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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인도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by 발비(發飛) 2006. 6. 18.

인도여행 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혼자 오셨어요?" 입니다.

이 질문은 인도인이나 한국인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인도를 오기 전에는 여행을 떠나면 혼자서 움직이는 사람이 참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니더라구요.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였고, 함께를 만들어가면서 여행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선천성으로 받은 성격때문인지 전 사람들에게 여전히 혼자 여행하는 여자로 찍혔습니다.

 

어제는 한국인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주문을 했었는데,

테이블이 모자라자 혼자 앉은 저에게 합석을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합석한 자리가 한국에서 장기여행을 떠나온 부부였습니다.

그들은 젊은 부부임에도 오랜 시간 여행을 함께 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더러 그러더군요.

혼자서 다니면 무섭지 않냐구요.

무섭다고 말했지요.

그래도 용감해보여서 다행이라고 다시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전 생각했습니다.

 

난 왜 지금 혼자 여기 있는 것이지?

그런데 나 지금 생각보다 더 잘하고 있는 거 맞잖아.

 

이 두가지의 생각은 상반되는 것입니다.

모두들 함께 하는 듯한 여행길에 (그것 또한 결국 혼자라면 할 말이 없지만)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길을 걷고 .... 그러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섬뜩해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혼자서 멀리 와 있는것이지?

무슨 운명을 타고 났길래 이렇지?

 

그런데, 만약 혼자가 아니었다면 내가 혼자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을까하고 생각해보면 혼자라는 것이 너무나 큰 선물인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라는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복잡함을 뚫고 버스를 타고 20시간에 가까운 이동을 하고,

잠을 잘 곳을, 밥을 먹을 곳을, 그리고 한번도 아직은 앓지 않고 있음을 함께 였다면 할 수 없었을것이라고 .... 

 

이 두가지의 생각의 경계는 부드러운 선이 아니라 확연히 갈라지는 선입니다.

혼자하는 여행의 두가지 생각은 너무나 선명한 경계를 만들고 있어서, 그것이 나를 외롭게 하기도, 때로는 대견하게 하기도 시시때때로 다시 선명한 경계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날들이 남았습니다.

오늘밤 월드컵을 한국인 식당에서 보고 난 뒤,

내일 밤에는 다시 15시간 버스를 타고 마날리로 갑니다.

이곳 맥그로드간지가 참 마음에 들지만,

인도의 가장 북쪽인 레나 스리나가르로 가기 위해 중간거점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참 춥습니다.

아랫동네에서 입었던 얇은 옷들은 이제 필요없게 되었고,

오늘은 긴팔셔츠를 하나 샀습니다.

아마 마날리에 가면 두터운 쉐타를 사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북쪽으로 올라간 뒤

인도에서의 남은 시간을 어찌 해야할 지는 인도에게 물어볼 생각입니다.

혼자하는 여행에서 나의 여정을 의논할 대상은 오직 인도라는 땅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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