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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몰살沒殺

by 발비(發飛) 2005. 12. 5.

커피 한 잔을 마시려했다.

유리컵에 커피믹스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잘 저었다.

엉키지않도록 차스푼으로 젖는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풀어지지 않는다.

잠시 스푼으로 젖기를 멈추고 들여다보았다.

 

투명컵에 소용돌이가 치다가 점점 느려지며, 고요해졌다.

덩어리들이 가운데로 몰리더군.

그리고 내게 발견된 것!

그것은 커피 덩어리가 아니었다.

바로 개미들이었다.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물을 올려놓고 커피를 컵에 담아 둔 채

잠시 일을 하러 간 사이 개미들이 설탕으로 먹으러 왔을 것이다,

"와 개미들이 무지 빠르구나. 어디에 숨었다가 순식간에 나타났을까?"

일단은 커피를 버렸다.

그리고 다시 물을 끓이려다... 혹시나 하면서 커피포트를 들여다 보았다.

이게 왠일입니까?

커피포트안에 개미들이 수장되어있는 것이다.

수장 뿐이겠습니까?

꽝꽝 언 겨울 자동차를 순식간에 녹인다는 테팔 전기주전자인데, 완전 푹 삶겼겠지.

극형도 그런 극형이 없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개미들 수십마리를 극형에 처했던 것이다.

 

언젠가 본 헨리8세가 아들을 얻기 위해 자신의 두번째 왕비를 처형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커피물을 모두 버리고, 포트를 헹구고 다시 커피를 끓인다.

혹시나 하여 커피를 젖다가 멈춰 들여다보니, 개미는 없었다.

종일 스멀스멀,,,, 온 몸이 스멀거린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에 가서, 개미용 컴배트, 접착용과 스프레이용 두가지를 샀다.

스프레이를 들고 다니며, 온 사무실에 뿌렸다.

그리고 6개의 접착용 컴배트를 곳곳에 부쳤다.

몇 마리의 개미를 본 뒤,

난 이 사무실안에 있는 개미들을 완전 몰살시킬 계획을 세운 것이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럴땐, 참 뭐라고 나를 생각해야 할 지.

포트에 빠진 개미를 볼 땐 불쌍하다고 생각하다가,

내 몸에 스멀거릴 개미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다가,

나도 모르게 죽은 개미를 보면 불쌍하다고 생각하다가

난 개미들의 몰살을 위해 화학전을 준비하고 강행하는 ... 요런 이상한 구조를 뭐라고 ... 참 나!

아무튼 난 오늘 이래저래 개미들을 몰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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