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활"
역시 그는 또 고립, 강제, 잔인한 운명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의 섬
나쁜 남자에서의 트럭
사마리아에서의 여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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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야기만 찾아내는 사람, 김기덕
결국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닌 나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감독 김기덕
그가 하는 말을 긍정하는 순간 나도 그처럼 이상한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사람,
오늘 본 영화 "활" 대사가 거의 없다.
그러므로 그의 필을 쫓아간다.
(수다쟁이 흐음은 그래도 그보다는 말을 많이 할 것 같기는 하지만......)
바다위에서도 만남은 있다.
끈은 있었다.
끈이라고는 없을 것 같이 생긴 바다에서도, 거기에서도 끈은 있었다.
때로는 지겨운 끈.
크고 작은 것
대단한 것과 하찮은 것
메인과 서브
그것들이 나와 남을 이어준다
바다와 육지를 이어준다
하잖은 것이 되어 이어줄지
큰 것이 되어 기다릴 것인지.... 몫을 가지고 태어난 것들이다.
손과 발이 모니터안과 밖에 있다.
모니터안의 가상공간에서는 활을 만들고 있고
실제 공간에서는 가상공간을 바라보고만 있다.
시간은 실제공간에서만 흘러가는 것이라고 달력이 옆에 있다.
오락가락 그네를 탄다
보였다 안보였다 앞이 보였다 뒤가 보였다
볼 것은 다 보았다
다만 합해서 한 그림으로 연결할 수 없다.
다 보았다. 퍼즐을 맞출 일만 남았다. 그네에서 내리면 그림을 맞출 일만 남았다
손이 몸을 닦는다
그건 몸이 몸을 닦는 것이다
타인의 손이 몸을 닦는다는 것은 몸과 몸이 만나는 것이다
간혹 마음이 만나기도 한다
아주 간혹
내가 하늘에서 온 것임을 그렇게 믿고 싶은 적이 있다
그렇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난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사람이다
그래서 땅을 밟는 것이 서투른 것이다.
밤하늘을 보면 집처럼 그리운 적이 있다.
그럼 상상한다. 난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사람일 것이다
상징과 현실
그 턱이 높았다.
어떤 그림은 한 장을 보고서도 삼천대세가 다 보이는 듯 하고
어떤 그림은 탈출하고 싶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장면.
탈출은 앵글을 움직이는 것이다.
난 화면에서 반쯤 나와 나의 달력과 만나게 했다.
숨이 쉬어졌다.
답답한 그림에서 나를 옆으로 잠깐 내 보냈다. 눈을 돌리니 숨이 쉬어졌다.
이젠 답답하면 눈을 돌리겠다.
'참아야 하느리라, 참는자에게 복이 있다"
"인내는 성공의 어머니"
그러다 질식하면 미련곰탱이!
그림을 놓칠까 중요한 그림을 놓칠까 꾹 참고 응시하지 않겠다.
답답하면 눈을 돌리겠다 잠시라도 눈을 돌리겠다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인생에 불쑥 끼어들어 줄을 바꿔타게 만드는 사람 꼭 있다.
바꿔 탄 줄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일단 그를 만나면 한동안은 힘들어야 한다.
꼭 그런 사람을 만나면 한동안은 힘들어야 한다.
한동안만 힘든 사람은 그래도 좋은 사람이다.
영원히 이상한 줄을 타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꼭 인생에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
꼭 있는 사람!
그 사람이 튼튼한 동아줄로 바꿔태워주러 온 사람이길 바랄 뿐
내가 그 줄을 선택하기를 바랄 뿐
바꿔타는 동안은 어떤 줄이든 상관없이 흔들린다.
어차피 만나야 할 그를 만났기 때문이다
모니터의 바다가 파랗다
내가 원하는 바다는 모니터의 색처럼 하늘파랑이 아니라, 내 블로그바탕에
깔린 파랑처럼 블루블랙에 가깝다,
이제 한 장의 달력이 넘어가면 블루블랙 바다가 될 것이다.
2월의 바다는 블루블랙이다.
시간도 중요하다.
2월의 해가 뜨지 않는 이른 아침 혹은 아직은 해가 지지 않는 해를 볼 수 없는 저녁즈음이면
블루블랙바다를 볼 수 있다.
2월의 바다는 블루블랙이다
딱 2월만 그렇다.
한 장이 더 넘어가야 한다.
영화가 끝났다.
영화를 볼 동안은 영화만 보았다.
영화를 다 본 지금은 영화화면을 가지고 영화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바다로 여행을 갔다온 듯이 바다를 보고 혼자 생각한 듯 하고 싶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에게 좀 미안하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겐 내가 정성스레 영화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좀 미안하다.
햇빛에 비친 바다처럼,
빛을 잘 못 받은 모니터처럼 볼 땐 멋지던 영화가
뭔가 뭔가 나를 두드리던 영화가 아무생각이 없다
그저 난 왜 오늘 달력만 보이는 거지?
내가 영화를 보기위해 연결시킨 선들
노트북, 디카선, 자판선(까탈스러움, 죽어도 노트북자판은 싫다) 모뎀선.... 오디오연결선
내가 영화를 보기 위해 얽어놓은 선들
마치 원죄같다.
저렇게 얽어놓았으니, 무슨 영화를 봐도 얽히는 것이지
원죄는 무슨 짓을 해도 사하여 지지 않는 것처럼
저 선을 연결했던 나의 원죄는 나를 결국 얽었다.
종일 이 집에다 얽었다.
한 잔이 필요했다.
열심히 재미있었는데, 난 무엇을 본 것이지.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한 것이다.
영화를 고르다가... 바다를 볼 수 있는 영화를 골랐다.
주인공도 따라가고, 스토리도 따라가고, 활도 따라가고... 그리고 바다도 따라가고...
그렇게 다 쫓아가고 나니, 술을 먹고 필름이 끊어지듯 끊어져버렸다.
그래도 습관은 무서운 것
뭔가 봤으면 남겨야 하는 것, 그것이 예의지.
필름이 끊겼을 때는 혹 해장술이 나의 필름을 이어줄 수도 있다.
포도주 한 잔을 따른다. 근데 발로 마시나?
혹 난 구필?
발은 항상 내가 있는 자리에 꼭 있다.
난 모니터 앞에 있었다. 발이 어디에 내가 있는지 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영화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김기덕 감독의 마지막 말을 그냥 인용한다.
"강하고 아름다운 울림 ,
우리가 사는 시간...
팽팽함은 강인함과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죽는 시간까지 활처럼 팽팽하게 살고 싶다... "
활은 때로는 살상용이며, 때로는 운명을 가늠하기도 하며, 때로는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며,
그 어떤 쓰임에도 팽팽해야 한다.
그 쓰임을 가지려면, 팽팽해야 한다.
나도 활일 것이다
잔이 비었다
빈 잔을 들고 활시위를 팽팽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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