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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바라나시 이야기2

by 발비(發飛) 2006. 6. 11.
바라나시에서의 일주일중 4일은 한국인이 많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습니다.
편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좀 움직이고 싶었습니다.
전날 우연히 들렀던 푸자레스토랑이라는 곳을 가보았습니다.
바라나시에서 강가(갠지스강)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지요.
그 곳에 반해 이사를 했더랬습니다.
일본인들이 주로 묵는 숙소여서 일본인들이 무지 많고 간간히 서양인들도 있습니다.
푸자는 레스토랑의 경치는 좋지만, 방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엉망입니다.

그래서 전 종일 옥탑의 레스토랑에 앉아서 강가를 바라보고,
강가의 건너편에 있는 악마의 숲이라는 데를 바라보고,
뿌자가 열리면 뿌자를 보고, 
화장터에 연기가 짙으면 화장터를 내려다 보며 시간을 보냈더랬습니다.
낮에는 잘 몰랐습니다.

강가의 바람이 무거운 것을요
강가의 바람이 진뜩하다는 것을요
강가의 바람에 진한 사람냄새가 난다는 것을요.

밤에 레스토랑의 한켠에 앉아있었는데,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저 부는 바람이 아니라 바람이 몸을 싸고 돌았습니다.
끈끈한 바람이 몸을 싸더니 바람은 내 몸에 붙습니다.
마치 저기압상태의 바람이 산을 만나 구름이 비가 되듯이 말이지요.
바람은 저를 만나 뭔가 뭉뚱히 만져지는 무엇인가가 된다는 생각에 빠졌지요.
머리카락에 부는 바람
이마로 흘러내리는 바람
눈썹에서 머무는 바람
그리고 눈으로 내려앉은 바람이 아주 잠깐 비를 내리게 했습니다.
잠깐 눈에서 비가 내리는 사이, 냄새를 맡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냄새를 찾고 있다는 것, 무슨 냄새인지, 뭔가 냄새가 있을 거라고 전 생각했었나봅니다.
분명 냄새가 나고 있었습니다.
북쪽 화장터쪽에서 남으로 불어오는 바람에는 매일 딴 세상으로
아니 윤회의 틀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세상에도 저세상에도 존재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으로 피운 냄새.
이제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어느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몸을 태우는 냄새, 그 냄새를 찾고 있었습니다.
냄새가 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 세상의 냄새일 것이다.
조금은 역하고 비린 이 냄새가 바로 세상의 냄새일 것이다.

강가를 봅니다.
방금 전 화장을 끝내고 마지막 남은 두개골을 브라만은 커다란 도끼로 찍어내립니다.
그 순간 영혼은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미 영혼은 사라지고 육신의 마지막 정리를 위해 가트에는 나룻배 한 척이 강가의 가운데로
천천히 나갑니다.
강가의 가운데 즈음에 아직은 연기가 좀 묻어있는 흔적을 딱 한 사람만 참석하기로 된 상주되는 이가 강가에 뿌립니다.
밤이거든요.
상주는 하얀 룽기를 목에 두르고, 치마처럼 걸쳐입고 삭발을 하고 있으므로 멀리서도 선명히 보입니다.
(바라나시에서 상주를 알아보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삭발을 해야하고 하얀 색 룽기를 입고 있지요. 그들은 절대 울면 안됩니다.)
우리나라처럼 화장을 한 뒤 가루를 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의 흔적을 그대로 강가에 뿌립니다.
강가는 쉽게 그들을 품지 않는 듯 합니다.
나룻배는 천천히 돌아갔는데, 강가 위에는 흔적들이 떠 있습니다.
아직 남은 열때문인지, 강가의 잔 물결들은 그 흔적들 곁에서는 물결의 무늬조차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밤이더라도 쉽게 보입니다.
강가의 어느 곳 중에 물결이 보이지 않는 곳은 바로 한 사람의 흔적이며,
어느 세상에서도 다시 만날 수 없는 행운을 가진 이의 흔적입니다.
한동안 꽤 오랜 시간 강가위에 떠 있던 흔적들을 강가는 아주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얼마동안이나 그 모습을 보고 있었을까?
30분, 한 시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지루하지 않습니다.
하염없이 세상이라는 곳에서 사라진다는 그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가트의 맞은 편에는 악마의 숲이 있습니다.
악마의 숲에는 그야말로 악마가 살고 있는데, 그 악마는 강가의 물을 마르게 한 뒤 ,
호시탐탐 강가를 건너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힌디의 신은 쉬바가 악마를 혼내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가의 물을 다시 흐르게 했답니다.
이 곳 사람들은 악마의 숲으로는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밤입니다.
악마의 숲은 어둠때문에 사라졌습니다.
악마의 숲이 사라진 것은 악마들이 어디론가 떠났다는 것이 아닐까요.
생각해봅니다.
밤이 되면 악마의 숲에서 사라진 악마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쉬바신은 볼 수 없는데,  악마들이 혹 .....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날 저녁즈음 가트를 지나는데, 열 댓살의 아이 하나가 약에 취해 저의 허리춤을 잡으며
"마리화나" "마리화나" 하고 속삭이던 생각이 납니다.
밤이면 매일 사라지는 악마의 숲은, 그 곳에 살던 악마는 이미 강가를 건너고 있었습니다.

사라진 악마의 숲과
모든 것에서 떠나 윤회의 틀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랬던 영혼이 잠기는 강가와
그들은 초라한 게스트하우스 옥탑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나.

진뜩한 바람은 밤새 불었고,
난 그저 그 바람과 냄새를  낮은 숨을 나누어 쉬며 보았습니다.

제 앞에는 살이 통통한 선인장 한 그루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왜 거기에 선인장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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