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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길을 나서다

by 발비(發飛) 2006. 5. 30.

 

오늘  저녁 '로얄네팔항공'편으로 인도의 델리로 떠난다.

 

어제는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외장하드 갈무리하고,

인도 비자와 인천 아웃 델리 인, 카투만두 아웃 방콕 인, 방콕 인 인천 아웃 항공권을 찾아왔다.

저녁엔 친구를 만나 작별인사를 하고 일찍 집에 왔다.

그리고 몇 달 비워질 집을 아주 아주 깨끗이 청소했다.

모든 빨래감들을 건조코스까지 돌려 흔적없이 서랍장에 챙겨넣었다.

물론 배낭도 꾸렸다.

 

 

다시 물어본다. 왜?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음식도 맞지 않을 것이다.

기후도 맞지 않을 것이다.

잠자리도 찾기 힘들 것이다.

 

어떤 것도 오늘 이후의 길이 장미빛이라고 말할 근거가 되는 것이 없다.

풍족하게 떠나는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주 편안하다.

 

밤을 꼬박 새고 있는 지금, 내가 오랜만에 참 단정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화일들을 보았다.

몇 년간의 사진화일들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곳곳을 참 많이도 다녔다.

길 위에 서 있는 나의 표정을 보았다.

 

그 모습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고 하자.

 

4월에 한라산을 올랐을 때

날씨가 무지 안 좋았었다.

구름에 영하로 떨어진 온도때문에 나의 몸으로 흐르는 비는 얼음이 되고 있었다.

손에 낀 장갑이 얼고 나서는 손을 둘 곳이 없었다.

빨갛게 손이 얼고

호호거려도 입에서는 김이 나오지 않았었다.

일그러진 나인데,

살아있다.

파닥거린다.

 

 

전쟁터같았던 백록담에서 내려온 후, 첫번째 골짜기에서 무지 행복했었다.

 

바람이 불지 않고

춥지 않고

구름 사이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아주 잠시 그런 것이다.

 

잠시라는 것을 알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리고 잠시 난 누군가를 만날 것이다.

잠시 만난 이들에게 나를 맡기려 한다.

딱 지금처럼 단정하게 그들 앞에 선다.

 

잠시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아주 먼 곳에서 전 어떤 모습일런지

그 곳은 피씨방이 있답니다.

 

멀리서 뵙죠.

 

 

그럼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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