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5시 네팔 카투만두 숙소를 출발했다.
소나울리까지 8시간,
바로 국경으로 이동한다.
릭샤가 있기는 했지만, 그저 걷는다.
새까맣게 타서 반팔 티셔츠라인때문에 지나가던 네팔리들이 웃었는데...
그 라인을 없애려고 소매를 걷고 다녔었는데,
다시 한 번 진하게 팔뚝에 흑과 백의 경계가 더욱 강력해진다.
뜨겁다. 뜨겁다. 참 많이 뜨거워 손등에서 땀띠가 올라온다.
지난 달 25일에 이 길을 걸었었다.
처음으로 국경이란데를 걸어서 넘었었는데, 다시 그 길을 넘어간다.
입국확인서를 썼던데서는 출국확인서를,
출국확인서를 썼던데서는 입국확인서를,
들고 나가는 길이 참도 간단하다.
사실, 슬쩍 들고 나가도 아무도 모를 듯 싶기도 하다.
휙 그 곳을 지났다.
네팔군인들의 군청색 군복이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인도 군인들의 누런 군복이 안녕하고 나를 맞는다.
버스를 탔다.
고락뿌르까지 2시간이 걸렸나 아마 그 이상이었을런지도...... 비몽사몽이었으니까.
버스에서 내리자 한 시간정도 남은 기차시간을 두고
델리에서 암니챠르까지 가는 기차를 예매해야 한다.
줄이 참 길기도 하다.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원래 계획이었던 오늘밤도 내일밤도 기차표는 없어, 모레밤으로 예매를 했다.
(그래서 델리에서 이틀을 더 묵어야 한다.)
저녁을 먹을 사이도 없이 기차에 탄다.
물도 사지 못하고 먹을 것도 사지 못했다.
저녁 7시 15분에 타서 오늘 델리에 내리니 아침 10시 30분이다.
도대체 몇 시간을 .....
내리기 한 시간전에야 나타나는 물장수, 한 페트병을 다 마셨다.
델리다.
델리는 데일리라고 델리라고 이곳 여행자들은 말하는데, 정말 데일리 이 곳을 오는 느낌이다.
올 때마다 다르다.
처음 왔을때의 충격적인 모습은 점점 무디어지고,
두 세번째 왔을때의 복잡함도 점점 무디어지고,
방학이 끝나서인지, 도무지 볼 수 없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좀은 한산해 보이는 것이 섭섭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과 함께,
인도여행이 끝났음을 몸과 마음으로 팍팍 느낀다.
고락뿌르에서 델리로 오는 기차를 SL로 끊었었다.
화장실 바로 앞이라 열 몇 시간 내내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왔었는데,
델리가 가까워지자, 소란스러운 SL기차가 좀 그리워지기도 하겠다 싶다.
암니챠르까지 가는 기차는 보람차게 3A로 예매를 했으니, SL은 이제 마지막이다!
나에게 인도와 SL은 거의 같은 톤의 그림으로 느껴진다.
번잡스러움. 복잡함, 냄새, 사람....
곧 그리워지겠지 싶다.
시간을 보내기가 힘이 들고, 지치더라도 그것도 또한 그리움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20일 넘게 보냈던 네팔이 꿈처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더 긴 시간을 좀 힘들게 보냈던 인도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할 곳인 듯 내 발 아래 있는 듯 하다.
늪처럼...
이틀이 유예되었다.
여전히 빠하르간지는 시끄럽고, 거지들은 많고, 삐끼들은 극성이고, 소들이 가로 젓고 다닌다.
그리고 덥다!
무지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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