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귤을 미워한다
난 귤을 미워한다.
난 귤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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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다. 맞다. 그렇다.
난 귤을 무지 좋아한다.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귤 한 상자가 있어봐라.
그것도 내 옆에 있어봐라.
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귤 한 상자를 다 먹어치운다.
난 귤 킬러다.
그래서 난 귤을 피한다.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 본능대로 움직이므로. 오직 귤에게만은 그렇다.
무지 무지 좋아하는 귤,
아시는 분이 귤 한 상자를 보내왔다.
감사하지. 무지 고맙지.
적당히 새콤한 것이 거의 죽음이다.
한 상자의 귤을 일주일만에 혼자서 다 먹었다.
그걸 다 먹고 나서 그랬지.
이제 다 먹었다. 이제 그만 먹자. 이젠 귤을 먹지 말아야지.
사랑이 지나치면 병이 되느니....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 손님이 요즘 자주 할아버지 사장님을 찾아오신다.
그런데, 그 분이 나더러 '네잎 크로바'라며 이뻐하시더니, 매번 오실때마다
귤을 ... 귤을 사가지고 오시는거다.
귤을 보는 순간,
난 그 분이 가시기도 전에 귤을 까먹고 있다.
그걸 보신 그 할아버지, 무지 좋아하나 하셨나보다.
그때부터 매번 오실때마다 귤을 가지고 오신다.
그럼 난 또 그 귤을 열심히 먹는다.
사랑이 지나치면 병이 되느니...
지금은 오후 5시
귤 먹고 배터지려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도대체 몇 개를 먹은 것이여!
난 귤을 싫어한다
난 귤을 증오한다
난 귤과 안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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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귤을 그리고 달콤한 것인지, 살살 녹는 것인지.
속껍질이 씹히는 맛은 왜 그리 탄력이 있는 것인지
꼅질을 깔 때 손가락 끝으로 전해오는 갈라짐의 느낌 그건 또 얼마나 짜릿한 것인지.
손톱 사이에 낀 노란물은 왜 그리 이쁜 지...
그런데,
귤 좀 치워 줘!!!!
할아버지 귤 사오지 마세요!!!!
그 말을 못 했다.
"귤 넘 맛있게 잘 먹었어요! 진짜 맛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하고 할아버지 손님께 인사를 꾸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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