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시인은 가난했다고합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어찌하였건 가난하기로 소문난 시인입니다.
소설가 김훈은 그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가난과 불우가 그의 생애를 마구 짓밟고 지나가도 그는 몸을 다주면서 뒤통수를 긁고 있다.
그는 세상을 버리지 못하는 隱者이고 숨어서 내다보는 見者이다."
책꽂이 귀퉁이에 꽂혀 있던 책을 책상 머리에 두고,
잠시 쉬어갈 때마다 읽었던 것이 며칠이 지나자 한 권을 다 읽어버렸네요. 방금!
곶감을 다 빼어먹은 줄도 모르고 하나씩 빼먹고 난 뒤, 빈 새끼줄만 보는 느낌이네요.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봅니다.
힘겨운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나는 정주영 이병철 스토리처럼 아니면 링컨...극복한 사람들이야기
-'나도 온 힘을 다해 노력하면 뭔가가 될 수 있다는 오기를 주는 사람들'
또 하나는 "그래 나도 괜찮아" 하는 마음을 주는 이야기
-가슴을 쓸어주고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는 이야기.
함민복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는 두번째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읽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한 그의 일기입니다.
저도 이런저런 일기를 쓰려고 하지만,
그의 일기는 사물 아니 세상에서 보는 모든 것들을
따뜻하게 그냥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입니다.
간섭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끼어들지도 않고,
그러니까 우리의 모습들을 그냥 보고만 있다가 우리에게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만나게 됩니다.
마치 그와 눈이 마주친 듯이 나도 웃게 되는 그런 산문집입니다.
하월곡동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많은 집들이 있지요.
강남 서초동에는 좁은 골목이 없어서 많은 집을은 없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이 산문집은 사연많은 좁은 골목의 이야기입니다..
참 조용한 어린이날!
세상은 보기에 따라 훈훈할 수 있습니다.
조용해도 훈훈한 그의 글과 닮은 하루입니다.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시자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어 고기만 드시면 귀에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로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 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가 잘못된 게 있나 싶었는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타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주었습니다 나는 당화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국물을 그만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혔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을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기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
지금도 시인은 짠 눈물을 흘릴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삶에서 식당주인은 무슨 역할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읽어도 짠하다.
'우동한그릇'보다 더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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