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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지금은 방콕!

by 발비(發飛) 2006. 9. 8.

모두들 안녕하신지요.

 

그날 이후

전 쭉 파키스탄에 있었습니다.

파키스탄은 인터넷을 찾기도 어렵고, 혹 찾는다 하여도 화면이 열리는 데만 30분이상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 곳에 들어오지 못했네요.

 

인도에서 파키스탄으로 넘어갔더랬습니다.

땅을 밟고 국경을 넘어갔더랬습니다.

이 두 나라가 뿌리는 같이 하지만, 종교분쟁으로 나뉘어진 까닭에 국경이 좀 살벌합니다.

 

두 나라가 국경의 문을 닫는 5시에는

인도는 인도대로, 파키스탄은 파키스탄대로 응원부대가 구경을 옵니다.

마치 어느 옛날 연세대와 고려대가 운동시합을 할 때처럼 각자의 구호를 부르고, 노래를 부릅니다.

"파키스탄!!!"

"힌디스탄!!!"

한 시간 이상이 되는 '플래그 세레모니'를 파키스탄 측에서 보았습니다.

그것도 외국인이라고 귀빈석에 앉아서요.

 

국경도시이면서,

한때 인도가 무슬림의 땅이었을 때 잠시 천도를 했다는 '라호르'에서 일주일정도 머물렀습니다.

포트와 모스크와 박물관을 돌아다녔습니다.

그 외의 시간은 너무 너무 더워서 KFC로 피난을 가 시간을 보냈습니다.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 갈 생각이었으나,

죽을 지경인 더위때문에 히말라야 아랫동네 훈자로 향했습니다.

 

라호르에서 이슬라마바드까지 5시간- 아~ 뿌듯하기도 하여라.

그 구간에 버스 회사 이름이 대우인 대우버스가 다닙니다.

일반버스보다 세배정도 비싼데, 이 버스가 거의 비행기수준입니다.

맛난 종류의 빵도 주고, 음료수도 주고, 누가 탔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 촬영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대우라는 이름이 그 곳에서는 고급교통수단의 상징이었습니다.

어찌나 좋던지요. 갑자기 뿌듯 뿌듯....

 

이슬라마바드에서 훈자라는 마을이 있는 '카리마바드'까지는 22시간이 걸립니다.

이 곳은 파키스탄 정부주관 버스인 NATCO를 타고 갔습니다.

에어컨이 나옵니다.

인도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가다 서다를 형식도 없이 멋대로 하던 인도버스와는 달리, 참말로 열심히 달리더군요.

운전기사가 릴레이를 하듯이 한 곳에서 운전기사가 내리면,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운전기사가 운전을 시작합니다. 곳곳에서 바꿔가며 운전을 했습니다.

아무튼 파키스탄 사람 많이 착하고 좋았습니다.

 

정신없이 아마 만 하루하고도 몇시간을 더,,, 땅을 디디지도 못하고 차만 탔습니다.

이젠  이 정도야 뭐!

도대체 20시간이 넘는 이동을 몇 번째 하는거야 '

그러면서,

'얘들 땅덩어리는 왜 이리 넓은 것이야. 그러면 좀 잘 살기나 하든지..'

 

훈자입니다.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제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는 한국사람이 주로 이용하는 곳인데,

숙소의 문을 나서면 바로 앞에 설산이 있습니다.

 

수목한계선을 따라 선이 분명하게 잘려진 모습,

그 뼈다귀산위에는 하얀 설산이 햇빛에 반짝이기도 하고, 구름에 엉켜 어느 곳이 산인지 어느 곳이 구름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종일 설산을 바라보았습니다.

밤이 되면 의자를 베란다 앞으로 쭉 빼 두고 별들을 봅니다.

 

은하수를 만났습니다.

처음 은하수를 만나던 날,

"저거 은하수 아니야?"하고 옆에 있던 여행자에게 물었습니다.

구름이랍니다. 전에 은하수 봤는데 그것과는 다르답니다.

"은하수 같은데... 구름처럼 생겼다던데..."중얼거렸습니다.

다음날도 똑같은 모습으로 하늘에 걸쳐있으면 은하수라고 인정하겠답니다.

다음날에서 은하수가 하늘을 가로 질렀습니다. 그들이 민망해했습니다.

"그 분이 오셔도 몰라보다니, 이 죄를 어찌하리오." 그들 중에 한명이 중얼거립니다.

 

그리고 수많은 별똥별이 떨어집니다.

소원을 빌어야지 했지만, 그리고 소원을 입으로 외고 있었지만,

정작 별똥별이 떨어지면 놀래다가 그냥 보냅니다.

이런들 저런들.... 그 곳에서 참 좋았습니다.

 

울타메르라는 곳으로 하루 트래킹도 다녀왔습니다.

빙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곳입니다.

가파른 절벽 계곡길을 따라 경사진 곳을 헉헉거리면서 오르다보니, 산에서 소와 양에게 풀을 뜯기고 돌아가는 몰이꾼들이 내려옵니다. 올라갑니다.

내려오는 소들과 양들, 그리고 몰이꾼들에게 인사를 하고,

올라오는 그들을 따라 울타메르에 올랐습니다.

 

하얀 빙하는 아니지만,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빙하가 내려앉을 때면

겉은 검은 색이지만 하얀 속살을 내 보이며서 빙하는 계곡으로 떨어집니다.

해발 3500미터 정도의 곳이라 숙소에서 올려다 보던 설산이 바로 앞인 듯이 마주합니다.

며칠 전 비가 내리더니,. 그 곳에선 눈이 내렸나봅니다.

이글네스트라는 곳에 올랐던 며칠 전보다 더욱 하얗게 빛을 냅니다.

 

파수라는 곳에도 다녀왔습니다.

인디애나 존스에 나온다는 서스펜스 브릿지를 보기 위해서요.

근데 이곳도 이상기후라네요.

비가 무지하게 와서,,, 위험해서 그 곳에는 가지 못하고 하룻밤만 자고 내려왔습니다.

차가 오지 않아 트럭을 히치해서 짐칸에 탔습니다.

히말라야는 무지하게 춥습니다.

코에서 콧물이 줄줄 나옵니다. 배낭에서 침낭을 꺼내 뒤집어 쓰고 한 시간정도를 달렸는데,

무지 추웠지만, 정말 경치 하나는 끝내주더군요.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리고 다시 며칠...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파수에서 하루 묵는 동안 빈대인지 벼룩인지 모를 것에 온 몸이 벌집이 되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뭐지?

떠남이었습니다.

파수에서 돌아와 훈자에서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여행의 시작과는 달리 여행이 한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서쪽으로 계속 가보기로,

그래서 이란의 여인네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내가 봤던 영화와 뭐가 다른지

터키의 문명 혼재 상황도 느끼고 싶고, 특히 영화 '우작'에 나오는 터키의 겨울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지중해의 하얀 집들과 파란 바다.

스페인의 훌라멩고에 취하고 싶었더랬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럽으로 간다면, 고흐와 램브란트의 그림앞에서 서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결정했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그것도 육로로 이동을 하다보면,

분명이 다른 나라인데, 아주 천천히 바뀌니까,

그리고 다른 나라에 들어가면 전 나라와 공통점을 미리 찾게 됩니다.

그리고 말하지요.

"똑같네."

비행기를 타고 유럽에 한 번, 아프리카에 한 번, 중동에 한 번,

그런 식으로 문화를 건너뛴다면 문화충격이 가능하지만, 가능한 일이 아니지요.

 

파키스탄이라는 나라는 제 속에서는 적어도 참 많이 동 떨어진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의 한 가운데 있으면서도, 다른 색으로 분리되기보다는 혼합색으로 보였습니다.

언젠가 말한 것처럼 내가 지금 밟고 있는 이 곳이 누군가의 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 꿈을 시큰둥하게 꾸고 있는 것입니다.

 

결정했습니다.

돌아가기로 ... 지중해를 가는 길은 쉽습니다. 어려운 구간은 다 지난 겁니다.

그리고 유럽이라는 곳도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리만큼만 가면 됩니다.

노트에는 그 곳에서 가서 봐야 할 것과 추천받은 숙소들이 깨알같이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나 돌아갈래!

나를 다시 비우고, 고갈상태에 이르면, 다시 간절히 원하게 되면 그때 다시 가기로 합니다.

돌아가는 것은 나의 여행 계획으로 볼 때 실패입니다,.

또 한 번의 실패를 겪지만, 그것도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일년을 여행중인 네 사람을 만났습니다.

부부팀, 그리고 여자 한 명,그리고 남자 한 명

그들이 말합니다. 돌아가는 것이 더 큰 용기라고 말이지요.

돌아가는 것이 무섭다고들 합니다.

오랜 여행이 몸에 배어서 집과 반대방향으로 몸이 기운다고 합니다.

저도 혹 그렇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장기여행자의 길로 들어선다고 합니다.

원하냐구요?

원하지 않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아직은 두렵지 않을 때 돌아가려고 합니다.

 

훈자에서 22시간을 홀로 버스를 탔습니다.

그리고 라왈핀디에서 홀로 버스를 탔습니다.

라왈핀디에 도착해서 방콕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습니다.

2박 3일만에 방콕에 도착했습니다.

꼴이 말이 아닙니다. 한 번도 씻지 못하고, 눕지 못하고.... 그런데 설레입니다.

 

처음 저의 꿈이었던 '앙코르왓'은 보고 들어가도 들어가야지요.

내일은 방콕 수상시장투어를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모레는 육로를 통해서 캄보디아의 앙코르왓으로 이동하려 합니다.

그 다음에는 다시 방콕,

그리고 집으로 가려고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저를 걱정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하여, 자세한 일정을 올립니다.

아마 15일 후에나 아님 그즈음에 갑니다.

 

걱정 하신 분들~

부러워 하시는 분들~

저 갑니다.

 

아! 이렇게 말하려니까 걱정된다. 뭘 먹고 살지?

 

기러기

 

메리 올리버

 

당신이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참회를 하며 무릎으로 기어 사막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당신 육체 안에 있는 그 연약한 동물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라

내게 당신의 상처에 대해 말하라, 그러면

나의 상처에 대해서 말하리라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비는

풍경을 가로 질러 지나간다. 풀밭과 우거진 나무들 위로

산과 강위로

당신이 누구인든, 얼마나 외롭던

매 순간 세상은 당신을 초대하고 있다.

 

나 초대받은 거라 생각할래!

여행 중 만난 시입니다. 초대받았다고 믿을랍니다.

 

컴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뭘 하고 사는지 보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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