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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떠남과 떠나보냄

by 발비(發飛) 2006. 7. 23.
여행을 하면서 참 많이 만나고 많이 헤어진다.
그 만남은 잠깐 스치는 것이기도 하고, 한동안 동행을 하는 만남이기도 하다.
자이살메르부터 푸쉬카르까지 열흘정도 같이 했던 여대생 재희가 혼자서 길을 떠났다.
인도에 온지 한 달 정도 되었지만, 항상 동행이 있었단다.
재희는 우다이푸르로 가는 길이었고 처음으로 혼자 이동을 하고 혼자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것이다.
그래야 하는 재희가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을 보며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인도에 와서 참 많이 이별을 했지만 가장 맘이 짠한 순간이었다.
재희는 나와 함께 있는 동안 나를 찍은 사진 파일을 넘겨주었었다.
그동안 인도에 와서 내가 있는 사진은 단 몇 장밖에 없는데, 꽤 많은 사진이 있었다.
몰래 찍은 것,
장난치며 찍은 것,
꽤 많은 나이차이가 나는데도 재미있게 잘 보낸 시간이었다.
같이 즐거웠던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가 재희에게서 느끼는 맘은 처음으로 무엇을 하려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혼자서 길을 떠나는 재희를 보면서 차장에다 대고 버스 잘 갈아타라고 일러주고서도 맘이 놓이지 않았다.
뭐... 그런거지.
재희를 보내고 돌아오면서 떠나는 것에 대해 저절로 생각하게 되었다.
많이 떠난다.
많이 떠나보낸다.
떠나고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닳아질 필요가 있구나
그것이 노련하다면 살아가는 것이 좀 더 자유로울 수도 있겠구나
떠나야 하는 사람은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유 분명한 떠남을 배웅하는데 무디어져야 하겠다.
떠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가 혹은 그녀가 떠나는 것이므로....

푸쉬카르에서 델리로 밤기차를 타고 델리로 갔다.
델리에 갈 때마다 들르는 쉼터라는 한국인 식당에는 두 사람, 나에겐 동생뻘이 되는 두 사람이 운영한다.
그들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그리고 오락가락 종일 델리에서 볼 일을 보고 밤기차로 바라나시로 또 이동을 했다.
난 바라나시로 가기 위해 쉼터식구와 이별을 했다.
일정상 다시 델리로 올 일은 거의 희박한데...
언제 다시 인도로 올지 싶은 맘이 그들을 떠나는데 다시 맘을 짠하게 한다.
잘 살아라고
행운이 꼭 따라주길 바란다고
진짜 행복하게 살아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떠나왔다.
그들은 직업상 항상 보낸다.
떠나보내는 사람앞에 떠나는 사람, 난 떠나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등을 돌리며 떠나 본 사람은 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추를 단 듯 발걸음이 움직이지 않음을.
그저 그 자리에 발이 멈춰 그냥 주저 않았으면 하는 맘을 눌러야 한다는 것을.
잠시 만난  인연에도 그런데
한참의 인연엔 어떨까?
그리고  천륜이라는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의 떠나는 발거음은 또 어떨까?
작은 떠남을 연습하고 살아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 떠나고 떠나보내는데 미숙했다.
여행은 나에게 준다.
떠나고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담담해짐을 나에게 준다.
이건, 아쉬운 맘이 아니라 아쉬운 맘을 안으로 접을 수 있는 담담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떠나고 떠나보낸 이틀을 지나 지금은 바라나시에 왔다.
지난 번 바라나시를 여행할 때 밥을 먹었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주인과 다시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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