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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사거리에 서 있었다

by 발비(發飛) 2005. 10. 23.

 

 

 

 

 

자정이 넘은 시간에 광화문 신문로에서 서 있었다.

 

친구네 갔었다. 그 곳에서 너무 늦게 나왔다

전철은 이미 끊어졌다.

9602번 버스를 타고 서울 한복판 광화문으로 왔다.

이 곳에 나의 집으로 갈 1000번 버스가 있으니까.

 

광화문우체국앞에서 내렸는데, 내가 버스를 타야 할 곳이 어디지?

아 넓기도 하다.

신촌쪽에서 왔을때 난 어디에 있는거지?

신문로 4거리에 서서 방향을 잡아본다.

캄캄해서 어느쪽이 경복궁 쪽인지 안 보인다.

어느쪽이 종로지?

 

한 참을 교차로 한 가운데 서 있었다.

방향을 찾기 위해, 뱅글뱅글 돌면서, 종로쪽을 찾고 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집에 갈 버스정류장을 찾고 있는 나의 모습, 당황스러웠다.

다니던 길만 아는, 그 외에는 어딘지 관심도 없었던, 그럴 필요가 없었던,

 

자정이 넘은 시간,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절로 경계의 대상이 된다.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에요?"

"집이 어디인데요, 어떻게 가요?"

이렇게 물을 수가 없는 시간이었다.

 

난 그렇게 교차로에 서 있었다.

내가 어디에 서 있었던 건지 알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어디서 자정이 넘은 시간, 난 철저히 혼자 였었는지.

불빛들은 난리인데,

오지 말라고 빨간 불, 오라고 파란 불이 반짝이는 데,

난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그 곳에 서 있었던 건지.

 

** 한 번은 신촌쪽으로, 한 번은 을지로쪽으로 갔다 돌아왔다.

    그런 뒤에야 내가 서 있던 교차로에서 20미터 정도에 있었던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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