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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영화]은밀한 여인

by 발비(發飛) 2006. 1. 17.

은밀한 여인 La discrète

1990, 프랑스, 95분, color
감독 :크리스티앙 뱅상(Christian Vincent)
출연 : 파브리스 루키니(Fabrice Luchini), 쥬디스 앙리(Judith Henry)

 

      

 

프랑스 문화원에서 상영하던 씨네 프랑스'를 이제 동숭아트센터에서 매주 화요일에 상영한단다.

그 첫 번째 영화 '은밀한 여인'을 보았다.

 

제목 은밀한 여인.

메인 사진

그럼 이 영화를 어떤 영화라고 볼까? 당연히 야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린 이런 트릭이 필요없는 곳에서도 트릭을 당하면서 살게 된다.

 

영화를 본 뒤 몇 가지 이야기가 내게 남았다.

 

 첫번째

 

프랑스어, 마치 커다란 대야에 맑은 물을 받아두고 굵은 스트롱 하나를 꽂아 물거품을 만들 때 나는 소리같았다.

특히나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무지 말이 많은 사람이고, 여자 주인공은 차분한 목소리였다.

8분음표가 끊임없이 그려진 악보를 보고 물방울 만들어내는 소리

간간히 4분음표가 액센트로 들리며 물방울이 터지는소리를 내는 듯 했다.

프랑스 시인들이 떠올랐다. 시를 잘 쓰지 못해도 저런 억양을 가진 언어로 무엇인가를 읊는다면 그저 아름겠다는 생각도 함께.....

이 영화에서 특히나  듣기 좋은 억양이다. 문화 아래 언어가 있었음직하다.

 

두번째

 

남자를 따라간다.

남자는 프랑스 국회에서 비서관 같은 일을 한다. 그리고 소설가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상류층 사람이다. 그는 모든 여자가 자신에게 빠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경험이 그랬던 것 같다. 출판사로 부터 가짜 일기의 출판을 제의받는다.

처음부터 시나리오가 있는 일기를 쓰는 것이다.

실연의 상처를 받은 남자는 계획적으로 여자에게 접근해 여자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 다음 여자를 차버리는 그 과정을 일기로 기록하여 출간하는 것이다.

말을 하기를 무지 좋아하는 말로 혹하게 하는 남자, 말이 많다는 것은 결국 허풍이 들어갈 수 밖에는 없다.

그런 남자가 시골출신의 촌스런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에게는 폭탄이었다.

그런 그녀가 도무지 그의 공식에 먹히지 않는다.

왜냐면, 그 여잔 그것을 순수라고 해야하나? 순수는 아니고 뭐랄까

민들레라고 하자.

작고 여린 꽃을 피운다. 작고 여리게 생겼다고 뭘 모른 것은 아니다.

꽃가루도 가지고 씨앗을 만들고 번식을 위해서 날아다니고. 뭐 할 건 다하지만, 그래도 순수하다.

 

할 것을 다하는 것과 순수는 상대되는 것이 아니니까....

아무튼 그런 좀 특이한 경우의 여자이다.

공식은 예외엔 적용될 수 없다. 예외는 항상 외워야 한다. 예외는 중요하다.

 

남자는 예외의 여자를 좋아하게 된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그 일을 포기하자 출판업자는 여자에게 그동안의 원고를 보여준다.

이 여자도 남자를 좋아했다.

그녀의 방식으로 ... 그리고 그녀의 방식으로 실연을 겪는다.

남자는 여자의 이별편지를 보면서,

이제 바람둥이 남자가 아닌, 여자와의 만남에 뒤늦게 '사랑'이라는 향유를 섞어가며

다시 그 만남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떤 매력적인 여자도 더는 여자가 아니다. 그것으로 이야기가 끝이다.

 

다시 사진이야기를 하자면, 이 영화는 남자를 따라가는 영화이다.

그런데 메인 사진은 여자사진. 이건 여자라는 도구로 사용된 것이다. 그럼 안되는데...

제목도 은밀한 여자

( 그건 남자가 여자의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턱에 점을 가진 여자는 은밀한 여자라는 조크에 나온다. 딱 한 번!)

고급스런 성찬을 왜 이상한 조각보를 덮어서 왜곡시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배경 장면이 아름답고 배우나 연기도 멋진 영화였다.

풍경과 언어, 그리고 사람에서 프랑스의 고급스런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영화.

 

 

세번째

 

우리가  하고 있는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신념하고 있는 만남. 그 만남의 불확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신념보다는 '운명'이라는 말이 우선하게 만든다.

객관적인 사실이나, 경험같은 것이 적용되지 않는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이 있다는 것

 

'운명'은 '사랑'에만은 확실히 정해진 것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일이라던가 공부라던가.

그런 것들은 신념이 우선하지만, 운명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랑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영화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이 영화를 보고 난 지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신념과 상반되는 '운명'

신념과는 다른 구역에 살고 있는 '사랑'.

 

운명과 사랑, 이 두 가지가 어울려서 한 개인의 삶에 바탕이 되는 한 쟝르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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