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딴 얘기부터-
성탄절이다. 어느 성당이든 작은 구유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고, 사람들이 경배할 것이다.
그 대열에서 난 빠졌다.
돌아다보라고 옆구리 쿡쿡 찌르고 있지만, 난 절대 모른척한다.
영화를 밤새 본다.
여느 때와는 달리 단상만 떠오른다.
멋대로, 내가 떠오르는 대로, 역시 나의 스따일대로 맘껏 주절대는 새벽이다.
-이야기-
여자가 있다.
아마 뭔가 상처가 있어서 주인공이 되었겠지. 내가 주인공이듯이 그렇겠지
소리와 함께 산다.
누군가의 소리, 언제가의 소리, 자신의 소리, 들은 소리...
그것이 엉켜 여자의 삶을 소란스럽게 한다.
소음에서 벗어나 여자는 여자의 결대로 살고 싶어한다.
한 남자를 무작정 따라 나선다.
꽁꽁 묶어두었을 자신을, 그래서 낯선 사람, 낯선 공간인 트럭.
낯설어서 풀어놓을 수 있다. 서서히 그녀에게서 풀리기 시작한다
묶고 있던 끈이 느슨해지자 소리가 멀어져간다.
언젠가는 다시 오겠지만......
(순전히 나의 경험으로)
-진동-
강, 약 조절이 가능한 진동기-인간
엉킨 근육을 푸는 데 강한 진동이 필요하다.
인간때문에 엉킨 근육을 푸는 데는 근육이 뭉치면 뭉칠수록 가장 약한 진동에도
뭉친 근육은 풀릴 것이다.
팽팽하면 팽팽할수록 약한 자극에도 터져버리는.
참고 참았던 울음보가 터져버리는 그저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 터져버리는 것처럼
-구토-
레이는 구토를 한다
오늘 레이에게서 배웠다.
역겨워서 멀미가 나서 참지 못해 구토를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구토를 할 수도 있음을...
구토가 하고 싶을 땐 손가락을 입 속 깊이 넣어 순전히 나의 의지로
구토를 할 수 있음을
역겨움을 내 속에서 꺼내버릴 수도 있음을
오늘 여자 주인공 레이에게서 배웠다.
역겹다
참 많이 역겹다
거북하다
속이 거북하다
이제 구토가 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그냥 시간을 보내며 역겨움을 가라앉히지 않겠다.
나의 의지로 토해버리겠다.
레이처럼 잠들 수 있을 것이다.
-손길-
결국은 감싸안는 손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레이- 한마디로 미친여자에 가깝다.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미친*)
편의점에서 스친 남자를 따라나선 여자.
남자에게 만지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
좋다고 독백하는 여자
그리고 즐거워하는 여자
갑자기 역겹다고 우는 여자
울면서 제 머리를 쥐어뜯으며 결국은 토하는 여자
미친 여자가 분명하다.
(그럼 나도 미친 여자?)
세상이 미친 여자랄 것이 분명해 그 여자는 세상과 문을 닫았다.
그 남자?
그냥 그 여자를 본다. 보이는 대로 본다. 상상하거나 짐작하지 않는다.
역겨워서 힘들겠다
즐거워하니 이쁘다.
슬퍼하니 안아준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한다.
그저
남자는 여자를 보이는대로 볼 뿐이다.
보이는 대로 보는 남자는 가만히 안아주기만 한다
레이 그여자는 그 손길 하나로 더는 소리를 듣지 않았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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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새벽, 내가 고른 영화들이 나를 만족시키고 있다.
멋진 나!
심심하다고 사방에 문자를 때렸던 나? 후회막급이다.
나 이 밤, 멋진 상차림으로 혼자만의 파티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다시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자~ 다시 영화를 골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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