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The Man Who Wasn't There, 2001)
감독 조엘 코엔
주연 빌리 밥 숀튼
칼라필름을 흑백으로 색을 날렸단다. 고급스런 흑백,,, 화면결이 고은 무채색.
전편에 깔리는 베토벤의 피아노곡들. 그리고 주인공의 나레이션....靜적인 느낌
이발사 애드...
그저 이발사. 말이 없는 사람. 그건 무기력에서 출발이다. 무기력은 이발사라는 직업에서 왔다.
다른 일이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발사다.
백화점 경리담당 도로시 ...
말이 없어서 애드에게 청혼한 여자. 남편과 그저 익숙하게 지낸다. 데이브와 바람을 핀다
백화점가의 사위이면서 경영자 데이브...
백화점가 사위.. 그것 하나로서도 약한 사람. 약한 사람은 제3의 어떤 것에서 약함을 상쇄시킨다.
애드는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이발사이기를 거부하면서 이발사로 살아가다, 이발사에서 벗고파드라이 크리닝사업을 하기로 한다. 그 자금 마련을 위해 아내 도로시와 바람을 피는 데이브에게 협박편지를 쓴다.
그리고 1만달러를 받아서 드라이크리닝사업에 투자한다. 데이브가 협박범이 애드임을 알아챈다. 옥신각신.. 애드가 데이브를 죽였다. 아내 도로시는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기 직전 자살을 한다. 결국은 드라이크리닝사업가의 시체에서 애드의 단서가 발견되며, 애드가 전기의자에서 사형을 당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난, 생각하게 되었다.
참 많은 인간들 중, 가장 위험한 인간은 어떤 부류일까?
이 영화를 보고난 뒤, 무기력한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함. 주인공 애드,
그는 하기 싫은 이발을 할 때도,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도, 그런 아내의 다리를 면도해주면서도.
아내의 정부를 보면서도, 아내의 정부를 죽이고 나서도, 아내가 자신의 죄로 감옥에 갔어도, 자신이 죽게 되었어도, 전기의자에 앉아 자신의 팔에 죽음의 기구를 장착하는 것을 보면서도, 죽으면서도 모두 같은 얼굴인 무기력.
무기력. 그것은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라, 언뜻 보면 도를 통한 듯, 세상을 읽는 듯 보인다. 때로는 너그러운 듯 ......
하지만 세상에 사랑이 없음은 세상에 무슨 짓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형집행일을 기다리며 '자신이 죽을 날을 안다'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는 극한의 무기력
나는 영화를 보면서 또 주위를 살피게 되었다.
내 주위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애드와 닮은 사람을 색출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게 해줘야 할 누군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 이렇게 멋진 영화를 본다거나, 리듬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면 우선 위험인물에서는 제외다.
천만다행이지.
현대인은 누구나 약간의 무기력 속에서 산다고 한다.
그렇게 살아가라고 몰아 가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콘크리트안에서 사니까... 기계안에서 사니까...그건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무기력함의 절정을 보고 나니,
그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어떤 불치의 병보다 더 가혹한 형벌인 듯 싶었다.
잘 모르겠다. 뭐라고 떠드는 건지..
그런데, 아직도 애드가 피우던 담배가, 담배연기라 자꾸 생각나고.
베토벤의 피아노곡들이 귀에 남는다. 뭔가 내 속에 가라앉는 것이 꽤 많은 그런 영화였다.
애드를 연기한 '빌리 밥 숄튼' 연기 정말 좋았다. 딱 그 사람이다.
(마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서의 니콜라스 케이지처럼)
이 사람의 연기를 즐기는 것만으로 흥미롭다.
(영화를 보면서 넘나든다. 연기지? 진짜지? 이렇게 넘나드는 재미)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스칼렛 요한슨'이 어린 피아니스트로 나온다.
유일하게 애드의 맘에 파문이 되는 역으로 나오는데 많이 어리다. 참 이쁘게 나온다.
잔상이 남는 영화였다.
내일, 아니 오늘은 월요일.
이틀을 좀 이상하게 보냈다. 마치 긴 여행을 다녀온 듯이 발이 하늘에 붕 떠서 걸었던 듯.
참 이상한 이틀을 보내고 난 뒤
다시 나로 돌이켜야 했다. 월요일이니까...
다시 영화를 보았다.
내가 나로 돌아오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를 보는 나로,
영화를 본 뒤의 나로 자연스레 돌아오겠지 싶어...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작년에 보았던 '텐 미니츠 첼로' 그리고 이 영화
'텐 미니츠 첼로' 멋지다. 하지만 난 그 영화로는 못 주절거리겠다.
참 좋아서, 그저 이미지로만 내 안에 갇혀버린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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