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푸쉬카르.
이 곳은 힌두교의 수많은 신들중 제 1의 신인 창조의 신 '브라히마'를 모시는 전세계 유일한 곳이다.
힌두들은 자신의 제1신인 브라히마를 그닥 좋아하지 않나보다.
창조의 신 브라히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일리가 있는 듯도 싶다.
창조를 한다? 그것은 만들어진다.
만들어지는 진행형이 아닌 그는 언제나 만드는 .. 그래서 내가 이미 존재하고 마는 것이다.
브라히마를 숭배한다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 나에 대해서 긍정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만들어진 나에 대해 긍정하고 감사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기사 크리스찬들은 이미 만들어진 나,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대해서 항상 감사하라고 하지만서도...
아무튼 힌두들은 그것이 맘에 별로 안드나보다.
그들은 그들의 몇 번째신? 아마 네번째쯤 되는 '쉬바'신을 가장 좋아한다.
쉬바신, 그는 또 누구인가?
파괴의 신이자 창조의 신이다. 그는 마치 그리스신화의 인간을 닮은 신들처럼 좀 인간적이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파괴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다시 창조한다.
갈등한다는 것이 아닐까?
힌디들은 쉬바신을 숭배한다.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재창조되기를 바라는 맘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윤회도 생겨난 것일테고 말이다.
쉬바신에게 기도하면 지금의 나가 허물어지고 다른 나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는 믿음이 이 사람들에겐 있는 것이다.
무심하게 보이는 이 곳 사람들의 속내엔 그런 것도 있나보다.
오늘 아침 이 곳 푸쉬카르의 가트에서는 특별한 뿌자가 있었다.
비가 너무 내리지 않아 '기우제'를 올린 것이다.
쉬바신이나 브라히마신에게만 올린 것은 아닐테지만, 아무튼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기우제를 올렸단다.
이 이야기는 지금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아침에 그랬었단다.
그러나보다 그렇게 생각했었지.
방금 게스트하우스 옥탑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어두워진다.
그리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쳤다.
전봇대에 이어진 전선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끊어졌다.
그리고 비가 억수로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옥탑 레스토랑은 술렁거렸다.
이 곳에서 일하는 인도사람들은 보란 듯이 비를 가르켰다.
그리고 주인은 발코니앞 화분에 심어진 허브화분에 향을 피운다.
향을 피우면서 주인은 이야기한다. 이것도 뿌자라고.... 그는 감사의 뿌자를 올리는 것이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희들의 신은 대단하다."
그들은 아주 즐거워했다.
비는 계속 내렸다.
창가에 앉아 거리에서 술렁거리는 인도인들을 한참 보았다.
앞 건물에 사는 인도의 여자들은 모두 발코니에 나와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눈이 마주쳐서 나도 비가 반가운 듯이 손인사를 했다.
거리에는 맨발로 이리저리 청년들이 장난을 치며 신이 나서 웃고 떠든다.
그들은 비가 와서 기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신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기쁠 것이다.
가뭄때문에 그들이 괴로웠다.
비를 내려주었다.
그들의 신은 그들에게 오늘 새로운 날을 만들어주었다.
아마 그들이 기쁜 것은 자신의 삶이 지금 비를 내리게 하듯 신이 어찌 해 줄 것이라는 기대나 확신때문일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쯤 비는 그쳤고, 거리는 남은 빗물로 반짝인다.
빗물이 거리에서 반짝이는 동안 인도사람들은 환한 얼굴로 여전히 웃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거리가 촉촉한 지금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듯한 멍한 얼굴이 아닌 그저 같이 웃고 싶었다.
나의 일이 아니라 그들의 일이더라도 몇 분 내린 비에도 흠뻑 행복해 하는 그런 얼굴을 갖고 싶은 것이다.
몇 분의 내린 비가 그들에게 빈정거림이 묻은 웃음이 아닌 해맑은(?) 웃음을 주었다.
그들의 신이 그들을 돕고 있다는 강한 믿음이 웃음을 준 것이다. 지금 그들은 행복해보였다.
딴지를 걸고 싶지 않다.
그저 같이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나에게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
그들처럼 웃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그들의 신이 내려주신 비에 감사한다.
잠시.....
난 이런 생각을 한다.
인도에 대한 생각을 할 때마다 난 때때로 갈등한다.
내가 너무 부정적이지 않은가? 혹은 내가 너무 긍정적이지 않은가?
둘 다 무조건적인 감정의 발로가 아닌가하고...
그렇다고 그런 생각을 접을 순 없는 일이다.
왜? 지금 현재는 내 발이 이 곳 인도를 딛고 있기때문이다.
나의 인도이야기가 이리저리 긍정과 부정... 그리고 또 다른 어느 구석과 어느 구석을 튀더라도...
그저 그 순간의 감정임을 말하고 싶다.
어느 것도 정리되지 않은,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 그저 들리는대로, 생각나는대로임을....
그래서 정리되지 않은 것들을 이리 두드려도 되는가 하는 생각도 있음을 .....
그렇지만 시간이 날때면 두드린다.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승하는 나를 꿈꾼다 (0) | 2006.07.21 |
---|---|
사진 몇 장을 보내는데.. (0) | 2006.07.21 |
푸쉬카르 (0) | 2006.07.19 |
자이살메르 (0) | 2006.07.18 |
그저 구경한다구! (0) | 2006.07.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