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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앙코르왓 사원

by 발비(發飛) 2006. 9. 16.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날은 아껴두었던 앙코르왓 사원을 보는 날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재해있는 앙코르 유적군들을 미리 보고

가장 나중에 가장 큰 앙코르왓사원을 보라는 것이다.

혹 다른 것들을 넘겨보게 될까봐서, 그 스케일에 놀라게 되니까....

 

 

 

일출을 보기 위해 5시 30분에

툭툭(인도의 릭샤처럼 영업용 오토바이 수레를 30일 동안 예약했었다.)을 타고

앙코르왓 사원으로 향했다.

나와 같이 일출을 감상하기 위한 행렬이 길기도 하다.

 

 

앙코르왓 사원이 연못에 비친다.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있었다.

궁전이 아니라, 사원이다.

앙코르왓- 육신의 그림자라는 뜻이란다.

세상은 사람의 육신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살고 죽고, 그것의 반복이다.

 

이 사원은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의 과도기즈음이다.

입구에는 비쉬누동상이 있고, 사원안에는 불상이 있다.

다른 사원들도 대개 그렇다.

인도의 힌두교가 이곳까지 전파되었다니.... 그 변천까지 같이 흡수하면서 살았다니,

전혀 다른 사원의 모습으로 숨겨져 있었다니.

 

거대한, 너무 거대해서 앙코르 유적군에 사용된 사암이 더는 없단다.

더는 사암이 없어 사원을 짓지 못할 즈음 앙코르왕국은 완전히 사라졌다한다.

 

지나친 것이었을까?

 

 

해는 분명 떴지만, 구름때문에 일출은 볼 수 없었다.

난 가운데 길턱에 앉아 사람들을 본다,

앙코르왓도 멋지지만, 그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경이롭다.

모두 다양한 사람들인데, 한 곳을 바라보는 그들을 보는 동안 내가 행복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눈과 내 눈이 한 곳에서 만난다.

 

한 사람은 드로잉북에다 스케치를 하고

한 사람은 사진을 찍는다.

각각 다르게 앙코르왓을 자신에게 남기고 있는 두 사람이 참 참 진지하다.

여자는 한참을 저 자세로 그대로 스케치를 끝냈고

남자는 이리 저리 그 여자가 스케치를 끝낼 때까지 앙코르왓의 앞모습 옆모습을 고루 담았다.

 

나도 그들이 스케치와 사진작업을 끝낼 때까지 그들의 눈이 머무는 곳에 내 눈을 꽂아두었다.

공감되는 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일본인인 듯이 보이는 한 남자가

저 자세로 앙코르 왓을 장장 30분동안이나 바라보고 있다.

 

새벽녘, 일출도 없는 앙코르왓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여행에서, 그것도 유적지에서는 혼자인 것이 훨씬 더 좋은 듯 싶다.

옆에 일행이 있으면 일행과 유적지를 나눠가져야 한다.

오래된 것들에게는 기운이 있다.

그 기운을 주체와 객체가 되어 나눌 수 있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기운을 받으려는 생각보다 살아있는 나와 같은 호흡을 하는 사람의 기운을 받게 된다.

 

오래된 사암틈에서 발하는 기운을 그저 온 몸으로 받고 있는 남자, 그는 한참을 이렇게 앉았다가

 앙코르 왓 사원을 한 바퀴  돈 뒤에 다시 이 자리에 와서 앉아있었다.

 

그가 무엇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중앙사원 계단 아래 사람들이 쉬고 있다.

계단의 경사가 70도라고 한다.

사람을 위한 계단이 아니라 신이 오르내리는 계단이라서 70도로 만들었단다.

만약 이 돌이 사암이 아니고 대리석쯤이었다면

수많은 사람이 머리를 깼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분명 나겠지만 말이다.

가파른 경사계단을 한 사람씩 내려올 때마다 저 사람들 박수를 친다.

사람들이 무지하게 끙끙거린다.

 

공포란 내가 할 수 있을런지 없을런지 잘 모를때 느끼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그저 조금의 긴장감정도였었다.

나에게 이 계단은 공포가 아니었는데, 앞에서 내려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울다시피 했었다.

 

난 중얼거렸지.

"신이 다니는 길이라는데 뭐가 무서워.

신은 날아다니는데 우리는 한발 한발 디디고 가는거잖아."

 

신발을 벗어 가방에 넣었다.

사암은 따스하다.

구멍이 많아서 기운을 받아들인다.

발가락에 느껴지는 따습고 축축한 기운, 언제 적 것일까?

 

혹,

'지금 느끼는 이 기운이 그 때의 것일지도 몰라.'

발바닥을 최대한 돌계단에 밀착시켰다.

따스하다.

 

 

앙코르를 나오는 즈음은 새벽이 아니라 아침이다.

우리에게는 사흘에 40달러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유적지이지만,

이 곳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다.

전날 온 비가 돌들틈에 많이 고여있었다.

유적지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빗물을 쓸어내고 있는 사이에

아이들은 맨발로 고인 빗물을 다리 삼아 폴짝 폴짝 거리면서 앙코르왓으로 향하고 있다.

그들의 것이다.

 

그들이 지나간 사이에 한국 단체 관광객이 아마 버스로 5대쯤은 들어온 것 같다.

버스에 아예, **관광, **관광이라고 적혀있다.

앙코르유적군의 관리를 캄보디아가 아닌 우리나라와 중국이 한단다.

캄보디아 툭툭기사들은 유적지 앞에다 툭툭을 주차할 때마다 주차비를 내야 한단다.

거기에 반발한 툭툭기사들은 매일 한 사람의 한국인과 중국인을 죽이겠다고 했단다.

대사관에서 붙은 한국인들의 주의를 요한다는 공문이 한국인 식당에 붙어있더라.

(이틀 뒤에 잘 무마되었다고 했다.)

 

그들의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치 불국사에 온 듯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아침식사를 끝낸 관광객들일 것이다.

얼른 그 곳을 빠져나왔다.

다른 유적군에 비해 가장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정말 관광 오신 분들이 상상초월이다.

좀 조용히 그 곳을 바라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거두었다.

새벽에 나온 것이 무지 다행이었지.

 

멀어진, 저 아이들이 한국 아줌마와 할머니들 사이를 이리저리 비집고 다니기 시작한다.

여전히 폴짝거리면서 말이다.

그즈음에는 물다리가 아니라 사람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앙코르 유적군 중 가장 마지막 코스, 앙코르왓 사원.

 

동서남북의 회랑에 그려진 벽화들

중앙사원과 사방 네개의 사원들의 가파른 계단

그 곳의 곳곳에 높인 머리가 없는 수많은 불상들

머리 없는 불상들이 걸고 있는 꽃, 그 앞에 향

 

사람들로 가려진, 아니 어쩌면 사람들 사이에 숨어다니고 있는 신들이 있을 듯 했다.

자꾸 사방을 둘러보게 되는 곳이다.

여러가지 것들이 방해한다, 그럼에도 사방을 둘러보게 되는 곳이다.

 

지금도 살아있는 사원인거지.

 

육신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곳 - 앙코르 왓.

그 곳은 내가 꿈꾸던 곳이었다.

 

시간을 되돌려보면, 사람들을 피해 너무 급하게 나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선명히 보아서 모든 것이 기억나는 그 곳보다는 어쩌면 꿈으로 느껴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아련한 기억이 남아있는 꿈 속의 앙코르왓사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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