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쯤, 친구를 만나 잠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차를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세상이 빨리 빨리 변하니까요.
다른 세상이 번갈라 펼쳐지니까요.
짧은 터널을 지납니다.
터널에 들어서자, 빛이 보입니다.
방금 빛에서 들어왔는데, 빛이 다릅니다.
멀리서 빛이 돌진하는 듯 합니다.
이 터널은 혹 내가 들어온 세상과 다른 세상으로 통과하는 곳인가?
뻔히 알고 있는 곳이지만,
혹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터널의 끝으로 돌진합니다.
친구는 아무 일도 아닌 듯 그저 운전을 합니다.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에 빛이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저에게만 보이는 빛이었을까요?
온통 빛입니다.
빛의 세상이 저기에...
저 빛너머 보여주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요?
혹시 내가 항상 가고 싶었던 그 곳은 아닐까?
아니 내가 원하는 곳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마음에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빛너머의 세상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계획한 적은 없었습니다.
순간 걱정이 됩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맞는 저 너머 세상이
혹 나의 무방비로 지금과 똑같은 세상이면 어떡하지?
담에는 빛을 보여주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첨, 빛을 보았을 때
난 그 빛을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빛이 내게로 마구 쏟아지는 지금은 아닙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담에, 이담에, 지금은 말고, 지금은 아닌데요.....
지금은 아닌데요.....
하는 순간, 빛은 사라지고 똑같은 세상이 나타났습니다.
차들은 여전히 달리고 있었고, 단풍든 나뭇잎들이 아직 나무에 매달려있었고,
친구는 여전히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낮,
이제 무슨 소리냐구요?
빛을 보았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저 빛을 보았네요.
막상 렌즈안에 빛을 담아놓고, 세상이 온통 빛의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만약 저 빛을 따라 꿈꾸던 저 너머의 세상이
저 너머 날 밝혀줄 세상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에 멈칫 했습니다.
원하는 것이 왔을 때 준비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그때도 대책이 없음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멈춤'을 외쳤습니다.
다시 해 볼래요.
아직은 아니거든요, 다시 해 볼래요.
빛은 사라지고, 빛은 다시 오고, 빛을 따라가고, 빛은 또 다시 오고, 빛에게 기다리라하고...
그런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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