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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9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 07/ 30

포카라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안나푸로나 트래킹!
사람들은 히말라야, 에레베스트봉, 안나푸로나봉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의 한 봉우리,
인간과 자연과 신이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말하자면 3자대면 같은 거 말이다.
난 히말라야 안에서 3자대면 현장을 목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해 둔 포터 라쥬(1일 420루피)를 만나,
택시(700루피)를 타고 안나푸로나 베이스캠프로 들어갈 수 있는 퍼밋
(2,000루피)을 받고 난 뒤,
출발한다.
포카라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NAYA
PUL이라는 곳에서 트래킹을 시작하기로 했다.
중간에 퍼밋을 받은 영수증을 확인하고 여권을 확인하는 사무실에서 체크를 한다.
혹, 나를 찾아야 할 일이 생긴다면, 긴요한 자료가 되겠지 싶으면서 시작도 하지 않은 트래킹에 대해 약간 긴장이 되더라.

NAYAPUL, 산 중턱 쯤의 한적한 시골마을 같은 곳이다.
택시에서 내리자 말자,
택시기사나 포터 라쥬나 정류장 앞의 레스토랑 주인과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서로 익숙한 사람들인가 보다.
그들은 항상 그들의 말로 이야기를 나눈다.
못 알아듣겠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지. 산의 이야기를 하는지.

점심을 먹기 위해 쉬었던 마을 BIRETHATI에서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네팔의 백반 달밧을 먹었다.
인도의 탈리와 모든 구조는 같은데, 향신료가 별로 들어있지 않았고,
나물무침과 똑같은 반찬과 장아찌와 김치의 중간쯤 되는 맛인 앗차르가 맛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유원지의 시골밥상을 주문해서 먹은 듯 한 맛이다.
이 곳에서 난 맛난 것을 먹을 수 있겠구나.
편안한 식생활에 대한 기대로 충만한 비내리는 중의 점심시간이었다.

점심 식사 후 다시 출발,
비내린다. 맞아야지 뭐!
비때문에 오후 3시 정도에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밤을 지내는 곳. SYAULBAJAR이다.
 
방보다 정원이 더 환하길래, 난 노트북을 켜 사진을 보고 있었지.
학교수업가 끝났는지 아이들이 뒷쪽계단에서 우르르 내려오는 발소리들이 들리더니,
언제 몰려 들었는지 대 여섯명의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있다.
저희들끼리 나누는 말소리에 "컴퓨터 컴퓨터"거린다
내가 나의 노트북을 가르키며 컴퓨터라고 말해주니까 그 아이들 나에게 손짓을 하면서 가지고 오라는 시늉을 한다.
나는 손짓으로 니들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처음 보는 거란다.
아이들에게 컴퓨터에 들어있는 폴더를 열어 보여준 뒤, 디카를 꺼내 아이들의 사진을 찍은 뒤, 컴퓨터에 연결해서 보여주었다.
보너스로 한가지 더 보여주었다. 간단한 사진의 밝기 조절하는 액션을 취한거지.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나는 잊어버리고 저들끼리 뭔가 열심히 이야기들을 나눈다.
저들끼리 이야기하며 만지도록
한참을 내버려두었다.
그 아이들에게 그 어떤 날이 되었음 싶었다.
어느 나라 어떤 여자가 자신들이 사는 산마을로 하루밤 잠을 자로 들어왔었는데,
그 여자가 갖고 있는 컴퓨터가 처음으로 만지고 본 첫 컴퓨터였었다고.

그때부터 세상에는 참 신기한, 알아야 할 것들이 참 많은 거구나 생각하며 꿈을 키웠다고.
그런 어떤 날이 되어라, 그런 어떤 날이 되어라.
하고 그 아이들이 노트북을 만지는 동안 잠시 기도한 것 같다.


전기가 없단다. 환할 때 달밧으로 저녁 식사를 한 뒤 주인은 초 하나를 주었다.
길이가 10센티미터 조금 넘는, 둘레지름이 1센티정도의 작고 물렁한 초하나를.
아마 한 시간은 버티겠지.
그것으로 어둠!
딱 어둠과 나 밖에 없어서 더는 어쩔 수 없는 시간이다. 지금은 초가 내게 준 1시간 안에 있다.

다시 비가 많이 내린다. 정말
제대로 내린다
안나푸로나를 찍은 사진들을 보면 모두 눈이 가득하던데, 
지금이 겨울이기만 하면, 이 비가 다 눈이겠지 싶다.
참 많은 눈이겠지.
하얗고 밝겠지. 비록 정전이더라도....
방금까지 푸르게 보이던 산은 구름으로 덮혀 완전 바다에 갇힌 느낌이다.
산 중인데 바다에 갇힌 날이다.
이 바다는 완벽한 어둠의 검은 바다이다.
겨울과 여름의 차이가 이 곳은 꽤 크구나.
좀 전에 아이들을 만난 시간에 비가 오지 않았던 것이 나에겐 천만다행이다. 그 틈을 받았다.

-지금 너에게

싫은 웃음소리.
포터 라뷰가 술에 취해 웃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
정말 싫다.

어둠 속에 들리는 타인의 웃음소리는 공포스러움이다.
빛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분명해.
빛을 없는 곳의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동물인 듯이 내게 음흉한 소리로 들린다.

실체란 것은 결국 빛을 통해서 다듬어지는 것일까? 환한 빛.
빛을 통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실체는 야만의 근성을 가진 동물일지 모를 일이다.
빛이 있어 타인이 다듬어지고, 나는 빛 때문에 강해지는 것이다.
빛을 없는 오늘,
내 주위의 타인들에 대해 예민하게 감각을 세운 짐승이 된다.
혹 그들에게 잡힐까.
혹은 내가 그들을 잡을까.

너 어디있니? 아주 조금 무섭다.



 Pokhara (1 1/2h, by Taxi) - Bayapul  (1h) - Birethati (1080m, 2 1/2h) - Syaul Bazar (1190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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