.
그들이 너무 당당할 경우에 더욱 그렇다.
겉으로 보이는 나와 실제의 내가 너무 달라서 일지도 모른다.
그저 보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그들이 상상하는 나로 그저 남아 있고 싶은 것이다.
나의 무거움이나 칙칙함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이른 아침 숙소를 나와 텅 빈 거리를 쏘다닌다.
텅 빈 거리에서 난 내가 가는 길을 안다.
사람들이 많아 정신을 차릴 수 없으면, 의지하게 된다.
너무 복잡해, 길을 모르겠어.
여기가 어디지. 어떻게 가야하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시간이 필요해.
그런 맘들이 마치 개울에 놓인 돌다리처럼 건널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리게 된다.
돌다리를 펄쩍 펄쩍 뛰어 건너는 친구가 있었다.
난 발끝으로 디디고 디딘 다음에야, 항상 건너더랬다.
그것과 똑같은 것이다.
이른 아침 내가 타멜센터를 혼자서 미리 걸어본 이유이고, 어젯밤 술자리를 빠진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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