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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파키스탄의 대우버스

by 발비(發飛) 2006. 9. 18.

 

 

 

 

 

 

방금 잠시 나갔다오면서 시내버스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나

가장 행복했었던 버스를 사진 파일에서 찾아냈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좋은 버스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그럼 모두들 대우버스라고 말한다.

일반버스가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까지 150루피인데 대우버스는 490루피이다.

많이 비싸다.

대우에서 경영을 하다가 대우의 어찌 어찌된 일로 삼미대우버스라고 이름을 고쳐 그대로 운행한다.

워낙 대우 이름이 유명해서 뗄 수가 없었다나 어쨌다나....

 

비싸더라도, 과감히 시승을 해줘야 한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내 얼굴이 확 피어오르는 것을 스스로 느끼며,

파키스탄 사람들에게 잘 난 척 고개를 척하니 들고서... 좋더라.

 

그럼, 대우버스 시승기

 

대우버스 터미널이 별도의 장소에 따로 있어서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대우버스 터미널이라고 말했더니 데려다준다.

표를 예매하고 발권하는 창구건물 또한 깔끔한 독립건물이었다.

모든 표도 전산으로 발권되고 있었다.

사실 이건 파키스탄에선 보기 힘든 일이거든....

 

짐칸에 텍을 부쳐서 짐을 확인하고 넣어주는 걸 보면 아마 잃어버리면 보상이라도 해 줄 모양이다.

짐을 잃어버릴 위험때문에 나와 동행했던 여행자는 기를 쓰고 배낭을 자신의 자리 의자 밑에 구겨넣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버스를 타면서 그는 아주 편한 얼굴로 짐칸에다 배낭을 맡기고 텍을 받아들었다.

이것도 보기 힘든 일이긴 마찬가지지(우리나라에서도 안 주지 않나...).

 

버스에 올라탄다. 파키스탄의 전통복장을 한 마치 비행기 승무원같은 이쁜 언니가 자리를 잡아준다.

파키스탄의 언니들은 대체로 얼굴을 곧게 들지 않는 편인데,

이 언니는 꼿꼿하기가 비행기 승무원보다 한수 위더라니.

파키스탄 젊은 언니의 얼굴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일도 흔치 않거든...

 

이쁜 언니가 자리를 안내해주고나면  한 아저씨 캠코더를 가지고 올라탄다.

그 아저씨 자리번호마다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다 촬영을 한다.

만약에 사고가 날 경우 신원파악을 하기 위한 것이라나,

난 그가 캠코더를 가지고 내 앞에 왔을 때 브이를 그려주었다.

그 아저씨 나를 보고  웃는다.

언젠가 만약 캠코더를 다시 틀어볼 일이 있다면, 극동의 한 여자가 브이를 그리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또 다시 마구 웃겠지.

참 가관이었다.

 

휴게실 바로 전 쯤에 작은 상자와 컵이 배달된다.

상자 안에는 샌드위치와 머핀, 그리고 크로와상이 들어있다.

음료수는 환타와 콜라, 물 중에 선택을 해서 마실 수 있다.

더 달라고 하면 더 준다. 냉장고안에 잔뜩 들어있는 것 내가 봤다.

빵들의 맛은 파키스탄의 일반 가게에서 먹는 것보다 조금 더 고급인 듯 부드러웠다.

맛나게 잘 먹었지.

이 음료수는 종착지 시내로 들어서자 언제나 그랬던 듯,

교통경찰에게 한 통 주고, 길에서 구걸하던 사람이 버스를 향해 손을 내밀면 또 한 통 주고...

잔뜩 냉장고의 물과 음료수를 아낌없이 나눠주고 터미널로 들어갔다.

아무튼 파키스탄 사람들은 대체로 참 착하고 부드럽다.

 

아,

중간 휴게실에 들렀을 때, 대우 AS전담하시는 분이 날쌔게 오시더니,

버스의 이곳 저곳을 살핀다.

가슴에 대우 마크를 휘황차게 달고 말이다.

한국사람이라고 말하니 그 분도 반갑다하신다.

그런 의미에서, 하도 반가워 기념으로 한 컷!

왜 그리 좋던지......, 내가 마치 뭐가 된 기분이더라니.

 

저 사진 이후에 난 아마 몇 컷을 더 찍었다.

그날은 너무 더운데다 이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머리와 얼굴에 숄을 두르지 않았었다.

영락없이 머리카락과 얼굴을 감추지 않고 다니는 동양의 여자와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일련의 무리가 있었다.

그들의 문화상 여자에게 사진찍자는 말은 못하고 나와 함께 남자여행자에게 미리 접근한 뒤,

투게더했다.

 

거의 45도가 넘는 참 더운 날이었는데,

정말 빵빵한 에어컨에서의 5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의 시원함이란 참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역시 잘 나고 봐야한다.

잘 난 것이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내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나와 소속이 같다는 이유로 무지 즐거웠던 여행 중의 어느 날이다.

 

혹 파키스탄에 가실 일이 있거든

대우버스 한 번 타보신다면 행복해질 것이다.

.

.

.

생각해보니, 이 정도에 왜 호들갑이냐고 저에게 핀잔을 주실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쪽 지역사람들이 주로 타고 다니는 버스를 상상하실 수 없을만큼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계시는 것이 아니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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