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은 곧 나에겐 휴식이다" -피카소
소설가가 쓰는 화가의 일생.
예술가 그것도 말로 먹고 사는 소설가가 화가의 삶을 보는 시선은 어떤 것일까?
일단은 소설가 김원일의 말솜씨에 책장이 넘어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카소
그는 천재이며, 장수를 했으며, 일생 사랑했으며
모든 사람들의 흠모의 대상이며 어쩌면 오르지 못할 우리와는 다른 부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그림들을 찬찬히 보면서
초기 그의 삶이 얼마나 궁핍했으며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어
믿고 있는 자신을 만들어간 인간이다.
나는 고흐에 대해서 많은 연민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의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다.
흔들리는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흔들리는 나 대신 마음껏 흔들고 있는 대리만족의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이 더욱 그렇다.
고흐보다 덜 불행한 나의 삶을 생각하며 위로를 받는다.
피카소.. 당대에 천재임을 평가받은 사람
나에게 왠지 애써 외면하고 싶은 잘난 사람
예술가이면서 마케팅맨이었던 피카소를 괜히 꺼렸다.
김원일작가의 눈으로 목소리로 피카소, 그의 삶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았다.
실망스러움.
처음부터 천재가 아니라 쉼없는 손놀림으로 천재로 만들어진 자신의 조련사로 자신을 임명한 ...
이즈음이면 난 실망한다.
나의 게으름에 대해 핑계거리가 없으므로..
피카소는 말한다.
"내가 너희들만한 (일곱여덟) 나이 때 나는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애처럼 (입체파) 그리기 위해서는 평생이
걸렸다."
그는 자신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말이면서 스스로 조련사로 살았다.
인간의 영혼이 조련하기에 따라 달라짐을 그를 통해 배운다.
소설가 김원일의 따뜻함 또한 맛보실 수 있을 것이다. 그 두 사람 덕분에 행복했다.
교과서에서 본 그림과 그림보다 피카소라는 이름에 압도되어 개인 피카소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었다.
그가 그린 입체파 그림처럼 그저 먼 세상 사람이던 피카소가 내게 인간으로 온 첫 만남이었다.
청색시대이다. 곧 분홍시대가 올 것이고, 그 끝에 세상에 대한 편견없이 사방에 눈을 단 입체시대가 올 것이다.
잠자리 눈을 가진 그의 그림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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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느 바자회에 나온 헌책을 산 것이었다.
얼마전 서점에 가니, 이 책의 증보판(?) 격인 아래 그림의 '김원일의 피카소'라는 책으로 다시 출간된 것을 보았다.
가격도 22000에서 57000으로 무지 많이 올라서....
내용을 보니, 이 책을 뼈대로 좀 더 살이 붙어있는 듯 싶었다.
근데, 난 헌책가격 8000원으로 산 이 책이 더 맘에 든다. 땡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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