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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푸쉬카르

by 발비(發飛) 2006. 7. 19.

새벽 4시 30분 눈이 떠졌다.

새로운 곳을 새벽공기로 맞이하고 싶어졌다.

가트에 나가기로 한다.

이른 새벽이라 사람들은 없다.

텅비어있었다.

숄을 두르고... 숙소를 나가는 순간, 나를 맞이하는 것이 있다.

누런 개 한 마리가 나를 따라온다.

따라오는 것만이 아니라 나에게 안길듯이 달려든다.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똥개처럼 눈치도 없이 덤비는 것이다.

인도의 개 싫다.

왜 나에게 이렇게 친근하게 아는 척을 하는거지?

한 마리가 아니다.

이제 네마리가 나에게 덤빈다.

소리를 질렀지만, 새벽엔 사람이 없다.

개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그들의 표정- 개들에게도 표정이 있다. 나에게 무섭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친근하다.

그들을 막무가내로 쫓을 수는 없다.

어쩌지?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나를 떠나 하늘나라로 간 사람들이다.

이곳이 인도가 아닌가?

삼천이 넘는 신을 섬긴다는 인도땅이다.

인도땅이라서 그런 생각이 든 것일까.. 그저 난 나를 떠난 이들의 얼굴과 그 개들을 클로즈업시키고 잇엇다. 맙소사.. 내가 뭘 하는거야. 그럼서 말이다.

생각이 그에게 미친 순간,

난 더는 이 개들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만히 섰다.

가트앞에 가만히 서서 그들이 나에게서 멀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심심해서 내게 멀어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는 되었을까?

움직여보았다.

다시 나에게 안겨드는 개떼들이다.

멀리 저 너머 인도사람이 보인다. 난 그를 향해 헬프미를 소리쳤다.

그 사람 두 손으로 나에게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신호만 보내더니 무심하다.

난 옆에 있는 주먹만한 돌을 들었다.

그리고 그 돌로 위협을 했다.

개들이 주춤한다.

장돌을 든 나는 좀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난 그 돌을 무기삼아 나의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개들은 멀리서 나를 따라오고...

숙소로 돌아와 바람 좋은 창가에 앉았다.

방이 아니라 홀에서 말이다.

그 곳에서 보이는 곳은 내가 돌아온 가트길이 20미터쯤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그 개들이 이리저리 다닌다.

그리고 시간이 그만큼 지나서인지 띄엄띄엄 인도사람이 아침 준비를 해서 다니고 있다.

(인도에는 아침을 빵으로 많이 먹는지, 아침에 빵을 사서 움직이는 사람이 많다.)

한 여자.

하얀 비닐봉지를 들고간다.

개들이 그 여자를 따라간다.

그 여자는 하얀봉지 안에 든 빵을 개에게 던진다.

개는 그것을 받아먹고 뒤돌아간다.

 

또 한 여자

하얀 비닐봉지를 들고 간다

개들이 그 여자를 따라간다.

그 여자 하얀 비닐봉지 안에 든 빵을 개에게 던진다.

개들은 그것을 받아먹고 뒤돌아간다.

 

한 남자

노란 종이봉투를 들고 간다.

개들이 그 남자를 따라간다

그 남자 노란종이봉투 안에 든 무엇인가를 개에게 던진다

개들은 그것을 받아먹고 또 그 남자를 뒤쫓아간다.

 

또 한 남자

무엇을 들고 간다.

개들이 그 남자를 또 따라간다.

그 남자 개들을 쫓는다.

개들은 그 남자를 쫓아간다.

그 남자 무엇안에서 무엇을 꺼내더니 담위에 줄지어 가지런히 놓는다.

개와 그 남자가 그 길을 지나가자 참새들이 담 위에 줄지어 무엇인가를 먹는다.

 

..

.

.

.

.

.

.

 

난 창가에 서서 한 시간 30분을 보냈다.

그리고 그 20미터의 거리에는 여자와 남자 모두 15명의 사람이 개들에게 무엇인가를 던져주었고,

세 사람의 남자는 새들의 먹이를  담 위와 수레 지붕에 뿌려주었다.

이방인들이 모두 잠든 시간,

그들만의 시간이 되었을 때 그들은 그렇게 함께 하고 있었다.

 

내가 볼 수 있는 곳을 보았다.

하늘, 높은 곳에는 독수리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보다 좀 낮은 하늘에는 유난히 날개짓이 심한 비둘기들이 수백마리 날고 있었다.

그 아래는 참새들이 가볍게 뛰듯 날고 있었다.

나의 숙소 옆집, 이층 발코니에는 다람쥐가 미끄러지듯 뛰어다닌다.

또 그 아래 길에는 소와 개들이 이리 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그 사이 사이에 사리를 입은 인도의 여자들이 맨발로 걷고 있다.

또 그 사이 하얀 옷을 입은 인도의 남자들이 가로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난 인도를 여행중이다.

오늘 내가 본 이른 아침의 인도는 한 편의 그림처럼, 혹은 오래된 시처럼....

아주 바랜 모습으로 나에게 심어질 듯 싶다.

내가 본 인도와는 다른 폴더에 다른 이름으로 저장되어질 그림을 보았다.

 

난 인도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은 아침이다.

내가 본 것들은?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은?

나의 생각은 말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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