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시옵니까?
지금은 바라나시입니다.
서울을 출발하여 델리에, 그리고 암베르포트의 자이뿌르, 타지마할의 아그라를 거쳐 바라나시에 도착한 것이 이틀전입니다.
인도의 중부를 가로지르는 다이아몬드 노선을 돈 것입니다.
기차에서 버스에서 반쯤은 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곳 바라나시에서 잠시 만났던 여행동무들과 헤어지고 완전히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젯밤부터 내내 비가 내립니다.
어제는 갠지즈강에서 매일 열린다는 '뿌자'를 보았습니다.
화장을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화장을 기다리는 주검들이 줄을 서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들의 움직임을 한 자리에서 보았습니다.
아마 우리가 인도에 대해 꿈꾸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장면일 것입니다.
우리가 영혼의 도시 그리고 영혼의 나라라고 부르는 인도를 상징(?)하는 모습이지요.
그런데 말이죠.
제가 델리에 새벽에 도착해서 오토바이릭샤을 타고 본 첫 장면들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자고 있는 거지들이었습니다. 마치 시체들 같았습니다.
순간 생각했습니다. 잘 못 온 것이 아닐까?
그리고 숙소로 들어가는 길을 걸을 수 없게 만들었던 사람과 소와 개들의 오물들.
뉴델리역에 기차표를 예약하러 갔을 때 그동안 참았던 구역질이 마구 나왔을 때의 민망함.
참았던 만큼 격렬히 솟아오르는 구토 마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죄를 짓는 느낌.
이것이 영혼의 나라라고 불리우는 인도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두고 보자그러면서도
구역질은 인도의 음식을 만날때마다 인도사람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주범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일주일,
이제 라시와 짜이를 마실 수 있고,
자파티와 난이라는 음식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에 맛살라가 들지 않은 어떤 것을 같이 먹으면 제가 연명할 수 있다는 것도 터득했지요.
이렇게 까탈스러운 인간이었다니..
내가 단 한 번도 나 자신에게 느낄 수 없었던 까탈스러움을 발견했다는 것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어쨌든,
전 중부 아랫쪽을 내려가기를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43도를 넘는 온도와 내려갈수록 기름져지는 음식들, 더울수록 짙어지는 인도의 냄새
그 압박에서 북쪽으로 도망가려고 합니다.
제가 북쪽길을 택하는 것에 민망한 사건이 있습니다.
다시는 누군가의 선택에 사견을 넣지 않겠다는 개인적인 반성을 하면서.....
그리고 또
시도 때도 없는 정전에 불안정한 전압이 제 디카 밧데리 충전기를 태워먹었습니다.
제게 카메라가 없는 여행!
정말 괴롭습니다.
바라나시에서 어찌 해보려 했지만 고칠 수 없다네요.
기차표를 구하는데로 델리로 다시 갈 생각입니다.
델리의 부자거리에 가서 충전기를 수리하던지 아니면 충전기를 사던지...
그 곳에 어떤 방법이라도 있기를 아주 간절히 아주 간절히 바래볼 뿐입니다.
가난한 나라라는 것은 참 불편함이라는 것.
진정 가난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
가난하지 않으면서 분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델리로 가고, 리쉬케쉬로 가고 그 곳에서 좀 오래 머무르면서
처음 욕심과는 달리,
뭔가를 챙길 수 있겠다는 그런 욕심을 좀은 버리고,
(만약 그것을 위해서라면, 전 더 많이 움직여야겠지만, 우습게도 충전기가 없을 경우의 저의 여행을 잠깐 생각했더랬는데.. 그것은
디카가 주가 아닌 제 자신이 주가 되라는 어떤 계시가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 좀 그런 생각을 했더랬지요.)
똥들이 빗물에 흘러내리고 있는 거리를 걸어내려왔습니다.
그냥 피하면 되는 거.
좀 그렇게 있어볼랍니다.
표가 구해지면 델리로 갑니다.
아마 20시간쯤은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아그라에서 바라나시에 오는 시간이 17시간이었으니까.
잘 다녀보겠습니다.
정말 두서가 없네요.
금방 다운되고 금방 다운되고... 2시간에 걸쳐서 올린 글입니다.
대한민국만세입니다.
아래 사진은 어제밤 갠지스강 건너편 악마의 숲쪽에서 본 바라나시 가트들의 풍경입니다.
정말 멋진 곳이었습니다.
더러움을 용서했던 곳 ㅋㅋ
그 곳을 지나던 아이에게 말했지요.
참 아름답다고,,,
그랬더니 그 아이가 대답하더라구요.
인도의 모든 곳은 아름답다구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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