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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6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06/14

전날 리쉬케쉬에서 하르드와르, 그리고
하르드와르에 오후 4시에 출발해서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다람살라에 도착했다.
다시 택시를 타고 맥그로드간지,
캄캄한 새벽에 짚택시를 타고 다람살라의 옆의 산동네?인 맥그로드간지로 이동했다.
위로 위로 산을 타고 달린다.

산 위의 도시, 그리고 달라아라마가 머무르고 있다는 도시, 어느 날에는 그냥 산이기만 했었단다.

이제는 '달라이 라마'라는 지도자를 찾아 국경을 넘은 티벳탄들과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받겠다는 전 세계사람들이 모여 든다는 곳이다.
많이 춥다.
델리에서 아그라, 자이뿌르, 심지어 리쉬케쉬에서도 더워서 헉헉거렸다.
덥다면서 북으로 넘어 온 14시간, 여긴 춥다.

숙소 앞 발코니에 서있으면 한 겹 산너머 설산이 하늘만큼 닿아있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하얀 산이 앞에 있다.
저 곳에 가면 하늘을 만질 수 있다.
바로 그 앞에 앉아있다.

어제는 꼴라킹을 돌았다.
티벳망명정부가 있는 곳.
꼴라 가는 길에 티벳박물관이 있고, 티벳물건들을 파는 티벳탄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인도에서 삐끼들이 붙으면 험악한 얼굴을 하고서 ‘나이’를 외쳤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안된다.
우리와 생김이 너무 닮아
마치 '나, 너 안다'고 나의 정체를 들킬 것 같아 공손이 물건을 받고 돈을 지불한다.
웃어도 그냥 있어도 맘이 불편해지는 그들입니다.
같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보다.
같은 모습, 같은 언어, 같은 생각, 그 중 어떤 것 하나라도 같다면,
난 같은 것에서 자유를 박탈당하는 느낌입니다.
왜 같은 것을 만나면 자유로움이 걷어지는 걸까?


-지금 너에게

행성은 정해진 길을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행성의 꿈을 꾼다.
길을 벗어나 다른 것들 사이에서 떠다니기를.
벗어나는 것에는 힘이 필요하다.
온 힘을모아 궤도에서 이탈을 감행하려고 하는 순간
나란히 돌던 행성이 보인다. 눈이 머물잖아.
이탈하려 모아둔 힘은, 내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힘으로 변해 더욱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돈다.
같은 것을 만난다는 것은, 다시하려는 사람에게는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티벳탄들,
나의 모습과 너무 많이 닮았더라. 난 그게 싫었어.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


묵상수련하는 한 중년의 백인 남자가 있었다.
옆에는 오체투지를 하는 티벳탄들이 수행을 하는데, 히말라야를 향해 가부좌를 틀고 꼼짝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지켜본 시간만 40분 정도다.
어차피 그는 눈을 감았으니 아무것도 안 보이겠다 싶어 그의 뒤에 살며시 앉았다.
그의 기운이 나에게도 서려 나도 혹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려나 싶어.. 좀 웃기게도 정말 그런 욕심으로 ...
난, 히말라야를 응시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의 하얀 뒷 머리를 응시하게 된다.
그리고 뾰족 뾰족한 흰머리칼의 끝이 보였다.
가위자국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누군가가 잘라냈을 머리카락만 보였다.
저 사람이 저렇게 묵상을 하고 있지만, 누구에겐가 머리를 맡기기는 했을 거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디 가위밥 잘 못 들어간데는 없나 하고 찾게 되기도 하고,
흰머리와 검은 머리의 자라나온 길이를 비교해 보기도 하고,
한 참을 그거 보느라 정신을 팔다가.... 아주 조금 그가 흔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머리카락을 보지 않을 때면 그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다.
그저 그의 뒤통수를 한참 보다 일어섰다.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그가 멀리서 봐도 흔들리나 안 흔들리나 그것만 보았다.
 
그렇게 웃기는 행동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아서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
아무튼 몰두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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