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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7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 07/ 26

분명 날짜는 변했다. 그런데 그 시간의 기억이 없다.
어떻게 이동을 한 것인지, 무슨 생각을 하며 움직인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바라나시라는 무덥고 더러운 광란의 도시에서 벗어나
푸른 숲과 넓은 호수가 있는 아주 깨끗한 휴양지에 앉아 있다는 것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줄 뿐이다.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인도의 자이살메르에서 낙타사파리하던 생각이 난다.
아무 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사막에 살아가는 생명들을 만났었다.
오직 낙타만이 죽음의 랠리에 사람과 동행하는 줄 알았었지만, 사막에는 낙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낙타가 요기를 할 수 있는 아크라라는 나무가 있어 낙타는  그 잎으로 요기를 하고,
아크라잎이 없는 죽은 가지는, 사람들이 불을 피워 요기를 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
낙타가 요기를 하고 난 뒤, 밤사이에 똥을 누고,
그 똥은 쇠똥구리가 새벽이면 부지런히 제 먹이를 만든다.
쇠똥구리는 비료라고는 쓸데도 없을 모래 무지에 낙타똥을 묻는다.
아마 아크라는 쇠똥구리의 힘으로 보라색꽃을 다시 피우고 새로운 아크라를 만든다.
아주 느린 싸이클이다. 리싸이클이다.
느린 흐름 속에 시간이 보인다.
아주 느린 곳이라 시간이 느껴지고 만져지는 것이다.
우리는 눈코입이 너무 바빠 시간의 뒤를 쫓아 가기에 바빠 정작 시간을 만나 볼 수 없었다.

이동했다.
인도라는 정신없는 곳에서 다소 정리가 된 네팔로 이동을 했다.
인도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까닭은 아마 정신을 차릴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얼마간이라도 살다보면,
쉬게 되는 것 아닐까?
아무리 정신없는 곳이더라도 인도보다는 좀 나을테니 말이다.
아주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고 나면 그보다 한단계 낮은 문제의 해법이 저절로 풀리기도 한다.
그런 의미?
아직은 모른다.
인도가 내게 무슨 의미였는지.
그저 지금은 좀 한가한 네팔로 이동을 했고, 지금의 평화로움이 나에게 휴식을 준다.
이 휴식을 진정 휴식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가 될런지는 알 수 없으나,
내게 자동제어장치처럼 내 안에서는 뭔가 열심히 정리되는 그런 시간이었음싶다.
다음에 놓인 길을 찾아가기가  좀 복잡하고 힘이 들더라도 무소처럼 밀고 나갈 수 있는
그런 힘을 만드는 시간이 되길 아주 간절히 바란다.
그런데 그런데.
그보다 더 먼저 전제되는 것은 바램이다.
지금의 내가 이미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길 하는 맘이 가장 우선이다.
누군가가 거부할 수 없을,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그 길을 가는 것이길 하는 바람이다.
인도라는 곳도, 네팔이라는 곳도.

어렵게 쉽게 더 어렵게 더 쉽게.... 더더욱 쉽게 아니 그냥!

몬순기간이 계속 되고 있다.
비가 쉬지 않고 내린다.


-지금 너에게

비가 올 것이라고 해서 비를 기다리고 있었지.
혹 지금은 비를 기다릴 시간이 아니라 비를 피해야 할 시간이더라도 말이지.
먹구름이 저 멀리 산에서 밀려오는 것을 보면서 이제 곧 내 머리 위에 먹구름이 올거야.
그럼 비가 내리겠지.

비온다.

너의 비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쾌재를 불렀었는데. 나도!그러면서.

난 그때 그렇게 행복했는데. 나도! 그러니까.
그런데. 
  비를 좋아하며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좀 슬프잖아.
혹 그렇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하길 하는 생각이 들었지. 좀 낫잖아.

 방금 비가 멎었네.
 그래도 다음 달까지 비가 내릴 것이고, 참 이쁜 여기 페와호수는 더 이쁜 곳이 되겠지.

 넌 거기있다.
난 여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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