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어릴적.
기억나는 나부터 우리집 마당엔 부추(우린 정구지라 불렀다)처럼 생긴
뾰족, 뾰족한 잎,
오직 잎이 전부인 풀이 현관 옆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아니 마당흙에 심겨진 적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겨울에도 파랬나?
아무튼 그 화초는 다른 것들과는 좀 달랐다.
봄이 되면, 하얀 꽃이 피었다.
잎이겠지, 하고 볼 정도로 티도 없이 꽃봉오리를 맺으면 어느새 하얀 꽃이 핀다.
그냥 어느날 문득 하얀 꽃을 피운다.
난 그 꽃의 이름을 물어본 적이 없었다. 가르쳐준 적도 없었다.
그냥 혼자서 그 꽃의 이름을 물망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가 아는 꽃말중에 가장 근사한 말이었고,
하얗게 핀 꽃은 그 꽃말과 너무 잘 어울렸기때문에..
난 그 꽃을 지금까지 물망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겐 "나를 잊지 말아요" 라고 슬프게 말하는 물망초꽃이었다.
하얀 꽃은 왜 나를 잊지 말아요 하는 그 말과 닮았을까?
꽃이 필 때 초록 잎처럼, 꽃봉오리인 듯한 티도 안내고 꽃을 피우듯이,
이 꽃이 지는 것 또한 가관?이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여기서 진다는 것은 꽃잎을 다문다는 것이다. 꽃잎을 열었다 닫았다.. 이 표현이 맞겠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꽃이 떨어져 있다.
꽃 떨어진 자리....
꽃 떨군 자리...
잎 뿐인 그 곳에 갈색딱지가 이미 앉아있다.
통통하게 물먹어, 아마 진물이 났을 꽃진자리에 이미 까닥까닥 딱지가 앉아있다.
꽃은 전날밤 떨어진 것이 분명한데, 벌써 갈색딱지가 앉아있다.
치마자락에 상처를 감추듯이 꽃안에 제 손 놓기전데 품고 앉아 상처를 다 아물게 한 후에야
잎뿐인 제 몸을 떠나는 하얀 꽃..
아직 하얀 꽃이 남아있고, 그 옆으로 갈색 꽃 진자리가 있고, 겨울에도 초록잎이 그대로 남아있고.
내가 가진 하얀 꽃의 기억이다.
우리집은 어릴적 마당집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난 그 꽃의 이름을 부모님께 물어본 적이 없는데, 혼자서 그냥 보고 있었을 뿐인데.
그 많은 화초중에 다시 예쁜 화분에 옮겨심어져,
10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아마, 부모님도 그 꽃을 보고 계셨었나보다.
그 꽃의 이름을 찾았다.
친구가 찍어온 사진이다.
'어! 내가 아는 꽃인데...'
꽃을 아는 친구가 그 이름이 샤프란이란다. 샤프란? 섬유유연제 샤프란?
향이 좋아서 향으로 쓰이는 꽃이란다.
내가 봐왔던 꽃이름이 샤프란, 학명으로 크로커스...
어느 전설이 맘에 드시나요? 골라잡으세요!!
전 2번요.. 왜냐면, 가장 슬프니깐요.
1.
어느 가을철 저녁나절,
꽃의 여신 플로라가 호숫가 근처의 목장에서 혼자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발 밑에서 목초의 님프가 나타나 여신에게 무릎을 꿇고 이렇게 애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신님!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모든 풀들이 시들어집니다.
가을 화초와 헤어지기가 안타까와 매일같이 찾아와서는 작별을 아쉬워하는 작은 양들에게 부디 낮잠을 잘 수 있는 포근한 깔개를 마련해 주십시오"
여신은 양들을 위해 애원하는 님프가 대견하고 또한 가엽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소원을 받아들여 가을의 마지막 꽃으로 즉 다른 꽃들이 지고 난 뒤에도 피어날 수 있는 사프란을 무리져 피어나게 해주었습니다.
이 사프란은 그 뒤로 해마다 다른 꽃들이 시든 뒤에도 얼마 동안을 더 피어 있게 되었답니다.
2.
옛날 그리스에 크로커스라는 청년이 코린투스라는 처녀를 사랑하였는데
문제는 그녀에게 이미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눈치를 챈 처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갈라놓자 비너스는 비둘기를 보내어 그들의 심부름을 도왔습니다.
이 사실은 안 어머니는 활로 비둘기를 쏜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딸을 쏴 죽였습니다.
코린투스의 약혼자는 그녀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모든 원인을 크로커스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크로커스를 사살하였습니다.
미의 신 비너스는 애틋한 그들의 사랑을 불쌍히 여겨 크로커스를 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스 신화)
3. 의술이 뛰어나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던 미청년 크로커스, 리즈라는 이름의 귀여운 소녀의 연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극이 시작됩니다
리즈의 어머니인 대부호 미망인이 크로커스를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응답없는 짝사랑을 견디지 못한 부인은 마침내 크로커스를 활로쏘아 잔혹하게 죽이고 맙니다.
이 슬픈 사건을 막지 못한 여신 비너스가 젊은 연인들의 사랑을 기념해 크로커스의 온을 샤프란 꽃에 리즈의 혼을 나팔꽃에 머눌게 했다는 그리스 데라샤 섬에 전해 오는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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