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진정, 좌충우돌이다.
이 곳에 와서 결정했다.
서쪽으로 가기로.
달마는 동쪽으로 갔다는데, 뭔 까닭인지 모르지.
근데 난 서쪽으로 가려한다.
달마와 나의 공통점은 뭔지 모르는데 있지 않을까?
나도 왜 서쪽으로 가려는지 모른다.
인도에 와서, 파키스탄이 네팔처럼 인도와 붙어 있는 나라임을 알게 되었다.
심정적 거리라고 해야하나.
웬지 인도라는 나라와 인도사람에게 갖고 있는 긍정적(?) 밀착감이 파키스탄을 멀게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된 몇 몇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의 실체와는 상관없이 인도에게 그들의 삶의 크기가 아주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면,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한 심정적 거리가 먼 것도 또한 아주 주관적이랄 밖에 없다.
이건 이스라엘에게 갖는 우리의 감정이 어린 시절 배운 탈무드나, 미국 영화나 이야기책에서 그린 이스라엘만족에 대한 지나친 긍정적 입장, 그에 반한 아프카니스탄 등 일군의 나라들에 대한 입장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인도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민족, 아니 나라의 사람이라면 첫번째는 당연 인도인이고
다음으로 많이 만나는 민족이 이스라엘 민족이다.
그들 한 나라와 한 민족은 우리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 놓는 새로운 나라이다.
실제로 만난 그들은 글쎄다.... 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속에서 섞이고 삭히고 여과되기를 기다리고,
꼭 한국에 돌아가면 그들에 대해 객관적인 책들도 읽어본 뒤,
말하고 싶다. 말이 하고 싶다. 말이 하고 싶은 것을 참는다.
인도라는 나라와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에 대해서는 기다리기로 한다.
아무튼,
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라는 두 나라, 인도로 부터 분리된 두 나라 중 파키스탄 쪽으로 움직여 보기로 했다.
일단은 인도에서 만나는 무슬림들의 복장이 참으로 맘에 든다.
그 생김도 역시나.... 이것 또한 환상일 것이며 또한 진정한 이유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파키스탄,
예고도 준비도 없이 선택하였다.
내 맘이 그 쪽으로 향했다.
그래서 오늘 좀 움직였다.
이 곳 카투만두에서 말이다.
일단은 파키스탄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인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므로 인도를 거쳐서 파키스탄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비자는 네팔에서 받는 것이 좋단다.
왜?
간단하다. 인도하고 파키스탄하고 사이가 안 좋으니까.... 네팔에서 살짝 비켜나 받는다.
네팔에서도 뭐 다른 나라같지는 않다.
네팔이 인도에 붙어서 사는 나라라고 해도 가히 틀린 말이 아니니까 ....
(이 곳 네팔에 와서야 알았다. 인도에서 그리 많은 물건들을 생산하는지 말이다. 모든 것이 메이드 인 인디아다. 과자, 전등, 심지어 약까지 말이다.... 인도 어디에서 생산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지 놀랄 노자 였다.)
네팔에서 비자는 받고, 인도로 다시 들어가서 암니차르에서 연결되는 파키스탄 국경으로 넘어가야 한다. 아마 좀 시간이 걸리겠지.
아침에 일단은 여행사로 갔다.
여행사에서 비자업무를 대행해주니까, 이리저리 헤매는 것보다는 수수료를 좀 주더라도 그게 낫다 싶었다. 그런데 여행사에서는 다른 나라의 비자는 대행해주어도 파키스탄은 안된단다. 직접하란다.
그래서
파키스탄 대사관까지 택시를 175루피나 주고 갔다.
그랬더니, 한국대사관의 추천서를 받아야 한단다. 좀 알아보고 갔었어야 하는데....
(사실, 어제 인터넷에서 알아봤더니, 그런 말이 있어서 여행사에 물어보았는데 필요없다기에 그냥 간건데... 그렇지만 그들이 잘 못 말한 것은 아무런 핑계도 해결도 되지 못한다. 나의 문제다.)
그래서 오전 업무만 본다는 대사관의 말에 한국대사관과 파키스탄 대사관은 내일 다시 가기로 했다.
잠시 딴 소리.
한 가지 보람찬 일은,
돌아오는 길에는 175루피나 주고 택시를 타지 않았다.
5번 버스를 탔다.
5번 버스, 우리나라 봉고보다 작은 버스다. 툭툭이라고 동남아에 그런 버스가 있단다.
딱 그거다.
7루피를 주고 그걸 탔다.
마주 앉은 할아버지 한 분이 나더러 머리를 뒤로 넘기라고 시늉을 하신다.
눈이 찔리면 눈이 아플거라면서,
옆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나의 흉까지 보시며 나의 흩어진 머리를 나무라신다.
웃기고도 좋더라.
우리 엄마도 나더러 항상 머리 좀 가지런히 넘기라고 말하는데....
간만에 앞머리 넘기라는 잔소리를 들으니 참 좋더라.
웃었다.
내일도 7루피짜리 아주 작은 버스 타고 가야지.
바로 그 맛이야 그럼서 버스에서 내렸다.
다음에 한 일
원래는 8월말에 카투만두에서 아웃하려고 했으니, 여정을 바뀐 것이다.
그래서 로얄네팔항공사를 찾아가 귀국날짜를 늦추는 일이다.
항공사의 위치를 물었다.
릭샤를 타고 50루피가 나오는 거리란다. 걸었다.
이쪽 저쪽... 뉴로드라는 말만 가지고 말이다.
이리 저리 한참을 걷는데, 오늘이 무슨 축제일이란다.
바라나시에서도 축제를 하더니, 힌두인의 축제라는데 공동제사를 지내는 날이라나 뭐라나.
아마 어떤 공동체가 묶음이 되어 한 영정을 들고 가장 무도회처럼 분장을 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이 팀 저 팀 순서를 정해 온 카투만두를 순례한다.
행사 진행요원도 있고,
온 카투만두의 사람들이 옷을 잘 차리고 나와 앉아 그들의 행렬을 구경하는 것을 보면 큰 행사인가보다.
그 행렬의 가운데 서서 걸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 사이에 있을 때라야 흘러갈 수 있었기 때문에.
한참을 그들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니, 로얄네팔항공사가 나왔다.
그 사이 항공사의 이름이 바꼈다. 그냥 네팔항공이다.
날짜를 바꾸고, 방콕에서 스탑오버하는 것은 웨이팅이다. 가끔씩 자리를 체크해야 한다.
한 건 했다.
짧은 영어로 한 가지 일을 해결할 때 마다 숨을 몰아쉬고 속으로 외친다. 한건했다!
그리고 거리를 나가보니,
이 곳이 어디더냐?
책에서 본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덤벨광장이다.
거기를 가려고 온 것이 아닌데, 그 축제행렬의 턴이 여기서 이루어진 것이라 여기까지 온 것이 되었다.
그저 그저.... 따라왔더니, 이 곳이네.
엉결에 축제구경으로 바쁜 광장 한 가운데 섰다.
문화유산은 보이지도 않는다.
너무 사람이 많아서 사람만 보인다.
(고백컨데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이 곳에 입장료는 외국인에 한해서 200루피이다. 난 그저 행렬을 따라 오다보니, 돈을 내지 않고 들어왔다.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다.ㅋㅋ)
보람찬 투어를 마쳤다.
아직 내일 일을 해결해야 하지만,
이젠 방법을 아니까 그저 움직이면 된다.
혹 다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시 하면 된다.
보람차게 기쁘게 말이다.
왜냐면, 난 준비 없이 왔으므로 남들보다 좀 더 수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가던 길을 다시 가고, 한 일을 또 한다 해도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준비해서 이 곳으로 오는 것 보다는 훨씬 빠르고 쉬운 일이니까 말이다.
지금부터 나의 일정은 진정한 좌충우돌이 되지 않을까싶다.
기대된다.
나의 좌충우돌이.
그렇지만,
혹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그러지 마소서 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 하루를 보면,
한국에서는 분명 짜증나는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왜?
돌아가고, 필요없는 길을 가고 하는 것들이 내가 이미 아는 길이나 본 길이 아니고
찾아가는 그 길 또한 나의 투어길이고, 낯선 길이며, 새로운 경험이니,
모두가 여행인 것이다.
나의 범위가 좀 더 커지는 것이니, 난 남들이 하지 않는 여행을 좀 더 하는 폭이 된다.
그렇지?
난 그렇게 생각하면서 좀 즐거우려한다.
오늘.
난
파키스탄 대사관이라는 데도 가보았고
미국 대사관 무지 크게 짓고 있는 곳도 보았고
오스트레일리아 대사관 정문을 보았고
파키스탄 대사관에 들어가려면 나의 가방 전체를 맡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카투만두에는 5번 미니버스가 1분마다 한대씩 정신없이 다닌다는 것도 알았고
세계문화유산 덤벨광장에서 쏘다니기까지 했다.
보람찬 하루랄 밖에....
내일
난
외국주재 한국대사관을 처음으로 가 볼 것이고
파키스탄 대사관을 두번째나 갈 것이다.
그 오고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생길 지는 미정이란다.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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