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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작년 12월에 가장 행복했던 이야기.

by 발비(發飛) 2005. 11. 30.

2004.12.06. 맑음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은 인연에 웃음이 납니다.

물론 혼자 인연이라고 하지만, 내가 누구를 아는 것도 나에겐 인연이니까.

어제는 사무실일로 샘터파랑새극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무대길이가 필요했는데, 마침 어느 이상하게 생긴 남자가 라이브 리허설을 하고

있더군요.

리허설중에 저는 그 사람의 뒤를 넘어 줄자로 열심히 무대 길이를 재었지요.

한데 그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를 열심히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노래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얼굴은 차마 보지 못하고, 극장을 나오면서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임의진 목사님과 그 친구들의 콘서트.

등장하는 사람들도 다양하더군요.

제가 간 시간이 오후 4시, 오후 7시에 공연시작입니다.

약속을 취소합니다. 그리고 콘서트에 갔습니다.

 

 

 

 

임의진목사님

 

시인이면서 화가이면서,방랑자이면서,목사이시면서

주색가무중 아마 색만 빠지고 즐기시는 분 같던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 분의 말씀대로 존레논+ 파파로티+서울역노숙자(이건 제 생각)의 외모를 가지셨습니다.

강진의 남녁교회목사님이시랍니다.

그 분이 만드신 노래는 평화를 원하는 존레논의 노래와 닮았습니다.

아름다운 목소리였습니다.

 

 

 

 

김두수님

 

노래하는 방랑자. 두꺼운 안경테에 벙거지모자.

그의 노래는 마치 강원도 어느 산자락에서 감자를 캐면서 부르는 어느 여인네의 목소리를 닮았습니다.

끊어지고 이어지는 것이 숨이 붙었다 떨어졌다 했습니다.

우리는 잘 보지 못하지만 세상엔 이런 사람도 살고 있지요.

 

 

박양희님.일명 숨결

 

그분은 광주당시 그곳에서 노랫패를 이끌었던 분이시랍니다.

그리곤 인도로 떠나셔서 10년을 계시다가 홀연히 돌아오셨는데 마치 연기같으신 분입니다.

움직임에 소리가 없고 표정에 변화가 없고 그 분이 가진 악기들은 한줄 짜리들입니다.

그래서 악기가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의 목소리가 너무 잘 들렸습니다.

그 분의 얼굴이 평화였습니다

 

 

 

박남준님

 

시인이십니다. 유명한. 하지만 전 잘 몰라서 화가 났습니다.

그 분이 들려주신 따뜻한 얼음. 터키다녀오신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볼건지, 보는 방향을 정해야 볼 수 있으니까. 숙제입니다.

 

따뜻한 얼음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겹 또 한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안에 숨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말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 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만 한 것은
제 몸에 온기란 온기 하늘아래 다 전하고
스스로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세상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사토 유키에

 

 숨을 쉬지 못했습니다.

그의 웃기는 모습과는 달리 정열적인 무대매너에 그가 신중현님의 1호제자라 할 만 했습니다.

딱 신중현님이었습니다.

사토 유키에가 부르는 존 레논의 happy christmas...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war is over..

우리가 싫어하는 일본놈(?)이 우리 속에서 우리를 감동시켰습니다.

 

 

인연이란 무엇일까요?

그 시간에 제가 우체국을 먼저 갔다가 파랑새극장을 갔었다면 그 분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평소와는 다른 코스로 움직였고 그 분을 만났습니다.

삶이 아름다운 분을요. 한 분이 아니라 떼거지로...

아마 다음에 그 분 중의 한 분을 어디에서 뵙더라도 난 인연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삶이 진지한 사람들.

우리와는 좀은 다른 삶을 사는 분들 , 그래서 세상이 무지개색으로 보이는 것이겠지요.

그 분들은 무슨 색일까요.

무슨색이더라도 무지개가 되어 세상과 잘 어울릴 그리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그런 분이겠지요.

감동이 넘쳐 또 주절주절 했습니다.

 

내년에도 한답니다. 공연은 무료였습니다.

하지만 김두수님의 CD를 사고 이웃돕기 헌금을 거액 만원이나 했습니다.

무료였지만 돈 좀 썼습니다.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3시간내내 숨을 쉰 기억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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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쓴 일기이다.

이제 30분만 있으면,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시작된다.

작년에 본 임의진 목사의 콘서트가 생각 나 데리고 왔다.

올해도 그 분들의 콘서트가 파랑새극장에서 있었으면 좋겠다.

맘 따뜻한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많이 보고 싶다.

아니 많이 그립다.

그 분들을 다시 만나 그 분들의 노래를 듣는다면 혹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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