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모자를 쓴 쟌느 에퓨테른느(1917)-
모딜리아니가 사랑했던 여자.
모딜리아니가 죽은지 이틀 뒤에 투신자살한 여자.
폴란드계 카톨릭집안의 사려깊은 19살 쟌느는 33살의 모딜리아니를 사랑했고,
그의 모델이 되었다.
이 그림에 필이 꽂힌 건 순전히 제주에서 만났던 한 아주머니의 모자때문이다.
쟌느가 쓴 커다란 모자.
쟌느를 더욱 고혹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준 모자가 그 아주머니의 모자와 닮았기 때문이다.
쟌느, 아름다우며, 열정적인 그녀는 덮어두기로 한다.
가파도 하동 선착장에서 그물을 잣던 이 아주머니는 모자를 깊이 쓰고 계셨다.
그 분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저 그물을 자숫는(이건 제주 방언이다. 잣는...)손만이 그 아주머니의 전부처럼 보였다.
아주머니와 몇 번의 주거니 받거니....
그리고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의식하시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모자를 뒤로 젖혀쓰셨다.
아주머니의 얼굴이, 아니 눈이 나의 눈과 맞았다.
다시 그물을 자순다.
어제 아버지께서 앞에 창이 있는 운동모자를 하나 사셨다.
모자의 앞을 꼭 눌러 쓰셨다.
난 모자를 뒤로 젖혀쓰시라고 했다.
얼굴을 보이게 하라고
눈이 보이게 하라고
모자를 쓸 경우는 두 가지이다.
세수나 화장을 하지 않아 얼굴을 가려야 할 경우와
코디의 완성차원에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좀 튀고 싶은 경우,
상반된 두 가지 이유로 모자를 쓴다.
뭐 두서가 없지만, 쟌느의 모자와 가파도 아주머니의 모자
아버지가 쓰시는 모자, 내가 쓰는 모자
오늘 아침 세상을 향해 느리고 조용하면서도 감정이 드러나있는 모자이야기
수사가 없이도 모자가 들려주는 낮은 맘이야기.
'안단테 콘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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