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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1.[신미식] 페루&볼리비아 사진전

by 발비(發飛) 2005. 12. 19.

가는 길이라고 말하기로 합니다.

누구에게나 상징적인 의미는 있습니다.

저에게 신미식이라는 사람이 상징하는 것은 선각자라고 표현해야하나요?

미지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에 대한 경이로움이라고 해야하나요?

우리가 배운 상식선의 잣대로 본다면, 과년한 여자가 과년한 남자에게 설레이는 맘으로

찾아간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 그건 그저 상식적인 학습적인 잣대인 것이고...

나 어렸을 적에 친척 중의 한 분이 독일을 다녀오신 후 색연필을 사다주셨습니다.

깎아쓰는 색연필을 아마 십년은 아껴가며 썼을 것입니다.

그 때 그 친척아저씨를 부러움으로 흠모했던 마음 그대로 신미식작가님을 찾아갑니다.

아니지

엄밀히 말하면, 그 분이 다녀온 페루를 내 발로 몇 걸음 걸어서 가는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블로그로 헤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몇 걸음이라도 걸어서 가는 것이어서

마치 그 곳에 여행이라도 떠나듯 설레였습니다.

 

 

 

페루나 볼리비아로 향하는 길만큼이나 기분 좋은 길이었습니다.

합정역 6번 출구에 나오니, 포스터가 붙어있네요.

낯익은 사진, 반갑기도 하여라!

 

 

생각보다 합정역 앞은 어두웠습니다.

메모를 해두었던 수첩을 꺼내서 찬찬히 따라갈 작정을 합니다.

그런데, 몇 걸음 가다보니 표지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눈에 익은 아이들이 따라오라고 앞서 걷는 듯한 그림이 있습니다.

수첩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럴 것이다. 아마 전시회장까지 난 그저 이 길을 즐기면서 갈 수 있을 것이다.

저 아이들이 내내 있을거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버스 정류장 불빛 아래 반짝이고 있는 포스터.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포스터가 방향지시등입니다.

 

 

 

역시나 역시나... 역시나... 걱정하지마.

정말 내가 그 길을 갈 때도 이렇게 표지는 나에게 있을 거야.

정말 내가 갈 수 있을거야.

지금처럼 갈 수 있을거야.

 

 

방향을 틀어야 할 때인가 봅니다.

아이들이 떼로 있습니다.

이리로 이리로!!!!

좀 덜 떨어진 것을 저 멀리 아이들도 알고 떼로 모여 방향을 일러주며 앞서 걸어갑니다.

난 그저 그 아이들을 따라갑니다.

 

 

드디어 들어오랍니다.

사진의 방향이 바꼈습니다.

이번에는 위로 올라가랍니다.

(이 순간 좀 떨렸습니다)

인터넷상에서 보던 사진과 어떻게 다를까도 궁금했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다녀온 사람의 얼굴은 실제 어떤 모습일까도 궁금했습니다.

궁금한만큼 좀 떨립니다.

 

 

계단을 올라서는데  한 아이가 서 있습니다.

그 아이는 환한 포스터 앞에서 실루엣만 드리우고 서 있었습니다.

난 그 아이를 찍습니다.

그래, 넌  그 나이에 페루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구나.

그래 기특하다.

꿈꾸어라.... 그렇게 생각하며, 한 방 쿡 찍고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아이가 피식하고 웃습니다.

 

 

  

 

전시장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습니다.

다 어디갔냐구요?

제가 사람들은 다 잘랐어요.

머리들이 어찌나 많던지. 전 사람이 많으면 정신을 못 차리잖아요.

그것도 낯선 이들이 무지 많아서.. 정말 우와!

신미식 작가님이 그리 유명한 사람인 줄 실감하고 왔습니다.

 

눈에 익숙한 사진들,

사람들은 모두 낯설었지만, 사진들은 모두 눈에 익숙합니다.

한 컷 한 컷 그 분이 사진을 올릴 때마다 전 매번 그 시선에 감동했었습니다.

눈동자의 방향을 보아야 그 사람이 보는 곳이 보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눈동자를 보지 않고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그 사람이 어디를 보는지 알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그 분의 말처럼

사진이라는 것을 통해서 .....

특히나 신미식 작가님의 사람을 향한 눈빛.

(난 사람을 좋아하지만, 가까이 하지는 않는 편인데... 아니 좀 믿지 않는 편인데..)

저와 그 분은 사람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삐스코샤워' 페루의 유명한 칵테일이라는데,, 참 순하게 생겼습니다.

근데, 이게 장난아닙니다.

페루분이 직접 만들어주셨는데.. 분위기 좋았지요.

작은 잔 하나를 마셨는데, 후화!!!!!

페루사람들이 잘 살아남은 힘이 여기에도 있는 듯

우리에게 소주가 있듯이.

억지로 다 마셨습니다. 왜?

기념으로 '페루'라고 적힌 1회용 컵을 들고 오기 위해서 다 마셨습니다. ㅎㅎ

(저의 기념품들이 주로 그런 거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정신을 차려야 하느니라....

길게 늘어졌던 저자싸인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크윽,,,쬐끔 떨리는군!"

 

 

 

앞사람이 싸인을 받을 때 옆으로 좀 비켜서서 찍었습니다.

꼭 신미식작가님을 찍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GOD를 찍듯이 찍어둬야 할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팔이 빠져라 싸인을 하고 계셨습니다.

그 분이 이번 싸인회의 주제를 '친절한 싸인회'로 스스로 명명하셨거든요.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계시는 듯 했습니다.

제 앞 분은 다섯권을 사서 다섯권에 모두 싸인을 받으시더군요.

그 분 덕분에 호흡을 좀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그라시아스!

 

  

 

이제 제 차례가 왔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비나이다로 해주세요."

"비나이다님이세요? 반가워요!"

"저를 기억하세요."

맨날 몰래 몰래 퍼나르기만 했는데, 퍼 나른다고 고백한 적 있는데....

"그럼요"

"저 강남제비 신미식이라고 적어주세요."

"제가 제비인가요?"

"아뇨, 제게는 박씨 물어다 주는 제비시거든요."

 

싸인이 끝났다.

꾸벅 인사를 하고 얼른 자리를 나왔다.

사람들은 너무 많아서 사진이 잘 보이지 않았고,

줄을 서 있는 동안 읽고 있었던 책을 마저 읽고 싶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진짜 웃겼겠다.

 

비나이다.

감사드립니다.

마음으로......

강남제비 신미식

2005.12.19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웃기는 애이긴 하다.

근데 나에겐 정말 신미식이라는 사진작가는 멀리 멀리 날아가서 박씨를 물어다 주는 그런 사람인 것을 어찌하리오...

더 적당한 표현이 없는 것을 어찌하리오.

 

 

사진전에서 책을 샀더니, 포스터를 주었고,

페루라고 새겨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기념품으로 내가 챙겨온 것이다.

모두 같이 있다.

나도 거기 같이 있다.

 

사진전!

그것에 대해 말해야 겠다.

사진전!

사진전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사진은 눈을 감고 그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정적 같은 것이 허락되어야 했었는데,

그곳은 오늘 너무 시끄러웠다.

그래서 사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길을 따라 좀 더 가까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그 대학의 정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듯이

그 대학을 다니는 선배와 기념사진을 찍듯이

난 그렇게 오늘 기념사진을 찍고 마음을 다잡아서 왔다.

 

오늘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요즘은 페루 가는 것이 어렵지 않잖아요?"

그런데 어려운 사람도 있다. 그것이 꿈인 사람도 있다.

꿈이라는 것은 이루지 못할 확률이 높음에도 가지는 것을 꿈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난 감히 꿈꾼다.

고산지대라서 머리도 아프고 숨도 쉬기 힘들다는데

그 곳을 꼭 다녀오고 싶다.

그 꿈을 위해 난 포스터를 표지로 삼으며, 그 곳을 다녀온 선배를 향해 경의를 표하고 온 것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난 꿈을 가진 나를 대견하게 생각한다.

누구에게는 철없음이겠지만, 난 그렇게 태어난 나를 대견하게 생각하기로 한다.

 

그는 책머릿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며 살 때가 많다. 어리석게도 몇 년 전까지 난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됐을 때 난 절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사는사람들이라고 믿었기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이젠 내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남들보다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결코 녹록치 않았던 그 노력의시간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여행과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한 권의 책이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는 그런 사람들이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다.

 

 

가 그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에게 인사를 보낸다.

"그리시아스!"

 

ps:

그러보니, 내가 왜 남미를 꿈꾸는 지 이야기한지가 무지 오래되었구나.

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라는 영화를 세번 보았다. 그리고 체개바라평전을 읽었다.

그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그 사람에게서라기보다 세상을 보는 눈에 대해서...

어떤 세상이 그의 눈에 보였길래, 인생을 완전한 삶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인지, 그 유적지가 가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신미식사진작가에게서도 마찬가지다.

그 곳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마법이 있는 곳일 듯 싶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숨 막히게 보던 그 순간이 막 떠올랐다.

 

 

http://blog.naver.com/sapawind/10000378966

 

신미식님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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