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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긴 합정페루 여행기 D-6

by 발비(發飛) 2005. 12. 26.

아래글에서 말했다시피,

난 오늘 페루& 볼리비아 사진전을 다시 한 번 다녀오기로 그렇게 결심을 했다.

그리고 합정동으로 .... 추운 바람사이로 뜨거운 맘으로 출발을 했지.

 

합정역 6번출구

지난 번과는 달리 아이들이 없다.

'잘 했군! 이렇게 추운데 너희들이 밖에 있으면 내 맘이 아팠을 거야. 잘 들어간거야'

 

 

 

가스통을 가득 실은 트럭이 눈에 띈다.

그냥 지나가다 턴을 했지.

왠지 그들이 나를 붙잡아서 말이지.

곧 따스함이 혹은 뜨거움이 될 준비 야멸차게 하고 있는 저 동지들을 보며

'그래 나도 너희들처럼 차갑게 단단하게 그리고 빵빵하게 내 속에 연료를 가득 채우고

대기하고 있을거구만'

그거 보여주려고 거기 트럭이 있었던 거였다.

역시 모든 것은 나를 위해 셋팅 되어 있었던 거야.

그래 기억해주마

 

단단히 무장.

뜨거움 혹은 따스함으로 변신 가능한 유연성.

그리고 남들이 뜨거움인지 알지 못하게 시치미까지 뚝!

 

가스통이랑 묵언의 대화를 나눈다.

 

 

아~ 잘 됐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구나. 그럼 난 조용히 사진을 감상할 수 있겠다.

딱 내 스따일이군!

조용히 조용히 사진을 만끽하면서 여유있게 즐기자.

오늘 정말 날 잘 잡은거야.

너무나 흐뭇했었다.

그리고 어제가 크리스마스여서 모두들 집에서 쉬나보다,

그래도 난 보람차게 나를 위해 일을 하는 부지런한 개미과인가보다며 내심 만만해서 저 계단을 올라갔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설마!'

그런데 정말 열리지 않는다. 이렇게 추운데 문이 열리지 않는거다.

그러고 보니, 월요일이다. 이 곳도 전시장이다.

 

   

 

왜 이 계단에 내가 앉아있었을까요?

일단 생각을 좀 해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부터 선택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1.집으로 돌아간다

2. 누구라도 불러내서 억울함을 달랜다

3.그냥 마구 돌아다닌다

4.멍~

 

난 결과적으로 4번을 선택했고, 멍하니 계단에서 한 30분을 앉아있었다.

무지 춥더군.

다행인 것은 그 곳 계단이 쬐끔은 운치가 있어서 평소에 앉아 있어 보고 싶어할 만한 곳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계단에 우아하게 앉는다.

마치 어느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처럼 조명 은은하고, 옆 집에서 나오는 음악이 간간히 들리고...옆으로는 초록빛이 남은 나무들이 바람에 사각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불어오는 바람은 겨울바다의 바람처럼 칼날이다.

 

생각을 한다.

뭔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전시회를 보지 못한다면, 난 다른 날 보지 못한 뭔가를 볼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계단 아래, 아이들이 있었다.

거꾸로 있는 아이들을 보게 되는구나. 손으로 아이들의 사진이 프린트된 천을 만져보았다.

손끝이 미끌거리고 간질거린다.

아이들의 볼살을 만지면 이런 느낌일거야.

천을 한번 마구 얼러주었다. (흔들었다는 것이지, 사실 좀은 감정이 실려서)

거꾸로 있는 아이들? 그렇다면.... 방향을 또 일러주는구나, 거꾸로 가라는구나.

알았어. 거꾸로 가 볼께.

 

 

 

왔던 방향이 아닌 홍대 쪽 방향으로 걸어나왔다.

무슨 갤러리에 뭉크의 절규에 그려진 얼굴을 닮은 그림이 거기에 있었다.

일그러진 얼굴로 바람에 기울어진 나무를 붙잡고 있었다.

바람에 날리는 나무를 잡는 것인지

아니면 바람에 날리는 자신때문에 나무를 붙들고 있는지 알 길은 없으나,

어쨌든 둘은 붙잡고 있었고 날아가지는 않고 있었다.

그렇지,

오늘은 무지 춥고, 바람도 분다.

내가 무얼잡고 있을지를 생각하자, 뭔가를 꼭 잡고 있으면 난 날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바람이 자자지고 나면 내가 잡고 있는 것은 어느새 나와 길들어져 있겠지.

그럼 그것과 나는 함께 할 수 있는거야.

바람이 불고 춥지만 뭔가를 잡으러 가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추운 거리를 걸었다.

 

 

삼겹살집 앞에 갈탄(?) 아무튼 대기 중인 검은 갈탄이 줄을 서 있었다.

아까 본 가스통이 생각났다.

두 가지가 모두 뜨거움 따스함을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다.

방법이 다르다.

하나는 꽁꽁 단단히 자신을 동여매고 시침 뚝이었고

이 갈탄은 자신의 몸 전체를 드러내 놓았다.

 

 

그리고 보란듯이 자신이 곧 변하게 될 모습을 당당히 공개하고 있었다.

불이 활활 타겠지. 그리고 겉으로부터 불꽃이 사그러들겠지

조그만 열기로 오래 버티겠지.

그리고 하얗게 마감하겠지. 당당히 공개하고 있었다.

검은 갈탄들은 그 최후를 보면서 옆에서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화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인도인들처럼,,, 그런 무심한 표정으로 갈탄들이 줄을 서 있다.

 

뜨거움 혹은 따스함

그것도 이 겨울에 .... 준비된 연료들의 모습을 다른 곳에서 다른 방법으로 만났다.

누구나 선택을 해야한다.

나를 단단히 동여매고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내 갈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나를 모두 열어 놓고 혹은 아예 내어 놓고 내 갈 길을 갈 것인지

그것은 잘 잘못이 아니라 그저 방법의 차이이다.

 

내가 나를 내 안에 꽁꽁 감추고 비밀을 간직한 채 세상을 살든

아니면 나의 모든 것을 세상에 공개해 놓고 세상을 살든

그것은 잘 잘못의 차원이 아니라,

그저 뜨거움 따스함을 원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한가지 방법일 뿐이다.

그저 방법일 뿐이다

내가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기준은 그저 나의 결대로 사는 것이다.

어떤 것도 잘못 된 것은 없다.

 

 

 

홍대 쪽인 듯 싶다.

나 이쪽 길을 잘 모른다. 모르는 길을 그저 사람들을 따라 가보기로 한다.

여행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지.

모르는 길을 따라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것

난 지금부터 어떤 아주 추운 곳으로 여행을 온 것이다.

낯설게 그 곳을 보기로 했다.

 

낯섬.

그것은 무엇인가

낯섬이라는 것은 그것을 상상하고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난 이 곳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난 이 동네가 무슨 동네인지도 모르고.. 나에겐 이 곳에 대한 어떤 스키마도 없다

그렇게 전제하고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신기했던 것

폭이 아마 4.5미터정도되는 건물이 쭈욱있다.

원래부터 이렇게 지은 걸까? 

멀리서 보고 포장마차 골목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진짜 집이었다.

마치 만화영화 아니면 영화셋트장같다는 느낌이다.

가장 첫머리에 옷가게 앞에서 한 남자가 옷을 사라고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난 웃어주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추울텐데... 나도 추운데...

이럴때 따뜻한 물 한잔 드세요 하고 말하면, 난 마실 수 있는데..

(편의점에 가서 사먹지. 그런 말을 하지 말기를...

난 낭만을 즐기는 중인데, 편의점 커피 그런거 말고 토착민이 주는 따뜻한 보리차를 꿈꾼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유난히 철계단이 많다.

난 개인적으로 철계단을 좋아한다.

철계단에서 걸을 때 나는 금속성 소리가 듣기 좋다.

참 요란한 그 소리가 듣기 좋다.

내가 걸을 때도 내가 걷고 있는 것이 분명히 들려서 좋고,

누군가가 걸어올라 올때도 그 소리가 분명하게 들리니 기다리고 반길수 있어서 좋다.

 

분명하게 소리를 내는 철계단의 소리를 좋아하는데...

손에 묻어나는 빨간 녹도 좋아하는데...

빨간 녹을 몇 번이고 문지르면 어느새 녹은 묻어나지 않고 반짝거리는데

그리고 미끌거리는데.. 그러다가도 한참을 만져주지 않으면, 다시 빨갛게 녹이 슬고

그리고 다시 만져주면 반짝이고, 참 정직한 철계단인데...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나 어떻게 되나 하고 그 앞에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저 쓰다듬어주면 바로 정을 주는데... 그런 철계단이 나는 좋은데.

그 곳에는 철계단이 참 많았다.

 

철계단으로 철가방을 든 한 남자가 누군가의 허기진 배를 달래려 올라가고 있었다.

그 남자의 뒷모습은 사진에서는 정지이지만, 사진을 보는 나에게는 동영상으로 보인다.

무지 빨리 올라갔거든.. 리드미컬하게...

 

 

춥파춥스... 이걸 뭐라고 하지?

뽑기

"시작"

이라고 쓰여진 글자가 내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달콤한 뽑기 시작!

달콤함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단 것은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달콤함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난 춥파춥스 뽑기 기계는 달콤함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후두둑

많이도 있다.

세상에는 저 춥파춥스처럼 온갖 달콤함의 종류들이 널려있다.

정말 생각해보면, 세상에 널린 것이 모두 달콤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순간 했었다.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따름이지,

저 버튼만 누른다면 흔하디 흔한 것이 달콤함이다.

 

뭐가 있냐고?

내 발아래 겨울에도 굴러다니는 낙엽은 달콤하지 않나?

바람만 불어대지 않고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를 같이 내어주니 그건 얼마나 달콤한 소리인가?

포장마차의 오뎅국물에서 나는 연기는 또 어떻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몸이 훈훈해지는 달콤함.

하늘을 올려다보면, 캄캄한 밤인데도 구름과 별이 얼핏 보이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달콤함이다.

그렇게 우기면서 수북히 쌓인 춥파춥스를 본다.

 

사실 우기는 것이다.

너무나 추운 거리를  혼자서 걸으며, 막대사탕을 보며, 참 달콤할 것 같다고 침을 흘리는 여자.

그 여자가 온 세상이 달콤하다고 우긴다면 믿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우긴다.

사방에 널린 것이 달콤함이다.

다만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지?

(그냥 대충 그렇다고 해주시겠지?)

 

 

'판'

 

판을 팔고 있는 가계이다.

LP, CD

판을 팔고 있는 가계였다.

판을 파는 가게간판에 '판'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너무나 '판' 스럽지 않았다.

판을 납작 평평한데. '판'이라는 글자는 나무의 질감 그대로 너무나 입체적이었다.

 

난 그 '판'을 내가 가지기로 했다.

난 그 판을 가지고 와서 나의 판으로 만들기로 했다.

나도 판을 가지고 싶다.

결국 판이라는 것은 납작하고 넙은 것이지만,  저 탄력있게 생긴 판을 내 판으로 만들고 싶다.

 

언젠가 동생이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들은 고스돕을 치고 있었다.

난 계속 잃고 있었는데, 그래서 무지 약이 올랐는데,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동생이 그랬다.

 

"곧 누나의 판이 올거야. 좀 기다리면 판은 돌게 되어있거든.."

 

내 연년생인, 하나뿐인 동생이 그렇게 말했다.

난 그 고스돕에서 계속 지고 있으면서도 그 말을 믿었다.

그 판이 끝날 때까지 난 계속 졌으면서도 난 아직도 믿고 있다.

지금도 고스돕을 치고 있으며, 판은 돌고 있는 것이라고...돌고 있는 중이라고.

저 탱글한 판을 내게 가지고 오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이다.

 

근데 고스돕을 친 것이 얼마나 된거지?

 

 

 

마주한 철 계단 사이로 간판이 붙었다

"BAR다"

이렇게 붙어있었고. 저 철계단은 윗층으로만 향할 뿐 아래층으로는 놓여지지 않았다.

저 곳에 가려면, 어떤 다른 계단을 올라가서 철계단으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

 

그건 뭐지?

우린 그렇게 쓸데없는 짓을 하고도 산다.

그리고 그것을 멋이라고 말한다.

그냥 안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바로 들어가게 만들어 놓으면 되지만,

우리는 멋을 부리기 위해 괜시리 밖으로 철계단을 하나 더 만들어 한 바퀴들 더 돈다.

그리고 멋지다며 기분이 좋아진다.

 

멋이라는 것은 결국은 더 수고하는 것이다.

난 그 멋을 내기를 좋아한다.

결국

오늘 이 여행도 나는 그저 날씨도 대개 추운 날 그저 멋을 부리기 위해 한 바퀴 쓸데없이

더 돌고 다닌 것이다.

멋을 낸 것이다.

왜?

난 좀 멋지게 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져버릴 수 없으므로...

그냥 아무 것도 아니더라도 난 멋을 부리며, 내가 뭔가 좀 특별한 사람처럼 굴고 싶다

 

다 찌그러져가는 저 집에 녹슨 철계단 양쪽으로 내 걸어두고

"BAR다"하고 잘난 척하듯.

 

나도 꼭 그렇다

다 녹슬고 찌그러져가는 집이라도 그저 이렇게 멋을 부리고 싶다.

 

 

 

돌아나오는 길이다.

이제 여행이 거의 끝이 났다.

가로수에 작은 불들로 장식을 해 두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참 많은 사람이 지나다닌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도 아는 사람이 없다.

단 한 사람도 나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도 없다

저 나무나 불빛을 올려다보기는 하지만, 너나 나나 서로에게 눈길을 주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나는 술냄새만 내게 좀 머문다.

 

역시 이방인

그렇지 난 여행중이니까 이방인이면 제대로 된 것이다.

나의 여행

 

 

마무리는 뻥튀기였다.

전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가끔 뻥튀기 아저씨가 계신다.

전철에서 내리면서 오늘 그 아저씨가 계셨으면 했다.

바삭거리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뻥튀기를 먹고 싶었다.

 

마치 외국에 나가 어느 알아 듣지 못하는 외국인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듯이

바삭바삭바삭 거리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것으로 내가 오늘 다무지게 계획했던 칠레여행을 완벽하게 마치고 싶었다.

 

이렇게 맘대로 주절거리면서 생각한다.

결국 내가 꿈꾸는 여행이라는 것도 똑같지 않을까

지금 이렇게 주절거리듯이,

어느 곳에 가더라도 나라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나의 틈틈이 끼어있은 뭔가를 발견하는 것

 

여행지에서 발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내 틈에 끼어있는 초록색 이끼

내 틈에 끼어있는 회색 곰팡이

내 틈 어디에선가 싹을 틔울 수도 있는 씨앗 하나

그것들을 찾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여행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난 오늘 계획적으로 더 장황하게 더 길게 더 많이 주절거렸다

마치 칠레 여행에 버금가는 여행을 다녀온 듯이 그렇게 멋을 부리고 싶어서...

 

난 오늘 참 많이  그 곳이 보고 싶었는데.

좀 많이 섭섭해서....

그렇지만,

흐~~~~~~~~~~~~~~~~~~음

여행을 다녀왔다.

 

아주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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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침, 시 한 편이 눈에 띄었다.(지금은 2005.12.27.10;27)

 

당신은 홍대 앞을 지나갔다

 

황동규

 

내가 지도교수와 암스테르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커피숍 왈츠의 큰 통유리문 저쪽에서 당신이

빛을 등에 지고서 천천히 인화되고 있었다

내가 들어온 세계에 당신이 처음으로 나타난 거였다.

그것은 우연도 운명도 아니었지만,

암스테르담은 어떤 이에겐 소원을 뜻한다

구청 직원이 서류를 들고 북구풍 건물을 지나간 것이나

가로수 그림자가 그물 친 담벼락, 그 푸른 투망 밑으로

당신이 지나갔던 것은 우연도 운명도 아닌,

단지 시간일 뿐이지만 디지털 시계 옆에서

음악이 다른 시간을 뽑아내는 것처럼.

당신이 지나간 뒤 물살을 만드는 어떤 그물에 걸려

나는 한참 동안 당신을 따라갔다 왓다.

세계에 다른 시간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은

어느 축선을 만나다 믿고 나는 돌아왔던 거다.

지도교수는 마그리트의 파이프에 다시 불을 넣고

나는 당신을 모른다

당신은 홍대 앞을 지나갔다.

암스테르담을 부르면 소원이 이뤄졌을지도 모른다

마그리트 씨가 빨고 있던 파이프 연기가

세계를 못 빠져나가고 있을 때

렘브란트 미술관 앞, 늙은 개가 허리를 쭉 늘어뜨리면서

시간성을 연장한다. 권태를 잡아당기는 기지개;

술집으로 가는 다리 위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그친 음악처럼.

 

내가 다녀 온 곳이 시에 나왔다.

ㅎㅎ

그런 곳을 다녀왔다. 문학기행이 되었군!

 

난 여기에 등장하는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

난 이 시인이 뭐라고 하는 지 오늘 열 번은 읽어봐야 한다.

그런데

.....

.....

나 어제 홍대 앞을 지나갔다.

나 여자다.

그러므로 난 그녀가 된다.

 

'나 어제밤 홍대 앞을 지나갔다'

 

(웃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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