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가 있는 맥그로드 간지에 그저께 왔습니다.
(잠시 여정을 말씀드리면, 요가아쉬람의 고장인 리쉬케쉬에서 사흘간 아주 편안한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 곳 맥그로드간지는 인도라기보다 티벳입니다.
오늘은 그들이 옮겨놓은 성지격인 남걀사원과 티벳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티벳.... 그 이름은 제게는 적어도 어떤 나라의 이미지보다는 달라이라마라는 인물의 이미지로 더 강하게 남아있었더랬습니다.
그런 티벳을 오늘은 종일 젖어보자 생각했습니다.
맥그로드 간지는 달라이라마가 망명정부를 세우면서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뒤로(?) 히말라야의 설산이 보였다가 구름에 가렸다가... 티벳이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티벳난민들은 수공업으로 만든 옷이나 양말, 액서사리를 팔면서 생계를 이어갑니다.
우리와 너무 닮아서 물건을 살 때 깎기조차 민망한..
길을 가다가 얼굴이 마주치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60년대 어느 시골장터에서 만났을 우리들의 할머니같은 얼굴에 깜짝 놀라고...
그들 중에도 역시 구걸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오늘 같이 다녔던 독일 친구에게 좀은 민망해지는...
인도의 다른 지역과는 분명히 뭔가 달랐습니다.
그러나 티벳박물관을 갔습니다.
안국동에도 티벳박물관이 있는데, 차라리 안국동 티벳박물관이 더 그럴듯합니다.
겉으로 보는 티벳박물관.
그리고 박물관을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사진을 보면서 "이게 뭐야? "
박물관에는 오직 사진만 전시되어 있습니다.
달라이라마가 중국을 탈출하는 사진 몇 장,
티벳의 독립운동가들이 활약하는 모습 사진.
그리고 지금 현재 중국에 남아있는(아니지, 그들의 땅에 여전히 남아있는..) 티벳인들의 사진.
그저 그렇게 모든 설명은 티벳어와 영어.. 감으로 사진만 보다가 뻣뻣해짐.
1950년대와 60년대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그들의 사진이
우리가 사회나 국사시간에서 본 상해 임시정부 인사들이나,
독립운동을 위한 광복군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똑같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생김이 같고 차림새가 같고 처해진 상황이 같은 그들의 사진을 보면서...
그들이 밟고 있는 이 땅의 소중함이 다시금 와닿았습니다.
달라이라마는 생각보다 작은 건물 안에서 거의 일년 내내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 건물의 담과 문에는 중국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한 경비가 삼엄합니다.
우리 과거의 모습을 누군가의 현재에서 본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되기보다,
그들을 그들을 어찌해야지,,,, 불쌍한 사람들을 어찌해야지 하는 생각이 더 앞섰습니다.
독일친구 일레인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서 고문당한 티벳인의 이야기를 읽다가 웁니다.
너무 불쌍하다면서..
방금 자신이 본 티벳인들이 이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독일인인데 말이죠.
그리고 티벳박물관을 나와 바로 옆에 붙어있는 남걀사원으로 갑니다.
그 곳에는 자주빛 티벳승려복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2층마당에 모여서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3층에서는 수많은 티벳인들이 오체투지라는 절을 하며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뒤로 몇 명의 서양인들이 히말라야를 향해 명상을 하고 있습니다.
좁은 사원안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각자의 무엇을 위해 깊은 명상에 잠겨있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라는 새삼스러운 화두를 생각했습니다.
그들 뒤에서 히말라야로 지는 해를 보면서 잠시 앉았더랬습니다.
무거운 듯 가벼워진 마음으로 달라이라마가 강론을 하는 법당에 들어갑니다.
우리의 법당을 생각한 난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달라이라마의 초상화 아래와 탱화아래에 가지런히 놓여진 것은 비스켓이랑 카라멜이랑 사탕이었습니다.
이런 그들을.. 어찌 하오리까.
옴마니밤메옴~
그 주문을 티벳인들과 같이 외면서 평화와 휴식을 준다는 옴마니밤메옴을 중얼거리면서
그들의 바퀴를 돌렸습니다.
평화롭웠고, 휴식을 느꼈습니다.
남걀사원과 쭐라깡의 주위엔 코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에는 돌에 새긴 진언들이 죽 이어져 있습니다.
티벳인들은 그 길에서 염주를 돌리면서 기도를 합니다.
역시 그 기도 또한 옴마니밤메옴입니다.
연세가 많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젊은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아주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기도의 길을 걸었습니다.
가끔 달라이라마가 계신다는 담에 입을 맞추면서 말이지요.
티벳 박물관을 본 다음이라 그런지 그들의 기도가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기도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정스님께서 인도기행이라는 책의 글을 그대로 옮깁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그저 이렇게 제가 오늘 한 일을 쭉 열어보입니다.
.........
뭔가 생각한다는 것이 자꾸 속단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사진을 좀 올려보려 시도했지만, 이 곳 인터넷 사정상 사진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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