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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김훈] 자전거 여행

by 발비(發飛) 2006. 5. 5.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앞머리 이야기 중에서

 

어느날 갑자기 능력이 불쑥 생겨나 대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어쩌면 알았을거다.
그러면서도 무엇을 잘 해나가는 이를 보면 질투가 나고 그 사람의 타고난 능력만 부러워했다.


김 훈, [칼의 노래] [현의 노래]로 온 나라의 작가상을 다 휩쓴사람.
그는 소설 다섯편만 쓰고 소설가를 그만둔단다.

(그런데 지금도 소설을 많이 쓰고 있다. 좋은 일이지..)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쓴 글인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책이나 소설을 한 권 쓸 때마다 이빨이 하나씩 빠진다고 말했다.

 

누가 그를 어느날 갑자기라고 말하겠는가..

그가 처음 쓴(?) 수필집스러운 것을 읽기로 했다.
수필이라는 형식은 그 사람의 내면이 잘 보이므로, 그를 궁금해 하는 나로서는 적합한 선택이었다.
내가 산 책은  [자전거 여행]은 2000년 8월 초판 1쇄 초판 26쇄 발행 개정판 6쇄 발행..


전 국민이까지는 안되더라도 무지 무지 많이 팔린책이다.
부럽다. [생각의 나무]라는 출판사여~~  


그의 가슴 속에는 무엇이 녹아있는것일까.
마치 불피운 아궁이속에 묻어 둔 벌겋게 달구어진 고구마나 감자?
아니면 겉으론 멀쩡한 도기가마 속에 달구어진 참나무숯?
그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靜中動.


그의 나즈막한 말소리와 아래로 깔고 있는 시선 , 볼펜대에 끼워진 뭉툭한 연필.....
그와 그의 정신세계 사이........
그의 활화산 같은 내면, 그 현란한 수사 , 한 순간의 터트림 아니 분출.....

자전거를 타고 가을부터 겨울까지 전국을 다닌 일종의 기행문이다.
유홍준의 [우리문화유산 답사기]가 문화재의 미학적 접근이라면 그의 [자전거여행]은 다분히 객관과 주관의 만남이다.
유홍준이 삼국사기라면 김훈은 삼국유사라고나 할까...
전자가 우리를 유식하게 만들어줄 책이라면 후자는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시선은 자전거처럼 사물을 보는 시각이 인간적이다. 그래서 따뜻하다.

그의 미제 자전거는 한 번의 여행을 끝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소설 한편에 이빨을 헌납하는 것과 같이 ......

50이 넘은 사람이 노란 헬멧을 쓰고 전국을 누빈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우리 모두에게 삶이란 자전거 하나에 중심을 맡기고 한 번 가보는 것이 아닐까한다.


중심을 잘 잡고  
내리막이라고 속도를 내지도 말고
오르막이라고 내려서 밀지도 말고
저단과 고단을 잘 조절하면서
저단 기아가 열심히 발을 몇 바퀴 돌려야만 겨우 바퀴한 번 돌고
고단 기아에서 페달 밟는대로 굴러가지만.
내리지 말고 끝까지 중심을 흐트리지 말고.
일정속도로 가야만 김 훈처럼 볼 것을 다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처 럼 볼 것 을 다 보 았 으 면 좋 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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