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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마크 트웨인] 정말 인간은 개미보다 못할까

by 발비(發飛) 2005. 12. 16.

잘 앓지 않는 편인데, 시작하니 잘 낫지도 않습니다.

그저께 조퇴

어제 결근'

오늘 또 조퇴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사장님께 보시다 못해 "들어가 쉬어라."

어찌 집으로 왔는지, 집으로

분명 어제는 좀 나아진 것 같았었는데...

 

집에 오자 약을 먹고 약에 취해 잠이 들었습니다.

열이 나던 것이 좀 내리고, 이제 정신이 좀 맑아지네요.

나은 것은 아니겠지요. 속지 말아야지.

 

항상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 내가 갖고 있는 맘은 다시 올 수 없을 맘이란 것을.

지금의 증상으로 아픈 것도 또한 똑같이 아플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내가 딛고 있는 땅이 같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내가 느끼는 맘이 다시는 오지 않을 맘이라는 것을

인간은 기억이라는 장치가 있다고들 하지만, 제 경우엔 슬프게도 무늬만 있지 별 효력이 없어서

 

지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뭘 할까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누워야겠지요.

하지만, 컴을 열었습니다.

며칠째 진이 빠지도록 열이 나게 아픈 것, 그 순간 나라는 인간의 머릿 속에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주인인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 맘은 주인의 말을 절대로 듣지 않습니다.

몸이 아파서 통제 제어장치가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상태에서

누구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경우, 그것은 제가 한 일이라기보다는 나와는 상관없는

맘이 한 것입니다.

마음이라는 것은 틈만 주면,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합니다.

그래서 생각나는 책이 있습니다.

차라리 책이야기를 하기로 합니다.

 

 

 

 

마크트웨인이 쓴 철학이야기

[정말 인간은 개미보다 못할까] 

북인출판사

 

이 책을 아픈 와중에 읽어나갔다.

 

-잠시 딴 소리-

 

난 한 권의 책을 두고 읽는 편이 아니다. 몇 권을 펴 놓고 한 번 뒹굴때 마다 다른 책을 읽는다.

열이 나는데, 여러권의 책을 두고(그렇다고 독서광도 아니다. 심심하니까...) 읽는다.

그런 와중에 이 글은 젊은 마크트웨인과 늙은 마크트웨인의 대화형식으로 진행된다.

난 화자가 여럿이면 정신이 없는데... 그래서 만화책도 못 읽는데... 정말 괴로웠다. 두 사람의 맘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야한다는 것이... 남들은 그런게 좋다더만,  아무튼 읽으면서 한 사람을 가리고 읽고 다시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싶을 정도였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한 사람 이상을 만나면, 입을 다물게 되는데.... 둘 만 있으면 무지 수다쟁이.

참 이상한 성격이다.

이 문제는 나의 장애이지 이 책의 문제는 절대 아니지. 마크트웨인의 작품인데....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면,

정말 정신없이 읽었으므로 내가 읽은 내용이 이 책의 진실인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담에 정신차리고 다시 읽어봐야겠지. 지금 기록을 하는 이유도 정신없음과 정신있음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기도 하다.

 

마크트웨인은 인간은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개미보다 못한 기계

인간은 그저 선조들부터 내려온 온갖 독서나 대화 몇 백, 몇 천년간에 무의식적으로 쌓인 사상이나 감정들이 그냥 모여 있는 집합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무서워라, 부끄러워라,

빈집이 세상에 툭 떨어져, 바람속에 빗물속에 들어있던 선조들의 기운이 빈집으로 들어와 불을 밝히고 식탁을 두고 침대를 두고,,,, 생명을 가진 집이 되었단다.

내가 만든 것은 없다, 그렇지. 항상 손이 멋대로 가는대로 내버려두지... 내 맘을 알기 위해 자판위에 손을 올리지..... 무서워라. 부끄러워라.

 

그는 생각같은 심사숙고라던가 성찰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예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것은 외부에서 순간적으로 혹은 자동적으로 들어와 번뜩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도대체 스스로 생산은 불가능한 것이 인간의 머리라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단순한 기계일밖에.

외부의 힘을 받아 단순하게 사용하는 기계가 있고

세익스피어처럼 여러종류의 외부의 힘을 받아 멋진 천을 만들어내는 직조기가 있기도 하고....

외부의 힘을 받느냐 받지 못했느냐에 달린 그저 기계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인간이 가지는 우월감은 애초에 웃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단지 기계니까...스스로 생산능력을 가지지 못하는 기계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도 그렇단다.

몸과 완전히 분리된 마음은 마음대로여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인간에게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어나기도 전에 맘은 먼저 제 멋대로 제 할일을 만들어놓고,

우리가 준비하기도 전데 전 제 멋대로 제 욕심을 부린다는 것이다. 맘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음이라는 것은 아주 멋진 놈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지각이나 이성이런 것을 두고 그냥 마음을 마음가는 대로 두면, 스스로 무지 잘해낸다는 것이다. 마음이 가는대로 손을 맡기면 그림이 되고 글이 되고, 그냥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란다.

 

.....

.....

 

어쩌면 궤변같기도 하고, 어쩌면 儒學에서 말하는 理氣論같기도 하고....

(그래, 혹시 이 사람은 퇴계의 뒤를 이른 性理學적 생각을 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아마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면, 더 재미있었을래나?

근데 웃기게도 잠시 일어나 있는 지금, 그 책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음은 완전 오토매틱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몸이 잠시 아픈 틈을 타 지 멋대로 .... 용감하기도 하다.

몸이 아픈 사이에 하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사람이나, 하고 싶은 일이나, 하기 싫은 일이야말로

그것이 진짜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일 것이다.

지각이라는 장치가 가동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의 자연 그대로의 마음이 말하는 것,

내가 아파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의 이야기를 자꾸 막아버리려다 둑이 터져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마음은 자유로움 그대로인데, 난 마음을 너무 심하게 가둬두지는 않은 것일까

마음의 쿠테다, 열병?

마음을 따르던지 나를 따르던지 둘 중의 하나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을 따르는 것은 내버려두는 것이고,

나를 따르는 것은 그저 나를 말리는 것이겠지만 난 나를 말리는 일에 너무 익숙하다.

그래서 혹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면, 그것이 잘 못 된 것이 아닐까 불안하다.

 

 

갑자기 마음이 시키는대로 이야기를 틀었습니다.

책 이야기로....

사람이라는 희한한 정말 골때리는 동물로 태어나서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날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며칠을 더 앓아야한다면, 난 앓는 동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요.

내 몸이 약해지면, 내 맘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선명히 드러날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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