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드뿌르에서 푸쉬카르에 가려면, 아즈메르라는 좀 큰 도시를 거쳐야한다.
그러니까
우선 조드뿌르에서 아즈메르로 가고, 다시 아즈메르에서 푸쉬카르를 가야한다.
조드뿌르는 '메헤랑가드성'이라는 큰 관광지가 있지만, 단지 그것밖에 없어서인지
많은 인디아사람들과 외국관광객들은 거의 대부분 투어에 잠깐 들러서 가는 곳이다.
우리(전 자이살메르에서부터 스무살 여대생과 함께입니다.)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워낙 사설버스의 횡포에 많이 당한지라 일단 환한 낮이니까 싶어 공영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릭샤왈라는 영어를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한다.
로컬버스스탑과 아즈메르만을 반복적으로 외쳤더니 알았단다.
공영버스정류장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다.
푸쉬카르나 아즈메르로 가는 버스를 찾고 있다는 것을 광고한다.
방법은 소리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복잡한 버스정류장에서 나의 소리를 들은 인도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버스를 가르켰다.
진정한 로컬버스이다.
2 by 3라고 불리는데, 한쪽 줄은 두 사람이 탈 수 있는 의자가, 또 한쪽 줄은 세사람이 탈 수 있는 의자가 놓였다.
이 버스에 대한 아픔이 있다.
아마 리쉬케쉬에서 다람살라로 가는 열 몇 시간을 이 버스로 이동했었다.
진정한 완행버스!
그것도 세사람이 앉는 의자에서 끼어 죽는 줄 알았는데.....
바로 그 버스다.
혹 완행이 아닐 수도 있다싶어 다시 내렸다.
그리고 이 버스가 푸쉬카르까지 몇 시간을 가는지 물어보았다.
앗차!
그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알아듣는 이가 없다.
오직 내가 물은 말은 "하우 롱 타임 투 푸쉬카르?"인데 말이다.
사람들이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영어를 아는 사람을 찾고 있는 듯 내 옆에 섰던 한 남자가 바쁘다.
순식간에 뺑 둘러싸였다.
그리고 잠시 뒤 , 한 할아버지가 나타나셔서 말씀하신다.
8시간에서 9시간이란다.
벌써 버스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타기 시작했고,
또 쌀도 타고 타이어도 타고, 무슨 포대도 타고... 아니다.
이걸 탈 수는 없었다.
왜냐면 가이드북에는 다섯시간이라고 나왔기때문이다.
과감히 내리기로 했다.
같이 움직이는 여대생 재희는 싫은 모양이다.
날씨는 너무 덥고 달리 무슨 방법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때문에 그저 하는 말이 죽기야 하겠어요다.
"안돼.가자!"
밀어붙인 나는 릭샤왈라에게 갔다.
사설버스정류장으로 가자고 했다.
모른다.
또 영어가 안되는 것이다.
또 사람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사설버스라는 말을 알아듣는 릭샤왈라가 수배되었고, 그 와중에 가격흥정도 하고...
혹시 사설버스스탠드에 데려다 주지 않으면 돈을 안주겠다는 다짐도 받았다.
나라는 인간, 인도에서 참 그악하게도 산다!
릭샤왈라!
그는 우리를 태우고 우리가 지나쳐왔던 길을 다시 간다.
그리고 어딘가에 릭샤를 세우고 묻고, 또 묻고 하더니... 사설여행사 매표소앞에 세운다.
자신있게 여기란다.
내려서 당연 확인해야지.
매표소에 일하는 사람에게 아즈메르로 가는 버스가 맞다는 확인을 받고서야 릭샤가격을 지불하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잠시 뒤 매표소 직원!
우리를 다시 릭샤에 태운다.
이번에는 현지 인도인 가족들과 함께이다.
그들에게 아즈메르로 가는 거냐고 물었더니, 더듬거리는 영어로 자이뿌르를 간단다.
아즈메르를 지나서 자이뿌르로 가냐고 다시 묻는다.
자이뿌르를 지나서 아즈메르로 간단다. 지도가 그게 아닌데....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구나.
아무튼
우린 버스가 서있는 모처로 옮겨졌다.
그리고 버스에 탔다.
슬리핑버스다.
4시간정도 걸린단다.
이제 쉴 수 있다.
그 로컬버스에 비하면 완전 궁전인 것이다.
재희는 나에게 고맙단다. 언니가 아니었으면 완전 죽음직전이었을거라면서..... 아직은 이른데.
의자를 뒤로 젖히고 푹 쉬었다.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므로... 아즈메르라고 차장에게 무지 강조하고 나서 말이다.
몇 번의 휴게실을 지났는데, 배가 무지 고팠는데, 우리들은 내릴 수 없었다.
두고 갈까봐...
한참을 가다가 시간상으로 아즈메르가 다가오고 있었다.,
좀 기다리자...
내리란다. 아즈메르란다.
화들짝 놀라 배낭을 챙겨 정신없이 내렸다.
그런데 이건 뭐야.
아즈메르가 이렇게 시골동네인가?
옆에 서있던 사람들에게 물었다. 아즈메르냐고.
아니란다. 아즈메르는 8킬로를 더 가야한단다.
그럼 여기가 어디냐고. 무슨 하이웨이란다.
세상에 우릴 그냥 고속도로에 떨어뜨리고 버스는 줄행랑을 친 것이다.
(나중에 가이드북을 보니, 사설버스가 고속도로에 여행자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
다시 릭샤를 흥정한다.
좀 멀어서인지 비싸기도 하다.
며칠 뒤 델리로 돌아가야 하기에 델리행 기차표를 예매하러 아즈메르기차역으로 가야했다.
아즈메르기차역으로 가자니까, 푸쉬카르로가는 기차는 없단다.
델리기차표예매하러가는 거라니까 푸쉬카르로 가는 기차가 없다는 말만 하면서 걱정이 대단하다.
이 릭샤왈라 영어를 못 알아들으면서 맘만 좀 착한가보다..
아무튼 무조건 가자고 소리를 친 후에야 조용해졌다.
아즈메르기차역 앞에서 내렸다.
와~
정말 대단한 삐끼들!
기차표 예매한다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푸쉬카르로 가는 버스스탠드에 데려다주겠다며 릭샤를 타란다.
기차표를 예매한다고 그렇게 말하는데도 델리로 가는 버스가 무지 좋단다.
푸쉬카르에 가면 자기네 숙소에 묵으란다.
뚫고 뚫어서 기차표예매소.
항상 예매때마다 긴장된다.
내가 가려고 하는 시간에 가려는 곳에 적당한 기차이름과 번호를 찾아야 하고,
시간과 좌석과... 참 복잡하다.
델리행 기차표와 다음날 바라나시행 기차표를 함께 예매를 하고
이젠 정말 푸쉬카르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릭샤삐끼들은 무지 멀단다. 2킬로미터밖에 있단다.
이젠 안 속는다! 이 *야!
슈퍼로 가서 하드 하나를 사면서 푸쉬카르로 가는 버스 스탠드를 물었다.
바로 옆이란다.
그럼 그렇지.
마을버스를 타고 푸쉬카르행 버스를 타는 곳으로 이동을 해서 다시 버스를 옮겨탔다.
진짜 푸쉬카르행 버스였다.
버스는 산을 하나 넘어 가고 있었다.
가는 길 내내 참 많은 사원들이 있다.
불빛에 비치는 사원들에게는 사두들이 주황색 옷을 입고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 비친다.
종일 차에 시달리던 생각을 하며 혼자서 장하다. 그랬다.
옆에 앉은 재희는 처음 인도에 와서부터 항상 동행이 있었다 했다.
그리고 이제 나랑 헤어지면 처음으로 혼자서 인도를 다녀야 한다고 했다.
쫄고 있었다.
전쟁같은 버스타기를 하루 경험하더니, 혼자서 다녀야 할 것이 걱정되나보다.
사실, 좀 빡세긴하지만 해보면 되는건데... 그런데 난 언제 이렇게 쫄지 않게 된거지?
완전 터프녀가 다 되었구나.
재희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저 하고 싶은 말과 가고 싶은 곳을 계속 이야기하면 알아듣는다고...
정말 그런거 아닐까?
내가 하고 싶은 말과 가고 싶은 곳을 계속 말하다면,
나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결국은 알아듣게 되는 것 아닐까?
정말 못 알아들어서 나를 모를 수도 있는 것이고
정말 언어가 달라서, 혹은 환경이 달라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고,
그건 인도에서 뿐만이 아니라
나와 같은 언어를 쓰긴 하지만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포기하지 않고 나를 설명했었다면,
혹은 그가 무엇을 이해 못하는지를 생각해가면서 나의 이야기를 했었다면,
소통불가능이란 진단이 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그것도 그들이 주인인 땅을 다니면서,
그들에 대해 투덜거리는 여행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그들이다.
난, 그들의 땅에 와서 발견하는 내가 새삼스럽다.
낯설고 힘든 경험을 한 번씩 치를 때마다 지난 일들을 하나씩 검산해보게 된다.
어쩌면 앞으로는 좀 나아질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하루 하루...
이 곳 푸쉬카르로 오는 험난한 버스타기를 또 한 번 겪으며, 다시 한 켜를 잘 재워둔다.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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