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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광화문에서 종로5가까지

by 발비(發飛) 2005. 10. 27.

 평일에 종로를 다닌다는  것은 참 신나는 일입니다.

주말의 종로는 종로의 원주민이 아닌, 객들이지요.

그건 주말 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공간입니다.

주중 평일에 종로를 가면, 그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점상부터 넥타이맨들까지...

 

어젠 좀 늦은 시간 퇴근을 했지만, 종로를 가기로 했습니다.

친구와 다닐때도 좋지만, 혼자서 다니는 맛도 좋습니다.

서고 싶으면 서고, 가고 싶으면 가고, 뒤돌아서 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으면 다시 돌아가고...

 

어젠 종로 3가 앞을 세번이나 지났더군요.

(사실 그건 노선을 챙기지 못한 바보같은 일이었지만, 길 건너편, 또 길 건너편.. 서로 다른 세상이더군요. 길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른 곳이라 세번을 지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내 옆에 서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말하고 싶네요.

 

"제 오른 쪽에도 서 보시고, 제 왼쪽에서 서 보세요. 다르거든요... 근데, 저도 그렇게 해도 돼요?"

 

어젯밤 종로에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바보아냐?

저 찻집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저 찻집 사진만 해도 10장은 넘게 갖고 있구만, 왜 이름을 알 생각을 못했을까?

아마 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너무나 오래된 집인데... 십몇년을 보고도 이름을 모른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에게나 상호나 똑같구나. 제 버릇 개 못 준다. 바보!

 

안국역 옆, 종로파출소와 옆의 찾집.

다른 두 공간이 작은 틈을 하나 두고 나란히 있은 지가 족히 십 몇년은 되었겠지.

종로에 아직도 종로파출소같은 건물이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좀 다시 짓지 싶었지만,

이제 그 곳을 지날때마다, 하나의 개성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흔적이라고 느껴진다.

저 곳에서 아팠을 사람들의 흔적을 보는 것 같다.

저 모습 그대로 있기를 바란다.

 

낙은 찻집, 테이블이 몇 개나 있을까?

커피는 맛있을까?

샌드위치를 파는가 본데,  언젠가 한번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예쁘고 맛난 사탕의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좋은 딱 그런 느낌이다.

 

"....트리" 같기도 하다.

 

내년에 가야지. (이유는 나만의 비밀!)

 

 

인사동으로 접어들었다.

평일에는 차들이 다닌다. (이해할 수 없지만, 차들이 다닌다)

좀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상점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린 돌에 비친 불빛. 그 불빛은 비친다기 보다 불빛을 먹고 있는 듯 했다.

 

어릴적, 후레쉬를 입에 물고 있으면, 볼 전체가 빨갛게 보이던 것 처럼,,,

돌 보도블럭이 불을 먹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장난을 치던 아주 작았던 후레쉬는 지금 어디있을까?

내 입속을 들락거리던 빨간 불빛.... 황홀했었는데. 내가 빛이 되었었는데.

 

 

인사동에 처음 쌈지길이 생겼을때, 놀랬었지.

건축이라는 것, 공간이라는 것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매번 갈 때마다 뭔가 변화를 있어서, 그 사이 많이 자란 아이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갈 때마다 다른 간판을 찍습니다.

(사실 다음 블로그 메인에 처음으로 뜬 것은 쌈지길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이었었다.

그래서 또 나에겐 좋은 곳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되는 곳이니까)

 

 

이번에 새로 만들어 놓은 예술품!

쌈지길로 들어서서 왼쪽, 달팽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쪽.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창,

투명한 낚시줄에 하얀 비닐같은 종이, 종이같은 비닐, 아무튼 거기에 가족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다.

'가'와 '족'이 낱장 에 한 글자씩 써져 있었다.

창이 없는 그냥 구멍(이런 것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에 매달아 놓아, 바람이 불 때마다

두 글자가 하나씩 하나씩 따로 곤두박질을 한다.

돌다 다행히 가족이라고 나란하기도 하고

아니면 하나는 거꾸로 하나는 똑바로,,, 아니면 모두 거꾸로, 온갖 경우의 수가 다 나온다.

입으로 불면서 한참을 구경했다.

 

-저 사이로 보이나요? 기왓장 골과 저 멀리 모텔간판, 가족들 사이에 두 개의 이미지. 흐음~-

 

 

금붕어가 아니라면, 피라미라면, 쉬리라면 이곳이 어디 종로 같을까?

쌈지 지하공간이다. 나도 이번에 처음으로 지하로 내려갔었다.

작은 샘물이 있고, 부레옥잠이 있고, 금붕어가 있고, 몇 종류의 풀들이 있고...

사방에 각진 것들은 잘라버리고 딱 이 그림만 앵글에 맞추었다.

앵글 안으로 한참을 구경했다.

카메라는 맘먹기에 따라 나를 곧장 어느 산속으로 데려가 주기도 한다.

물소리도 들리고, 붕어의 '뾰로록"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수양버들잎이 보인다. 붕어가 수양버들잎을 갖고 놀고 있다.

 

 

금붕어가 수양버들잎을 갖고 노는 것을 보고 위를 올려다 보았다.

수양버들은 언제나처럼 그 곳에 서있었고,

(안 어울리는데, 이제 쌈지길의 심벌이 되었지만, 넘 좋다. 서울에서 큰 수양버들을 볼 수 있어서, 원래 물가를 좋아한다는데.)

 

쌈지 건물 4층에서 비치고 있는 가로등이 나뭇잎 하나 하나에 붙어있었다.

가로등불빛이 비로 내리고 있다.

내리 꽂히는 빛의 비였다.

물을 좋아하는 수양버들이 가로등불빛이 내리는 비를 맞고 서 있었다.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종로 인사동 쌈지길의 수양버들은 변종이 되었다.

빛의 비를 먹고 사는 그것으로 행복해 한다.

내리꽂히는 빛의 비, 그리고 내리 꽂히는 수양버들의 뾰족한 잎.

그 아래 금붕어,,,

 

 

쌈짓길 옥상에서 찍었다.

(여기 사진들은 모두 후레쉬를 터트리지 않았다. 노출 사용하는 법을 얼마전 배워 노출숫자만 좀 올렸다. 난 화들짝 밝은 것보단, 약간은 어둔 그림이 좋다. 나 닮은 명도가 편안하다)

 

왜 찍는지는 모르지만, 항상 오면 이자리에서 찍게 된다.

이 건물이 신기한가 보다.

방금 여기가 내 집이면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서 살면 어떻게 될까? ㅋ

 

 

쌈지 옥상에서 발견한 집이다.

쌈지 오른쪽 옆 골목 끝에 있는 액자전문점.

옥상에서 내려다 본 이 집은 기왓장이 깨어져있었고, 너무나 조그만 집이었다.

서울 한 복판에 이런 집이 있다니,,,,

그저 깨진 골기와가 신기해 당장 내려와 옆집 아궁이 위로 올라가 찍었다.

깨진 골기와의 느낌이 좋았는데.. 그건 불가했다.

 

-잠시 딴 소리-

이상한 나의 철칙은 줌을 쓰지 않는다는 것. 줌을 써야 할 정도면 차라리 찍지 않는다.

내가 보이는 것만 찍자는 생각으로...

좀 웃긴가? 근데 이제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인데.

내 눈으로 보이는 것을 그저 저장해두고 싶은 거니까.

-잠시 딴소리 끝-

 

 

얼마 전까지는 주말에만, 노래 공연을 한 것 같은데,요즘은 거의 매일 하는 것 같다.

열명도 안되는 관객을 두고 노래를 부른다.

난 그의 노래를 듣지는 않고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인사동쪽에서 연결되 피맛골!

이 쪽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 많다. 노래방과 더불어 메뉴들이 약간의 퓨전이다.

여기서 퓨전이라면,라면사리와 어울릴만한 안주를 말한다.

인사동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싸지만, 금강제화 뒷쪽, 야구장 사이로 난 이 길에 있는

집들은 좀 싼 편이다.

자청비와 산사춘이 3000원 하는 곳은 아마 이 곳 밖에 없을 껄.

난 다른 데서는 자청비와 산사춘을 마시지 않는다. 아까워서 못 마신다.

 

 

광화문 교보 문고쪽으로 이어진 피맛골.

이 곳은 주로 좀 드신 분들이 가는 곳이다.

술을 좀 드신 분이 옛 기분 찾느라, 아니면 연세 드신 분들이 주머니 가벼워 가신단다.

난 사실 이 곳은 들어가 보지 못했다.

이 곳은 두 사람이 술을 마실 때 가야 할 곳 같다.

난 둘이서 술을 마셔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못 간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난 먹었다.

무슨 메뉴?

떡순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김떡순을 먹었다.

떡순이는 떡복이와 순대볶음,,, 늦은 시간 배가 너무 고팠다.

(전략 실패다, 다이어트 하려면 차라리 일찍 먹어야 했었는데, 괜히 안 먹겠다고 하구선, )

계란말이 김밥까지 먹었다.

 

무지 맛있다.

이집은 후배가 추천해 준 집인데, 난 물 마실 수 있는 관이 있는 집으로 기억하고 찾아간다.

맛나게 먹고선 난 힘을 내어 다시  걷는다.

 

 

 

그냥 돌아서려니 아쉬웠다.

이것도 언젠가는 추억의 현장이 될 듯 하여, 한 컷!

이렇게 보니, 참 아름다운 이웃들인 것 같다. 사실 어젯밤은 그렇지만도 않았는데...

 

 

종각에는 종로서점이 사라지고,

맞은 편으로 반디 앤 루이스, 서울서점이 종로타워 지하에 생겼다.

서울서점 앞의 공간이 맘에 든다. 그 곳에서 누굴 기다리면 짱이다.

하지만, 책의 배치는 꽝이다. 뭔가 복잡하다, 몇 번을 갔지만, 헷갈린다.

그건 이상한거 아닌가?

 

종로타워앞의 쉼터다.

도시의 작은 쉼터,

에고 다리야 그러면서 한 5분 쉬며,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나하고 보았다.

 

 

난 물을 향해 몸을 돌린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청계천 불빛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그만 가라는 친구들의 구박에도 자꾸 몸이 쏠린다. 왜 좋은거지?

사실 청계천 아래로 내려가서 걸은 것은 한 번밖에 없다.

그런데도 난 그 곳을 향한다.

이따 저 아래로 청계천 사진이 있다.

 

 

인사동에서 약속을 하면, 항상 금강제화 앞이다.

그래서 금강제화 앞으로 가면, 누군가를 만날 것 같다.

금강제화앞을 지나왔구만,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반대편 길에서 보는 금강제화는

마치 오랜 시간 가보지 못했던 옛집을 멀리서 보는 그런 맘이다.

며칠 전 본 친구가 또 보고 싶은건가?

다음 친구의 생일이 언제더라...

생일에만 만나는 친구들... 친구맞나?

금강제화 앞에서는 생일에만 만나는 친구들이 있을 것만 같다.

 

 

놀랬다.

몇 번을 오락가락 하면서 몰랐었다.

부석사 무량수전에만 배흘림기둥이 있는지 알았다.

경복궁에만 배흘림기둥이 있는 줄 알랐는데, 세상에 삼일문 기둥이 배흘림 기둥이었다니,

어찌나 반갑던지.

부석사에 온 것 같았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을 보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앞으로 수천년이 지난다해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든든함을 느끼는데,

그 배흘림 기둥이 종로 3가 꺼먼 건물들 사이에 버티고 있었다. 몰랐다.

 

 

결국 청계천으로 오고야 말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광화문 시발점에서 턴을 했다.

작은 물길을 만들어두었더라.

설정이라는 것은 유치함에도 꿈을 꾸게 한다.

나 또한 유치해서 겠지.

불빛을  따라, 이 물길 옆으로 물봉선화 피었겠지, 그러면서 반짝이는 불빛을 보았다.

 

 

 

 

 

 

분수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의도된 것을 의도하여 또 찍는 것.

계곡에 흐르는 작은 물, 이끼를 사이에 두고 지나느라 하얗게 이는 물거품을 본 사람은

저 분수가 싫다.

난 저 분수가 청계천에서 젤 맘에 안든다.

그냥 청계천이었으면 좋겠다.

한번 찍어 보았다.

 

 

사람들이 많다.

여기는 종로 3가에서 종각으로 가는 길,

막 횡단보도를 건넌 사람들이 앞에 가고 있다.

발들이 신기해서 얼른 찍었는데, 희한하게도 모두 청바지다.

2005년 10월 26일 밤 11시, 아메리카 카우보이들이 단체로 이동해서 종로를 즐기고 있었다.

나와 같은 공간에 있었던 발들

그들이 밟은 자리를 내가 밟고 지난 길.

밟은 자리를 밟고 , 내가 밟은 자리를 내 다음 사람이 밟고..

 

길이다.

 

 

간판이 바꼈다.

뭔가 달라졌는데, 그러면서 봤더니,

동대문쪽만 간판이 바뀐 줄 알았더니, 종로도 간판을 바꾸기 시작한 모양이다.

난잡한 간판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깔끔해 졌지만, 약간 이상한 기분, 그 마음주소는 모른다.

 

 

아! 탁구장이다.

난 탁구치는 것을 좋아한다.

잘 치지는 못한다. 그야말로 체육관탁구다. 그것도 어린시절에...

서울에서 탁구장을 보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다.

난 알아냈다.

여기 종로 3가 2번출구앞에 탁구장이 있고,

종각, 종로타워 맞은 편 안국동 쪽 방향으로 탁구장이 있다.

 

이제 찾았는데,

탁구를 치는 사람이 없다.

"탁구 칠 줄 아세요? 탁구 좋아하세요?"

열이면 열 모두 시큰둥이다.

 

다시 찾아야 한다. 아마 10년은 걸리겠지.

그때 난 탁구를 칠 수 있을까?

 

 

 

너무 많이 먹었다.

가라앉혀야 난 좀 더 걸을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아메리칸 스따일로다가, 내 지갑이 저기 혼자 있군?

저런 잘 챙기라고 친구가 구박하는데도, 또 저기 멀리있다.

이 사진보면 잔소리한다.

 

" 밤에 커피 마시니깐 못 자지?

  지갑 같은 거 잘 챙기라고 했잖아?"

 

나 잘 알지?

 

 

변했다. 1 단성사

 

 

변했다.2 피카디리

 

 

없어졌다. 허리우드, 옮겼다. 서울아트시네마!

 

 

오늘도 내 발에게 고마워하며...

4시간에 가까운 딱딱한 도시를 밟아준 내 발에게 고마워하며...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편안하다.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

건너편으로 불들이 하나 둘 씩 꺼지고 있었고,

사람들에게선 밤이 깊어짐에 따라 술냄새는 짙어가고 있다.

 

불을 끄고 셧터를 내리는 이에게도,

진한 알코올냄새 풍기는 이들에게도,

서울의 가운데 그들의 일상의 주소가 언젠가는 좋은 추억의 장소가 되었으면 싶다.

나도 지금 혼자서 걷고 있는 이 거리가,

어느 날엔가는  내 젊음의 한 순간으로 기억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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