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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데일리, 델리!

by 발비(發飛) 2006. 8. 18.

어제 새벽 5시 네팔 카투만두 숙소를 출발했다.

소나울리까지 8시간,

바로 국경으로 이동한다.

릭샤가 있기는 했지만, 그저 걷는다.

 

새까맣게 타서 반팔 티셔츠라인때문에 지나가던 네팔리들이 웃었는데...

그 라인을 없애려고 소매를 걷고 다녔었는데,

다시 한 번 진하게 팔뚝에 흑과 백의 경계가 더욱 강력해진다.

뜨겁다. 뜨겁다. 참 많이 뜨거워 손등에서 땀띠가 올라온다.

 

지난 달 25일에 이 길을 걸었었다.

처음으로 국경이란데를 걸어서 넘었었는데, 다시 그 길을 넘어간다.

입국확인서를 썼던데서는 출국확인서를,

출국확인서를 썼던데서는 입국확인서를,

들고 나가는 길이 참도 간단하다.

사실, 슬쩍 들고 나가도 아무도 모를 듯 싶기도 하다.

휙 그 곳을 지났다.

 

네팔군인들의 군청색 군복이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인도 군인들의 누런 군복이 안녕하고 나를 맞는다.

 

버스를 탔다.

고락뿌르까지 2시간이 걸렸나 아마 그 이상이었을런지도...... 비몽사몽이었으니까.

 

버스에서 내리자 한 시간정도 남은 기차시간을 두고

델리에서 암니챠르까지 가는 기차를 예매해야 한다.

줄이 참 길기도 하다.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원래 계획이었던 오늘밤도 내일밤도 기차표는 없어, 모레밤으로 예매를 했다.

(그래서 델리에서 이틀을 더 묵어야 한다.)

저녁을 먹을 사이도 없이 기차에 탄다.

물도 사지 못하고 먹을 것도 사지 못했다.

 

저녁 7시 15분에 타서 오늘 델리에 내리니 아침 10시 30분이다.

도대체 몇 시간을 .....

내리기 한 시간전에야 나타나는 물장수, 한 페트병을 다 마셨다.

 

델리다.

델리는 데일리라고 델리라고 이곳 여행자들은 말하는데, 정말 데일리 이 곳을 오는 느낌이다.

올 때마다 다르다.

처음 왔을때의 충격적인 모습은 점점 무디어지고,

두 세번째 왔을때의 복잡함도 점점 무디어지고,

방학이 끝나서인지, 도무지 볼 수 없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좀은 한산해 보이는 것이 섭섭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과 함께,

인도여행이 끝났음을 몸과 마음으로 팍팍 느낀다.

고락뿌르에서 델리로 오는 기차를 SL로 끊었었다.

화장실 바로 앞이라 열 몇 시간 내내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왔었는데,

델리가 가까워지자, 소란스러운 SL기차가 좀 그리워지기도 하겠다 싶다.

암니챠르까지 가는 기차는 보람차게 3A로 예매를 했으니, SL은 이제 마지막이다!

나에게 인도와 SL은 거의 같은 톤의 그림으로 느껴진다.

번잡스러움. 복잡함, 냄새, 사람....

 

곧 그리워지겠지 싶다.

시간을 보내기가 힘이 들고, 지치더라도 그것도 또한 그리움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20일 넘게 보냈던 네팔이 꿈처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더 긴 시간을 좀 힘들게 보냈던 인도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할 곳인 듯 내 발 아래 있는 듯 하다.

늪처럼...

이틀이 유예되었다.

 

여전히 빠하르간지는 시끄럽고, 거지들은 많고, 삐끼들은 극성이고, 소들이 가로 젓고 다닌다.

그리고 덥다!

무지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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