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오전 11시30분인데, 그 곳은 오후 3시가 넘었네요.
파키스탄 비자는 잘 접수했습니다.
월요일은 파키스탄의 무슨 날인지, 아무튼 공휴일이라 화요일에 비자를 받기로 했습니다.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파키스탄으로 간다는 스위스 여행객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중동의 이야기를 그저 편안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파키스탄을 중동이라고 엮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이 곳 네팔이나 인도에서는
파키스탄까지를 한 루트로 엮어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처럼 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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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카두만두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습니다.
카두만두의 .타멜거리'는 여행자의 거리입니다.
여행자의 거리는 여행자만을 위한 공간이지요.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모두 여행자들을 위해서 셋팅되어있습니다.
네팔의 주 관광종목인 안나푸로나와 히말라야 트래킹을 위해 전 세계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니깐요.
안나푸로나는 포카라에서 시작하게 되고
히말라야는 이 곳 카투만두에서 시작됩니다.
트래킹을 마치고 온 사람들은 쉬고, 트래킹을 떠나는 사람들은 준비를 하는 곳이지요.
먹는 것.
식당에는 전 세계의 음식이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음식들이 다양합니다.
그리고 인도와는 달리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버팔로 스테이크는 양이 장난 아니게 많기도 하고 맛납니다.
그래서, 연일 스테이크를 밥 먹듯이 먹고 있습니다.
인도의 백반이 '탈리'라면 네팔의 백반은 '달밧'입니다.
달밧이 탈리보다는 우리의 입맛에 더 잘 맞네요.
지역에 따라 나는 나물 반찬이 하나, 고기 종류 하나, '달'이라고 하는 곡물 스프하나, 앗차르라는 장아찌인듯 김치인듯 장류인듯 한 것이 하나, 아주 깔끔하게 나옵니다.
칼국수와 비슷한 툭바, 수제비와 비슷한 땜뚝도 고추가루 풀어서 먹으면 훌륭하구요.
인도에서 워낙 먹는 것에 대한 단련이 잘 되어서인지 GOOD입니다.
입는 것.
지금은 좀 덥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은 비가 무섭게 내립니다.
해가 쨍째하고 좀은 습한 기운도 느껴지구요.
인도에서는 인도의 얇은 옷이 아니면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 곳은 한국에서 가져간 면티를 입고 다닐 정도는 됩니다.
참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도에서는 어느나라여행자든 거의 대부분 인도의 옷을 입고 다닙니다.
(덥다, 세탁하면 마르기 어렵다, 재미없다..는 이유로.)
이 곳 네팔은 기후가 그래서인지 그저 자연스레 가지고 간 옷들을 꺼내입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당연 옷을 파는 옷 가게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입는 옷과 닮았구요.
트래킹하는 동네다보니,
트래킹메이커들의 짝퉁이 무지하게 많은데...
'노스***'라고 하는 옷의 짝퉁이 거의 모든 옷가게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 옆으로 노스*** 매장도 있구요. 두 곳이 다 무사하니 그것 또한 희한하구....
사람들이 입는 옷과 파는 옷들이 사계절 모두 보입니다. 이것도 자유로움의 하나인 듯 합니다.
무지 더운데... 털모자와 털잠바를 팔고 입고 다니고, 그 옆에는 민소매를 입은 여자가 걷고
참 재미있는 동네입니다.
자는 것.
전 지금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습니다.
참 많은 한국인들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밥도 같이 먹고....
곳이 곳이다보니,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고, 장기여행자들, 스님, 여행가이드분, 그리고 네팔이나 인도에 사시는 분들.
어젯밤에는 이 곳에서 사두의 계를 받으신 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며칠 전 그 분을 뵈었는데, 머리는 완전 히피(히피의 모델이 사두였데나...) 냄새 장난 아님!
그 분에 관한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전 여행중이라 만날 수 있었던 분이라 좋았다고 했습니다.
그 분의 하고 계시는 일이 무슨 일이든,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든, 그런 것들은 그 분의 문제이고
전 여행 중 한국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한국계사두'를 만난 것으로 의미를 둔다고 ....
여행자임을 느낀다고 했더랬습니다.
좀 넓은 곳에 오니, 그 동안의 만나지 못했던 참 개성 강한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사람들에 대해서는 '열어 두고 보자!'그러고 있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런 내색하지 않고, 맘에 드는 사람이더라고 그런 내색하지 않고...
어쩌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기때문일 것입니다.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거리를 둔다는 것,
열어두고 긍정의 맘으로 본다는 것, 그 두가지의 결과는 같은 것이였습니다.
사람에 대해서 극히 중용을 지키려는 맘!
사람이 자는 것인가? 자는 이야기에 사람이야기가 잔뜩입니다.
노는 것- 만화
게스트하우스에는 무지 많은 만화책이 있습니다.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만화가 안 읽혀지는 장애를 가졌다고....
만화를 두 질 읽었습니다.
남들은 두세시간이면 읽는데, 전 여섯시간에 걸쳐서 허영만의 '무당거미'시리즈를 읽었습니다,
아주 보람찬 시간이었지요.
만화를 보면서 자꾸 손이 눈을 따라가지 못하더라구요.
눈은 벌써 다 읽었는데, 손이 책장을 넘길 생각을 하지 않아서 읽은 데를 또 읽고 또 읽고
그렇지만 이젠 옆에서 만화를 읽던 대학생의 충고에 따라 아예 오른손으로 만화책을 말아쥐어
후루룩 넘기는 방법을 택하고 읽습니다.
참 간단한 해법이었습니다.
읽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넘기는 것이 문제였던거지요.
------- 혹, 이미 다 읽어버린 장이 있는데, 혹, 넘기지 않아서 계속 읽어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그럴 수도 있겠다. 한 손에다 말아쥐고는 후루룩 넘겨버리자!
만화를 보람차게 만 하루를 읽고 난 뒤, 잡은 소설책과 수필집... 역시 단편적인 활자본이 참 편안합니다. 그 익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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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입고, 잘 자고, 잘 놀고 있습니다.
내일은 보람차게 움직일 계획입니다.
카투만두와 좀 거리가 있어서 움직이기 힘들었던 곳을 바쁘게 다녀보려구요.
그리고 비자 찾고.... 수요일 즈음에 다시 인도로 들어가려구요.
지금 현재,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은 여전히 안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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