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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맥글로드간지에서 오늘과 내일은

by 발비(發飛) 2006. 6. 18.

오늘은 휴식의 날입니다.

사실 매일이 휴식이긴 하지만서도....

인도의 이곳 저곳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 곳의 음식값은 비싸지만, 몇 일에 한 번은 이들의 식당에서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속을 달래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이 곳을 찾는 이유는 책입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처음에 제가 델리 자이뿌르 아그라 바라나시를 잇는 것처럼

정말 빡빡한 일정으로 관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머물면서 그들을 살펴보는 여행이 되었기에 남는 시간이 꽤나 많습니다.

그 시간에 인도의 한국식당에서 읽는 책들. 주로 먼저 인도를 미리 다녀온 문인들이나 인도전문여행가들의 책들입니다.

인도를 오기 전에 인도에 대해서 그리 많은 생각을 한 것도, 기대를 한 것도 아닌지라

한 곳을 움직일 때마다 다음에 가야할 곳을 정하고,

머무르는 곳에서 읽은 기행서적들 중 가야할 곳의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그제 이 곳에 도착해서는 소설가 강석경님의 인도기행서적을,

어제는 법정스님의 인도기행서적을,

오늘은 류시화님의 책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그들에게서 먼저 인도를 밟은 이의 노하우 내지는 그들을 보는 시각을 배웁니다.

아마 서울에서 읽는 책과 이 곳 인도땅을 밟으면서 인도서적을 읽는 것의 차이는 대단할 거라 스스로 자부하면서 한 장 한 장을 넘깁니다.

 

각설하고

 

오늘 류시화님의 하늘호수로 떠난 ...."를 읽다가 문득 생각이 멈췄습니다.

 

내가 인도에서 하는 일이 대체 무엇이지 하는 것입니다.

전 여러 여행자들 사이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길래 눈을 똑바로 뜨고 그들의 삶을 보고 있는 것이지.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훔쳐보는 것입니다.

그들이 더럽던, 게으르던, 그리고 못살던 잘살던 전 그들을 평가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이땅의 주인이고 전 그저 잠시 머물면서 그들의 사생활을 침범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것이였습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남갈사원으로 갔었습니다.

어제의 아름다운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 그 곳을 찾아갔었던 것입니다.

많은 티벳인들은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사원의 한 자리를 트고 법문을 읽고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 렌즈를 갖다댑니다.

그리고 셧터를 누릅니다.

스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훔쳐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냥 훔쳐본 것도 아니고 그들의 삶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해가면서 그들을 보는 것입니다. 루피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월감을 좀은 느끼면서 말이지요.

 

힌두교를 신앙으로 가지는 힌디들이나

불교를 신앙으로 가지는 티벳인들이나 그들을 훔쳐보는 곁눈을 가진 내가 달가울 리가 없습니다.

 

훔쳐보고 있는 내가 인도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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