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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8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7/27

지난 밤에는 무지 많은 땀을 흘렸다.
꿈을 꾼 것 같지도 않은데......
잠이 깰 정도로  땀이 온 몸을 적신다.
목에서 흐르는 땀이 몸으로 흘러내렸다.
샤워를 할 때처럼 온 몸이 미끌거린다.
한동안 땀을 흘리지 않았는데, 자는 동안 다시 땀이 나기 시작한다.

그럼 난 생각하지. 아마 나도 모르는 꿈 속에서 힘든 일을 겪고 있었나보다.
내 몸은 나도 모르게 밤새 무엇인가를 이기기 위해 노동을 하고 있나보다하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 나와 내 몸은 그렇게 분리되었다.
몸은 나에게 자신의 힘든 일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서 끙끙거리다 결국 이렇게 들키고 마는 것이다.
몸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세한 변화를 미리 체크하여 혼자서 해결한다.
혹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치 예언자처럼 내 안에 뭔가 일어나고 있음을 예언해주기도 한다.

뭐가 일어나고 있는걸까?
내 안에서 어떤 변화로 용량초과 에너지를 쓰는 걸까.

아침부터 다시 비가 올 듯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혔고,
비를 예견하며 오늘은 그저 게스트하우스와 경치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하루를 보낼 계획을 한다.

커피와 토스트세트로 늦은 아침과 게으른 시간을 한참 보내고 난 뒤,
포카라의 잘 정리된 여행자의 거리를 거슬러 올라간다.
걸어 걸어서 길의 끝을 찾아간다.
인도와 거의 같은 상품을 파고 있지만,
그것을 파는 사람의 눈빛이 조금은 다르고, 물건을 파는 거리가 반듯하고 넓으며, 동물들이 없다.
그저 터덜터덜 걸으며 여유를 즐긴다.

-지금 너에게

이제 널 내 옆에 두기로 한다.
널  내 옆에 둔 적이 없었다. 그건 거짓이고 동시에 사실이다.
난 너가 있는 곳에서 도망쳐 왔다. 그건 자유야.
널 맘껏 옆에 두어도 되는 자유를 얻었고, 너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도 되는 자유 또한 얻었다.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며 널 옆에 두기로 했다.
이제 넌 나의 여행을 함께 하는거다.
내 맘대로.난 지금 자유다.
여행은 그런 자유를 준다. 맘껏 그리워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멀리 있어서 좋다. 널 함부로 너라고 부를 수 있어서 좋다.

지금 널 내 옆에 두기로 한다.

생각해보면 널 제대로 옆에 둔 적이 없었다. 
그건 거짓말인 동시에 정말이기도 하다.
난 너가 있는 곳에서 멀리 도망쳐 왔다. 
너가 보이지 않아 난 이제 자유다.

널 맘껏 옆에 두어도 되는 자유, 
너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도 되는 자유.

널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는 일상 속 내 옆에 두기로 했다.
이제 넌 나의 여행을 함께 하는거다.

여행은 너와의 거리를 선물로 주었고, 너와의 거리 탓에 맘껏 그리워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나는 얻었다.
멀리 있어서 좋고, 함부로 너라고 부를 수 있어서 좋다.





이  곳 포카라처럼 잘 정리된 여행자의 길을 걸으면 같은 여행이면서도 맘이 급해진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맘이 든다.
이상하다.
치열하게 붙어 다니는 삐끼나 정신없이 어질러진 더럽고 좁은 거리는 여행이라는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있는 느낌이 들지만,
지금은 마치 시간을 탕진하는 듯이
혹은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마치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신경이 쓰인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인도를 여행하는 것은 커다란 과제수행을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많은 여행자들에게 보람있는 여행으로 느껴지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계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여행은 과제수행이나 업적을 쌓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여행에서 주어진 시간은 그동안 수고한 댓가로 받은 돈이 벌어다 준 것이다.
나를 치열하게 달구고, 식히고, 넓히고, 올리는 일을 번갈라 적절히 할 때에라야만이 단단한 내가 만들어짐을 놓치면 안된다.
뜨겁게 달구어지기만 하는 난 어떤 연장으로도 쓸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게 식히고 다시 달구고,
그렇게 거푸질을 거듭 거듭하면 결국 난 단단한 연장이 되어 있을 것임을 몸으로 배워가야 한다.

밤새 땀을 무지 흘린 날, 아주 푹 쉬었다.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아주 멀리 있어 파랗게 보이는 산과 점점 내게 오면서 초록빛이 되는 산, 그리고 산과 같은 색의 호수,
더 가까운 곳에 초록 잔디밭 그 위에 빨간 꽃들사이에서
놀아야 해. 놀아야 해. 마인드 콘트롤을 하면서 종일 놀았다.

오늘 밤에는 땀 흘리면서 자면 안돼.
괜찮아.
아무 일도 없잖아.

그 사이에 나! 참 아름다운 곳에서 알베르 까뮈의 행복론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행복?

까뮈는 "인간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이란 살아야 한다는 것이요, 행복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말하더라. 행복이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고도 말했고....
그런가? 그런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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