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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13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 08/ 03

꿈을 꾸었다.
네 명씩 두 줄이다.
난 첫 번째 줄 두 번째, 나의 뒤로 하얀 옷을 입은 오빠가 서 있다.
총살형을 한단다.
난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총살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는 하얗게 밝은 날,
그런데도 눈이 부시지는 않다.
그저 총구가 나를 빨리 뚫어지기를 기다리는 듯 하다.
무서움이나 두려움보다는 따뜻함이 먼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기다리는 듯 싶다.
오빠가 뒤에 있다는 것은 얼굴을 봐서가 아니라 그저 알 수 있었다.
오빠의 손이 내 어깨에 놓여진 것을 느끼고도 오빠의 얼굴이 보고 싶다거나,
만지고 싶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오빠가 뒤에 있어서 편안하다.
앞에서 총을 들고 선 사람이 나의 오른쪽 사람에게 총을 쐈다.
이제 나의 차례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나의 가슴으로 총알이 들어왔다.
아프지 않았다.
그저 뜨거운 것이 가슴으로 들어가 주먹만큼의 크기만큼이 뜨겁다는 느낌뿐이다.
참 간단하고 또 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쓰러진 듯 싶다.
오빠의 무릎에 기대어 누웠다.
오빠의 얼굴은 보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얼굴을 대하면서 엄마에게 아버지에게 그리고 성진이 상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오빠는 여전히 하얗게 느껴지기만 할뿐 이었고,
난 더욱 뜨거워지는 가슴을 잡았다.
그 리고 정말로 뜨거워진 가슴을 안고 잠에서 깨었다.
한참동안 가슴이 뜨거웠다.
가슴이 뜨거운데 그 곳이 안나푸로나 베이스캠프의 숙소였다.
추위에 떨면서 잠이 들었는데 뜨거움으로 잠에서 깨었다.
이 꿈이 뭘까 생각했다.
나의 평생 아마 제일 높은 곳에 내가 있는 듯 싶은데,
그 곳에서 내가 꾼 꿈, 그저 죽은 사람이 나온 내가 죽는 꿈이려니 하면서 조심하면 되나....
그런 생각도 들지만,
어쩌면 이 꿈이 정말 내가 죽은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죽고 다시 내가 산다면 사실 그 보다 더 반가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제발 그래라.
내가 죽고, 다시 내가 살아난 것이라고 그랬으면 하고
어둔 밤에 낯선 숙소에서 한참을 눈을 뜨고 있었다.
내가 총알을 맞은 곳이 식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ABC (45 min) - MBC (1h 45 min) - Deural (50 min) - Himalaya (45 min) - Dovan (45 min) - Bamoo (1h 45 min) - Sinuwa (1h 40 min) - Chhom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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