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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동시상영]바이브레이터&루시아

by 발비(發飛) 2006. 1. 3.

 

둘 다 본 영화다.

 

바이브레이터- 그야말로 떨림이다. 낮은 진동

 

루시아- 딱 한 번만 더 보면 입을 뗄 수 있을것 같은, 혹자는 포르노급이라고 했지만 난 아니었다.

 

이 두 편의 영화를 예매해두고 좀 설레인다.

첫번째보다 항상 두번째가 더 떨린다.

첫사랑보다는 두번째 사랑이 더 무섭고 또 강열하듯이...

나도 두번째 영화를 볼 땐 항상 긴장한다.

처음 봤을때 내가 놓친 장면은 없을까?

난 뭘 다르게 볼까?

첫번째 볼 때의 나와 두번째 보는 나는 그 사이 좀은 변한 눈빛일까?

하는 그런 긴장감이 든다.

사람도 잘 보이고, 풍경도 잘 보인다.

 

바이브레이터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구토하는 장면이었다.

루시아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바닷가에 서있는 루시아의 모습이었다.

 

오늘은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이제 카운트다운.... 사무실을 나가면 극장으로 아주 아주 깊은 밤까지 영화를 볼 것이다.

좋다.

 

내가 아닌 다른 삶을 살다올 수 있다는 것, 그 짜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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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 후...

 

두 편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두 편 모두 두 번 보기를 참 잘 했습니다.

 

-바이브레이터-

 

 

 

지난 번에 뭐라고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니, 그저 오늘 본 느낌만으로 두드려봅니다.

래이... 그녀,

한고비 넘었을 그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난 뒤  난 레이를 잘 이해해주는 그 남자가 다시 돌아와 그와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란 것 같습니다.

영화의 여운이 그렇게 보였습니다.

오늘 본 래이는 아닙니다.

그저 한 고비 넘은 여자로 보입니다.

진동 흔들림,

큰 트럭에 한 번도 끄지 않은 시동처럼 그녀를 맴돌았을 소리와 그녀 삶의 잔재들

결국 진동이라는 것은 더 큰 진동으로 털어내어야 함을 ...

그녀는 이제 낯선 그의 곁에서 자신에게 덕지덕지 붙어있었던 상처를 털어냈습니다.

그는 그녀에게 구원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말했듯이, 그는 원래 그런 친절한 사람이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맘에 들어서가 아니라 사랑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은 태어날때부터 타인에게 따스한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노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도 이 고비를 넘기고 누군가를 만난다면, 누군에겐가는 편안한 사람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는 자신 안에서 울리던 소음은 없고,

자신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다른 사람의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그런 여자가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이브레이터..

뭔지는 모르지만, 분명 이유가 있는 불안증 우울증 환자입니다.

낯선 이에게서 상처를 치유받습니다. 그리고 제자리로 왔습니다.

제자리는 물리적자리일 뿐 이미 그녀는 저 멀리 앞으로 쑥 나와 있습니다.

그녀의 구토, 울음, 혼잣말, 소음......

그런 것들이 그녀를 빛나게 했습니다.

전 그녀의 그런 것들이 그녀를 빛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을 견디어 낸 그녀의 얼굴이 빛났습니다.

 

처음 본 "바이브레이터"는 그와 그녀의 관계가 유지 될 것인지 그것을 상상한 것 같았지만.

오늘은 일방적으로 그녀만 보았습니다.

참 장한 그녀입니다.

 

-루시아-

 

 

제가 처음 "루시아'를 본 날 어떤 분을 만났습니다.

 

"루시아, 어때요?"

"바다가 참 이뻐요."

 

그랬습니다. 그 분은 남자분인데, 저의 그 말만 믿고 여자분과 루시아를 보러 가셨답니다.

담에 그 분을 만났더니 하시는 말씀.

 

"바다가 이쁘다고 해서 갔더니, 완전 포르노였잖아요. 민망해서 ...정말.."

 

그때서야 생각했습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난 혼자였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봤을 수도 있지만.

이성이 옆에 있었다면, 그거 장난이 아니었겠구나.

(사실 더 이상 보일 것도 없는 것까지 다 보여주었거든요... 오늘 제 옆에 앉은 어떤 여자 둘 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로.. 둘이서 미치겠다고 난리가 나더라구요.)

하지만,

전 오늘도 바다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포르노급이라고 우기는 야한 장면들이 그리 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내가 둔감해진건가 생각해보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하지요.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웬만하면 뭐라고도 언급을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딱 한 번만 더 보면 내 안에서 뭐라고 말을 할 것 같았습니다.

지금 말이 하고 싶습니다.

 

유명소설가가 있습니다. 루시아는 그 소설가의 광팬입니다.

소설가에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소설가와 루시아는 사랑을 합니다. 함께 합니다.

여기서 소설가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소설가는 25살 생일때 어는 낯선 바다에서 이름도 성도 모르는 여자와 바다에서 사랑을 나눕니다.

그 여자는 한 번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사랑이 충만하면 그렇게라도 간직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 기억을 가진 소설가. 우연히 그녀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부정이 앞서서 찾아가는 것? 아닙니다.

글쟁이들은 그것을 글로 이용하려는 것이 본능입니다.

그는 딸과 그녀앞에 나타나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소설로 만들어갑니다.

물론 딸에겐 애틋함이 있지요. 하지만 , 그 정도면 소설이 훨씬 우선이었습니다.

자신이 분명 큰 역할이 되어 딸이 죽습니다.

자책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굴레에 말려들어갑니다.

루시아, 그리고 자신의 딸을 낳은 여자(이름을 잊었다), 그리고 자기자신....

실이 얽히고 설키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천천히 풀립니다.

 

그럼 뭘 말하고 싶은거지?

전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만든 사람과는 달리 멋대로 생각해봅니다.

 

일단 포르노성에 대하여

 

한 결벽증한다고들 하지만, 진정 사랑해보지 않은 자 절대 말하지 말라입니다.

포르노와 사랑은 분명 다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들 배우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어색한지 어색하지 않았는지 감이 무디기는 하지만,

적어도 제게는 포르노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용기가 아닐까 감히 그렇게 말합니다.

누구에게나 가진 본능을 표현하는 자와 그렇지 않는 자.

표현할 수 있는 적극적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자와 그렇지 않는 사람...

그저 타고난 본성의 차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의 글쓰기에 대하여

 

어떤 이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사주를 보면 신기가 있는 사람이라, 글을 쓰지 않으면 무병에 걸려 온전히 생활할 수 없게 된다고들 합니다. 그렇다고 신내림을 받는다고 편해지지는 않습니다.

신내림을 받아도 끊임없이 신에게 시달려야 한다고들 합니다.

이 영화의 소설가 로렌조가 그렇습니다. 내림굿을 받아서 무당을 하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신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의 사랑법은 바로 내림굿의 한 장면 같았고,

사랑에 대한 그의 아픔은  또한 무병 같은 것이었습니다.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그런 무병을 타고 태어난 그에게 연민을 느낍니다.

 

루시아에 대하여

 

루시아, 로렌조라는 소설가의 소설에 빠져 다른 사람에게는 맘을 줄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멋진 고백이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고 싶다고 ... 언젠가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고백합니다.

소설가에게 자신의 소설에 빠져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처럼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을까?

그런 그녀,,, 그녀는 소설가의 가장 큰 후원자입니다.

하지만, 소설가가 슬럼프에 빠지면 가장 큰 벽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큰 짐이 되는 것... 우리들 가족에게서 가장 많이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루시아, 그녀는 참 현명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자신의 사랑에 최선을 다해 솔직한 멋진 여자.

가로 막는 벽이 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벽에 기댈 수 있도록 다 내어주는 여자.

루시아가 멋진 이유입니다.

사랑하려면 그녀처럼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루시아를 두 번 보고서야 두드릴 수 있었습니다.

참 많은 것을 보여준  멋진 영화였습니다.

 

알비노현상을 겪고 있는 듯한 바다,,, 루시아의 바다

(로렌조가 없는 세상을 알비노현상을 앓고 있는 듯 색이 없었다)

바다는 노출을 최대한 열어두어 빛바랜 듯이, 무채색인 듯이 보여주었습니다.

또 바다는 검고 어두운 모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때로는 눈부셔서 볼 수 없는, 때로는 어두워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런 바다가 루시아가 보여주는 사랑의 명도와 같습니다.

 

"루시아"에는 바다가 참 많이 이쁘게 나옵니다. 멋진 바다가 많이 나옵니다....

 

진짜 많이 나오는데.. 왜 그 분은 바다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거지?

역시 영화는 이성과 함께 보면 교란이 된다니깐요...

감정의 혼선이 일어나서... 본능이 앞장서서...

삼가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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